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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Jul 09. 2024

잘 생긴 참돔이랑

해무가 끼었다고 한다. 구름 속에 있는 우리였다. 30도가 넘어가는 무더위인데 그 바닷가로 가니 추워서 겉옷을 안 가져간 게 후회될 지경이었다. 폭염주의보가 수시로 뜰 정도로 너무 더워 아무리 바닷가라 해도 겉옷 따위는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캠핑카를 가져온 분이 안에 있던 긴 옷들을 무조건 다 꺼내서 나누어 주었다. 우리는 다섯 부부. 나랑 남편이 대빵이고 그 아래로 줄 줄이다. 다들 전문 분야가 있다. 캠핑카를 직접 만든 사람은 뜨끈뜨끈 온돌방까지 만들어 10명이 그 안으로 모두 들어가 이불을 덮고 일 데기 이 데기 삼데기.. 구데기! 포즈로 앉아 깔깔 즐거워했다. 텃밭 농사를 하는 분은 야채를 몽땅 맡았다. 고추 마늘 양파 깻잎 상추 오이 당근 직접 재배한 많은 야채들을 다 손질해 왔다. 마른반찬을 맡은 분은 커다란 멸치를 마늘쫑과 함께 맛있게 볶아왔고 마늘과 땡고추를 듬뿍 넣은 맛있는 쌈장도 만들어왔다. 매운탕을 잘 끓이는 분은 우럭을 통째로 준 매운탕거리로 정말 맛있게 매운탕을 끓였다. 각자 맡은 게 너무나 많은데 우리는 가장 쉬운 회를 맡았다. 잘생긴 참돔이랑 게르치 도다리 그리고 칠암 스타일로 해달라 한 포슬포슬 솜방망이 같은 아나고 회다. 맨 마지막엔 라면 도사라는 분이 매운탕 국물 조금 남은 것으로 기막힌 해물 라면을 끓였다. 배가 불러 못 먹겠다던 사람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 싹싹 다 먹었다. 커다란 수박도 한 통을 깨끗이 해치웠다. 오토캠핑장이라는 곳은 설거지하는 곳 쓰레기 버리는 곳 분리수거장 등이 정말 깔끔하게 잘 관리되고 있었다. 애들이 다 외국에 있어 그런 생활을 즐기지 못하던 우리는 오늘 깔깔 푸하하하 폭풍 웃음을 쏟아내며 야외 캠핑을 즐겼다.


(사진: 꽃 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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