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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Jan 21. 2019

러시아에서 전철 잘못타 땀뻘뻘

국제적미아될뻔! 하다 겨우겨우 비행기탑승





굼 백화점의 GUM

'종합백화점'이라는 뜻의
러시아어 정식명칭

'글라이니 우니베르살니 마가진'
의 첫글자만 딴 약어다.

러시아어로는 굼안에
백화점까지 다 들어가 있지만

러시아어를 알 수 없는 우리는
굼에 또 백화점을 붙여서
굼백화점이라고 할 밖에. 하하




제정 러시아 시대인
1893년 완성된

모스크바를 대표하는
백화점이면서

러시아를 대표하는
건축물이다. 

1893년 완공이라니 몇년 전인가.
2018 - 1893 = 125

지금부터 125년 전이구나.



난 항상 이 때 우리나라는

어땠을까? 가 궁금하다.

1893년에 Armous가 숭례문
찍은 사진을 인터넷에서 찾아낸다. 


찾는 김에 쫌 더! ㅎㅎ

1890년대에는
농민 수탈에 대한 저항으로
동학농민운동이 일어났고,

동학농민운동의 진압을
명분으로 조선에 들어온

청나라와 일본의 군대가
충돌하였고, 친일적인
갑오개혁이 있었다.

1894년 12월 체포되어 한성부로 압송되는 전봉준 (교자에 포박되어 앉아있는 이)


친일세력은 친러시아파인
명성황후를 암살하였고

일본군이 의병 토벌을
하는 사이, 고종은
러시아 공사관으로
피신하였다(아관파천) 

...

우리나라 이런 모습일 때
러시아에는 이런 백화점이.하하

물론 지금의 모습은
많이 변화된 거지만 그래도. 



입구에 줄서서 

보안검사를 받고야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캬~ 백화점인데 보안검사를!'

안으로 들어가니
와우~ 시원스레 탁 트인 공간.

3층까지 뻥 뚫린 높은 천장은
온통 유리로 되어있어
자연빛이 은은히 내려오고 

길게길게 쭈욱 뻗어있는 각 층엔
세계적 브랜드들이 쫙~ 와우




1917년 러시아혁명 때
점포 수가 1,200개 

1928년 스탈린 독재 때
모든 점포 국유화

1985년 고르바초프 때
개인상점 부활 

1993년 소련 붕괴 후 
옐친 때 완전 민영화





이때 국영 백화점에서
종합백화점으로 바뀌지만

러시아어로는 국영도 종합도
G로 시작해 GUM이라는
약어는 계속 쓰인다. 

지금은 러시아 명품 유통 그룹이
대주주로 경영하고 있다.



꼭 봐야만 하는
아주 오래된 화장실이
있다해서 물어물어 찾아간다.

오홋 입구부터 무언가
심상치 않다. 카펫도 깔려있고
매우 화려하다. 그러나

돈을 내야하고
그것도 싸지가 않다. 
그래봤자 화장실인데 하핫

살짝 구경만 하고
볼일은 무료화장실을 찾아가
긴 줄 선 끝에 해결한다. 히히
대한민국 아줌마 근성. 어쩌리요.



화려한 이 곳 연결통로에 있는
까페에서 늦은 점심을 먹는다.  

서서히 우리의 가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으니,



빨리 공항으로 출발하자는 내게
그는 안달하지 말라 한다.

좀더 이 곳을 감상해도 된다며
너무나 느긋하다.  

이미 어둑어둑해지고 있는데! 



어젯밤 우리가 호텔 찾아간 대로
거꾸로 가기만 하면 되는데
무슨 걱정이냐고.

그러나 그 길이 만만치않아 
서둘러야 할것만 같은데

그는 도대체 뭘 믿고 저리도
여유만만이란 말인가.



아름답게 불이 밝혀지며
그 유명한 붉은 광장의 야경이 
시작되고 있으나

'콩콩콩콩
빨리 떠나야 되는데~'


내 마음은 그저
조급할 뿐이다. 



느긋한 서방님을
안달복달해 드디어 떠난다.

'왔던 그대로 거꾸로만~'

어젯밤 내렸던 전철역까지 
가기 위해 강을 건너는데
쏟아지는 함박눈은

"오잉! 웬 횡재?"

가 아니라 갈 길이 바쁘니
영 걸리적거리기만 한다. 



아, 많이 걷는다. 

