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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Oct 24. 2019

울산 C.C.골프 9월 라운딩

미소회


2019년 9월 23일 넷째 월요일. 가을의 초입에서 우리는 정기 라운딩을 갖는다. 꽉 찬 4조. 카트 네대가 나란히 자리 잡고 라운딩 한다. 각 코스로 흩어지지 않고 오로지 남코스에서만 1시 6분부터 모두가 함께 한다. "모여라~ 모여~ " 일단 나갔다 하면 우리 멤버들을 불러 모아 사진 찍는 것으로 시작하는 나. 이미 익숙해진 멤버와 달리 오랜만에 온 은숙은 쑥스러운 듯하다. "마스크 하지 마. 사진 찍게." 정숙이 태념을 챙긴다. '흠~ 저기 낄까 말까?' 영 사진 찍기를 싫어하는 말자가 무리들 옆에서 망설이며 서 있자 정숙이 힘차게 부른다. "언니~ 어서 오세요 어서."  태념은 마스크를 벗을까 말까 여전히 갈등 중이고 나의 촬영 독촉에 익숙한 화영, 문정, 순애는 예쁘게 표정 잡고 있고 여전히 쑥스러운 은숙은 머리를 긁적긁적 드디어 쑥스러워하던 은숙도 활짝 웃으며 촬영이 시작된다. 




마지막 조인 혜정, 은경, 은향이 안 보인다. 하긴 1시 24분 티오프인 마지막 조가 1시 6분이 채 안된 첫 조 나가는 이 시간에 올 리가 없다. 그러나 우리 막내 정숙과 문정은 뒷 조이면서도 커다란 가방을 들고 일찌감치 와 있다. 와이? 그들은 공통점이 있으니 막내라는 것과 커다란 가방을 들고 있다는 것. 문정의 가방에는 변함없이 그녀가 정성껏 직접 구운 과자와 빵이 들어있고 정숙의 가방에는 맛있는 과일이 가득하다. 그리고 그것들은 즉시 카트마다 나누어진다. 막내들이 우리의 먹거리를 항상 푸짐하게 챙긴다. 정성껏 아주 정성껏 과일도 깎고 오븐에 빵과 쿠키를 직접 굽고. 아, 감사합니다. 두 막내님들~  "커피 조심조심~ " 막내의 모습은 무엇이고 예쁘다. 마침 혜경도 옆에 있다. 동그랗게 눈을 뜨며 놀랄 정도로 나는 찰칵찰칵 우리 예쁜 미소회 멤버들을 촬영하기 바쁘다. 정숙도 가담한다. 그렇지 그래. 막내 둘과 혜경. 제대로 폼을 잡아보셔. 난 다그친다. 하하 "네~ 회장님~" 호홋 예쁘게 손가락 사랑 포즈까지 잡아주는 자상한 우리 동상님들. 이 기막힌 가을날에 빵빵 신나게 공을 칩시다. 좋은 동반자와 함께 멋진 라운딩. 좋아요 좋아~



앗, 옛날에 유행하던 노란 스마일 스티커. 저거 정말 유행했는데. 우리가 화영의 팔에서 떼어내려 하자 깜짝 놀라며 "이거 옷에 본래 있는 거야요." "앗, 따로 붙인 스티커 아니고?" 하하 일부러 떼어내려 긁어보고 신기해하는 우리에게 "잠깐잠깐 이 빵들 드세요~" 계피향 가득한 두툼한 만주를 하나씩 나누어 준다. 우리 미소회엔 언제나 먹거리가 풍성하다. 보무도 당당한 제1조. 드디어 라운딩 시작이다. 빵! 멋진 샷을 날리고 당당하게 물러서는 태념, 막 샷을 준비 중인 순애, 전략 구상 중인 경민. 뒤에서 지켜보는 우리는 그냥 막 즐겁다.



 "6개월 만에 처음 공치는 거라더니 새빨간 거짓말이야." 화영, 형숙, 나는 은숙에게 막 투덜댄다. 세상에 그렇게 오랜만에 나와 저렇게 빵빵 멋진 샷을 날리다니 말이 되느냐 말이다. 그렇게 은숙은 나름 장타인 우리들 앞에 공을 떨어트리며 우리의 원성을 받는다. 조용한 미소만 생글생글 날리며 "진짠데. 나 진짜 오랜만에 나왔는데." 하하 우리는 그러는 은숙을 더욱 놀린다. "거짓말이야. 그렇게 안치고는 이렇게 잘 칠 수가 없어. 그건 새빨간 거짓말이야." 씽글을 코앞에 두고 그때를 정점으로 공이 잘 안된다는 형숙. 혜경인가 홍수인가 은향인가 정숙인가 70대를 코앞에 둔 그때 한 팀이었던 우리는 조심조심 그녀가 씽글을 완성토록 응원했었다.  