큰 강도 건너고
아주 작은 강도 건너고
마을도 지나고
많은 가게들도 지나고

드디어 어제 한밤중에
내렸던 바로 그 전철역에
도착한다. 

그럼 그렇지. 
우리 참 잘하고 있어.



어제 내렸던 바로 그 곳.

이젠 자동판매기에서
표도 능숙하게 사고
전철 타러 내려간다. 

어젠 고생했다.
표는 어떻게 사는지
어떻게 역 안으로 들어 가는지

그 모든 하나하나가
러시아어만 가득한 그 곳에선
어려움 그 자체였다.

어떤 점잖은 신사분의 
도움을 받아 전철표를 사고
들어갈 수 있었다. 



타는 곳으로 내려오니
전철 한 대가 막 떠나려 한다.
그가 달려가 타려 한다.

"여보~ 열차를 확인하고 
타야지~."


내가 말리는 새 그 열차는 
쌩~하니 달아나고 만다. 

늦었다고 안달이더니 
그냥 보내냐고 그가 투덜투덜.



좀 기다리니 다시 
열차가 온다. 

초록색 열차니 어서 타자고
그가 서두른다.

아무리, 초록색 열차가
초록라인? 

우린 초록라인 열차를
타야 한다. 

요것이 초록라인 열차인지
확인해야할텐데 어떻게?
급해지니 사람이 멍해진다.

막 열차가 떠나려 하니 

무언가 다급해지고

또 그냥 보내면 그가 다시

한바탕 모라할 것만 같아

일단 올라탄다.  



타고 나서 보니
우리가 무얼 확인했어야
하는 지가 눈에 확 들어 온다.

문 위에 걸린 노선도를 보니
분명 우리가 타야하는 열차는 
초록라인인데 이 열차는 
주홍라인이다.

그러니까 초록색 열차라고
초록라인은 아닌 것이다.

그럼 그렇지 아무리 열차가
초록색이라고 초록라인일까. 

어쨌든 큰일이다.
놀라 당황하는내게 

"내려서 거꾸로 타면 돼. "

그는 전혀 당황하지 않는다. 



한 정류장 가서 내려

우리나라에서 하듯 반대편 

열차를 탄다. 


'하긴 거꾸로 한 정류장만 가면 
아까 거기가 나오겠지. '


헉. 그런데 그거 아니다.
세상에. 우리가 어디 온 걸까?

사람이 사람이
무지무지하게 많고,

우리가 처음에 탔던 
그 한산한 전철역이 아니고

아주 다른 곳 
무언가 매우 복잡하다. 

사람들이
가고 오고 내리고 타고
이쪽으로 저쪽으로 
우우~ 줄줄이 몰려가는 
거대한 물결이다.

빽빽하니 그 넓은 곳이
오고가는 사람들로 
꽉 차 있다. 

아. 이를 어쩌나.

아까 처음 우리가 탔던 

그 역이 아니다!!!



난 애들이 인쇄해 준 종이를 

단단히 부여잡고 사람들을 물색한다. 
영어 할 것 같은 사람을 찾아.

아, 너무 오고가는 사람이 많아
한 곳에 오래 서 있기도 불편하다. 

대학생 같은 젊은 청년이
마침 전철에서 내린다. 

깔끔한 동양인
우리나라 학생일까?

달려가 종이를 내밀며 
물어본다. 일본학생이다.
다행히 영어를 한다.



친절하게도 우리를 데리고
노선도가 있는 곳에 가

지금 우리 있는 곳이 어디고
어디에 가서 어떻게 열차를 
타야하는지를 설명해준다.                                                        

그런데!
아, 너무너무 복잡하고
열심히 듣기는 들었으나
제대로 찾아갈 수 있을 지 
정말 의문이다. 

더 붙들고 늘어지고 싶지만
갈 길이 바쁜 듯 보여
일단 고맙다 인사하여 보내고

그가 말해준 첫 번째 곳으로 
남편과 둘이 손을 꼭 잡고
전진한다. 




여기서 왼쪽으로 가라 했던가?
여기인가? 아, 무슨 통로는
이리도 많단 말인가.

사람은 또 얼마나 많은지.
바로바로 퇴근시간인가보다.
아. 너무 복잡해라.  

마침 역 한가운데 벤치에 우르르
앉아있는 젊은이들.

난 또 용기를 내어 그들에게
다가가 묻는다.

아, 그런데 영어 안 하나보다.
자기들끼리 킬킬 거리다
내가 주는 종이를 보고는

손가락으로 어디어디를 가리키며
어떻게 설명하려다가 만다. 