어느새 남코스 7번 홀. 저 아래로 태념, 말자, 순애, 경민이 보인다. "잘 쳐~ " 와우~ 반가움에 크게 응원의 파이팅을 보낸다. 초록빛 잔디는 그 절정을 이루고 살살 부는 바람은 공치기 그보다 더 좋을 수는 없는 완벽한 날씨를 만들어 준다. "어차피 앞팀 기다려야 하는데 우리 여기서 촬영하잣!" 나의 사진 촬영 욕구는 짬이 나니 여지없이 발휘되는데 그냥도 아니다. "여기 앉아서 찍어야 멋지게 나와~" 에구에구 에구구구 투덜대면서도 나의 요구에 잘 따라준다. 재빠른 화영은 어느새 멋지게 자리 잡고. 하하 거기서 얌전히 끝낼 내가 아니다. "자자~ 다리는 살짝 옆으로 예쁘게 쭉쭉."푸하하하 계속되는 요구사항을 그대로 따라주어 드디어 멋진 사진 완성. 오랜만엔 나온 은숙은 이 모든 게 쑥스러운지 그저 미소만 배시시. 다시! 다시! 같은 듯 다르게. 하하 이쪽에서 저쪽으로 캐디도 우리들 즐거운 촬영이 재밌는지 이리저리 왼쪽 오른쪽 돌며 우리를 다양하게 찍어준다. 쓰러질 듯 함께 부여잡고 그게 우스워 깔깔 푸하하하 



우리 넷의 모습은 모두 같아 보여도 저 멀리 뒤 그린에서 퍼팅하고 있는 태념, 순애, 말자, 경민의 모습을 보면 모두 다르다. 즉 모두 다른 사진이라는 얘기다. 그러므로 미소 한 모금이라도 자기가 잘 나온 사진을 취하라고 매우 같은 듯 보이는 사진 석 장을 모두 올린다. 하하 푸하하하 저 사진을 찍으며 쏟아내던 웃음이 다시 터지려 한다. 푸하하하 오홋. 앞조 포착. 잠깐 멈추어랏. 찰칵찰칵. 말자, 순애, 태념을 세워놓고 찰칵찰칵. 그런데 요즘 트렌드가 블랙 앤 화이트인가? 멋쟁이들 우리 미소회 멤버들은 거의 대부분이 블랙 앤 화이트. "네~ 요즘 블랙 앤 화이트가 유행이어요~" 궁금증을 참지 못해 물어보니 역시~ 흑백 패션이 요즘 유행이란다. 그럼 그렇지 패셔너블 미소회! 같은 듯 다른 사진. 저 멀리 산이 너무 멋져~  산을 넣고 한번 더! 난 참으로 그들을 귀찮게 한다. 하하





남코스 9번 홀. 카트가 밀린 탓에 여유만만이다. 오홋. 그 바람에 우리 뒷조 문정과 혜경을 보게 되니 반가움에 불러 세우며 크게 "포즈~ " 한다. 어프로치 샷 하랴 바쁜 와중에도 "네~ 네~ "하며 멈춰주는 센스 만점의 문정과 혜경. 하하 어느새 휙휙 9홀이 끝나고 인코스에 앞서 밀린 카트 기다리느라 휴식시간. 경민이 안긴 망고 통조림을 맛있게 먹고 있다. 잠깐 순애 잠깐! 난 망고가 막 입으로 들어가려는 순간 또 딱! 멈추게 하고 찰칵. 하이고 나도 참. "아뇨 아뇨 저, 게스트라 안 찍어요." 피하는 상옥을 굳이 함께 찰칵하고야 마는 나의 짓궂음. 하하 이미 문정, 혜경, 선자는 나의 이런 등쌀에 능숙하다. 하하 경민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피하려 해도 앉아있는 카트로 들이닥치는 데야. 아니 요렇게들 예쁘면서 도대체 왜, 와이! 카메라를 피하는고. 그렇지 그렇지. 태념처럼 차라리 포즈를 취해주는 게 현명한 방법. 와이? 어떻게 피해도 난 찍고야 마니까. 푸하하하 




조만간 이 초록 잎은 빨갛게 물들겠지. 그렇게 가을은 훌쩍 다가와 또 훌쩍 물러가겠지. 그러면 잎도 다 떨어지는 황량한 겨울이 오겠지. 아, 드디어 인코스 직전에야 만나는 오늘의 마지막 조 은경, 은향. 반가워 반가워~ 들이대는 나의 카메라에 호홋 능숙한 포즈 예쁜 우리 미소회 멤버들~ 아삭아삭 맛있는 배를 예쁘게 깎아 일일이 플라스틱 통에 담아 카트마다 안긴 정숙의 정성. 직접 구운 빵 문정의 정성. 9홀을 끝내고 지쳐있는 우리의 몸과 마음을 풍성하게 해 준다. 간식이 차고 넘치는 우리 미소회~ "회장님도 찍어요~" 굳이 나의 핸드폰을 뺏아 찍어주는 문정 덕에 나도 이 멋진 곳에서 좋은 동생들과 함께 사진을 남긴다. 이제 서코스에서의 후반부 시작. 블랙으로 쫙 빼입은 우리의 기막힌 총무 태념의 샷이다. 뒤에서 2조 3조 4조가 다 지켜보고 있다. 그에 부응하게 빵~ 멋지게 치는 태념. 쓔우우우우웅~ 저 멀리 훼어웨이에 안착한다. "나이스 샷~" 같은 듯 살짝 다른 태념과 순애의 피니쉬. 태념은 아직 피니쉬가 완성되기 전에 찰칵되었고 순애는 완전히 피니쉬가 된 후에 찍은 듯싶다. 여하튼 피니쉬가 완벽해서일까 이들의 샷은 그야말로 쓔우우웅~ 쭈욱 쭉 뻗어나가는 장타다.





여름 내내 이 곳을 지켰던 배롱나무도 이제 다음 달에 오면 지고 없을 것이다. 서코스 2번 홀을 언제나 아름답게 지키고 있는 배롱나무. 피고 지고 피고 지고 같은 나무에서 순차적으로 피고 져 마치 오래 백일 동안 피어있는 듯이 보여 백일홍 백일홍 하다가 발음이 어려워 배롱 배롱 되었다는 배롱나무. 정말 예쁘다. 마침 카트가 밀려 제1조 동생들을 또 만난다. 말자, 태념, 순애의 멋진 샷 장면을 찰칵찰칵 카메라에 담는다. 한결같이 보이는 흔들림 없이 단단하게 딱 버티고서 있는 왼다리의 모습. 파란 잔디, 앞에는 구비구비 둥근 산. 아, 울산 C.C. 는 정말 아름답다. 좋은 날씨, 좋은 동반자, 이 아니 행복일까. 




우리 태념 총무는 맛있는 메뉴를 고르는 데 탁월하다. 오늘 식사는 무엇일까? 모두들 두근두근 설렘으로 기다린다. 드디어 시상식. 헉! 70대 진입을 코앞에 두던 형숙이 행운상을 탄다. 하이고. 행운상은 말이 행운상이지 맨 꼴찌에게 주는 상이다. 물론 핸디캡으로 계산된 꼴찌이지만 그래도 씽글을 코앞에 두던 형숙이 행운상이라니. 하이고오오오 형숙 씨~ 분발하세요~ 방글방글 멋쟁이 혜경 씨, 공도 잘 쳐요. 오늘의 니어리스트~ 오홋. 행운의 여신이 오늘 내게 임했으니, 사실 나는 롱기스트가 아니라 두 번째로 멀리 쳤는데 레알 롱기스트 정숙이 이미 롱기스트를 탔기 때문에 내게 굴러왔다. 모든 상은 한 번씩 주어지기 때문이다. 총무인 태념이 내게 시상한다. 얌전하게 조용조용 모든 게 조용한 선자 씨가 슬그머니 우승을 한다. 조용조용하면서 어떻게 저렇게 공을 잘 칠까? 무언가 우승하려면 시끌벅적해야만 할 것 같은데 말이다. 하하 짝짝짝 참 잘했어요~ 모두의 축하 박수를 받는다. 그리고 우리 또! 상 하나도 못 탄 사람들. 하하 일명 참가상! 쪼르륵 줄 서시욧. 해서 참가상 들고 찰칵찰칵. 같은 듯 살짝 다른 사진. 모두 같은 듯 하지만 문정의 입모양에서 확실히 다른 사진임을 알 수 있다. 하하 너무 예쁜 우리 미소회~ 미소가 아름다운 미소회~  우리들의 미소는 영원하여라~  회계정리를 기막히게 잘하는 우리 총무님. 말 한마디 한마디에 회원들의 박수가 쏟아진다. 맛있는 닭고기 후에 부글부글 곱창과 낙지가 함께 하는 맛있는 전골. 푸짐하게 식사하고 맘껏 웃음을 쏟아내고 행복한 9월의 라운딩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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