곁의 다른 청년이
어떻게 어떻게 설명하려다가
자기들끼리 무언가 이야기하다
또 그냥 모르겠다는 듯
손을 가로저으며 종이를 준다. 

주변에서 사람들은 힐끗거리고
어떤 어린 아이는 노골적으로
우리를 보며 이상한 동물 보듯 하고.

아, 어떡하지?
어디로 가야 하지?

"그러지 말고 이리 와.
노선도를 보며 우리가 연구해보자구."


점잖은 그이는 이사람 저사람 
정신없이 묻고 다니는 내가 
영 못마땅하다.  




아, 그러나 지금 그럴 때 아니다.
서둘러야 한다. 우리가 본다고
무얼 알 수 있겠는가.

모든 게 러시아로 되어있고
그 글자 하나도 모르는 우리가 말이다.

"이러다 비행기 놓치면 어떡해. 엉엉"

불현듯 몰아닥치는 불안감. 
아. 어떡하지? 정말 어떡해?


보다 못했는지 흘깃거리던 
많은 사람들 중 어떤 아저씨가
우리를 따라오라 한다.

프리티 우먼에서 쥴리아 로버츠를
괴롭히는 포주 아저씨가 그 와중에도
생각났는데 하하 그사람 처럼
땅땅하고 작고 대머리고 
눈이 부리부리하다.

노선도 있는 가운데로 우리를
데리고 가서 손짓 발짓으로 설명해준다.

아, 그러나 너무 복잡하다. 
어디로 어떻게 가야 하는지 
설명을 들어도 정말 모르겠다. 엉엉



"앗, 저 제복의 사람들. 모지?"

옛날 영화에서 본
게슈타포 같은 모습의
네다섯 명이 착착 
줄을 맞춰 걷고 있다.

(요 사진이 그사람들 아니다.
너무 정신이 없어 이 지하철에서는
단 한장의 사진도 찍지 못했다. 그래서
적당히 있는 사진들로 채워넣고있다. )

'경찰?'
'그래! 경찰! '


난 초보운전 시절
경찰만 보면 안심했다.
무언가 많이 도와줄 것 같아서.



'그치. 경찰!!!'

경찰 무리에게 달려간다. 
그 귀한 종이를 들이밀며
여기를 가야하는데 도와달라고
하소연한다. 

"비행기 놓치지 않게 제발 좀 도와주세요~ 엉엉"

서로 눈치를 보더니
그래도 영어를 좀 하는 '애'가 

(애? 그렇다 애다. 
경찰 제복의 그들, 정말 어리다.

언제나 경찰아저씨였는데
어느 순간부터 너무도 어린 '애'로
보이기 시작한다.

내 나이가 많은 거다. 하하) 

나서서 설명을 해주는데 
아, 역시 너무너무 복잡하다. 





난, 죄송하지만 타는 곳 까지 좀 
직접 안내해주십사고 정중히 
아니 간절하게 부탁한다. 

"Could you show me the way?"

이 말을 중심으로
'직접'도 넣고
'함께 가달라'도 넣고
'함께 가자'는 시늉도 한다.

바쁜 듯 보였지만
우리에게 띄엄띄엄 영어로
말해주던 경찰이 

동료들에게 무언가 말을 하고
그 무리에서 빠져나오더니
따라오라며 앞장선다. 

후유. 



"여깁니다. 여기서 이제 들어오는 열차를
타시면 됩니다."

그가 데려다준 그곳은 세상에.
절대 누가 설명해줄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도대체 우린
어디에 내린 걸까?

한 십여분을 그 많은 인파를 헤치며
계단을 올라가고 내려가고 
길을 건너고 
터널 같은 곳을 지나
왼쪽 오른쪽 돌고 돌아 
한참을 갔으니, 


그걸 과연 누가
설명해 줄 수 있었을까.

영어를 못해서가
아니었다. 설명이 너무
복잡해 그 애들은 말하려다
말고 또 해주려다 말고
그랬던 것 같다. 



아. 우린 완전히
국제적 미아가 될 뻔!!! 

"달려라 달려~"

전철에서 내려 그야말로
눈썹이 휘날리도록 헐레벌떡 

둘이 손 꼭 잡고 뛰고 뛰어 
아슬아슬하게 공항가는 열차를 
잡아 탄다.

그 열차에서 내려
또 뛰고 뛰어 겨우겨우
제 시간에 비행기를 탄다.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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