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꽃뜰 Oct 30. 2019

울산 C.C.골프 가을이 무르익었다

미소회 10월 라운딩

2019년 10월 28일 월요일은 울산 C.C. 에서 미소회 정기 월례회가 열리는 날! 그런데 단체팀 무려 28조가 행사하는 통에 못할 뻔하다 우리의 유능한 총무 덕에 늦게나마 하게 된다. 음하하하 많이 밀리고 아주 늦게 끝나지만 가을이 한창 무르익은 정겨운 울산 C.C. 에서의 라운딩이니 만사 오케이다. 오호 라카룸도 북적북적 매우 붐비더니 동코스 저 멀리 카트가 여러 대 꽤 밀려있음이 보인다. 



바삐 가는 빨간 옷, 분명 우리 미소팀 이리라. 아직 여유 있는데 왜 저리 휙휙 빨리 가는 거지? 불러 세운다. 왜 그렇게 급해? 나 2조인데 늦지 않았나요? 아니야. 아직 1시도 안 되었는걸. 그래요? 난 늦었는 줄 알고. 헉헉. 겨우 그녀를 진정시킨다. 등나무 아래서 대거 몰려나오는 우리 멤버들. 순애가 씽글 기념으로 턱을 낸 김밥을 먹고 있었단다. 아하. 나도 빨리 가서 먹을 걸. 난 모하느라 늦었지? 재빠른 동생들은 어느새 밥 다 먹고 정리해서 나오는 중. 하이고. 재빠르기가 모두들 이루 말로 다할 수없다. 난 따라가기 바쁘다. 오늘의 첫 팀. 뒤적뒤적 가방 속을 뒤지며 라운딩을 준비한다. 그대로 둘 내가 아니다.  모두들 내리셔. 오늘의 촬영을 해야지.



여기 앉아봐 앉아. 앉으면 정말 잘 나와. 네 앉으라고요? 치마를 입은 은향이 털썩 무릎을 꿇는다. 하하 잔디밭에 겁 없이 무릎 꿇고 포즈. 혜정이 다가오며 앉아? 무릎 꿇고? 뭐? 앉아야 한다고? 무릎을 꿇으라고? 화영도 다가오고 그러게 말이에요 앉으래요. 하하 화사한 가을 햇빛이 너무 좋다. 앉은 들 선 들 그 무어가 달라지겠냐마는 하하 어쨌든 가을 햇빛 최고의 날이다.




밝은 햇살 아래 그러나 이미 티 그라운드에 있는 앞팀이 있어 깔깔 푸하하하 아무리 웃음이 나와도 쉬쉬 쉿 입을 막으며 조용히 조용히 살살 살살 아주 조용히 촬영을 한다. 읍 읍 쏟아지는 웃음을 참으며. 하하 "무릎을 꿇으시니 저도 무릎 꿇고 찍어드립니다." 매우 재미있는 앞팀 캐디가 즐겁게 우리를 찍어준다. 하하 푸하하하 "감사합니다~"라고 크게 외치고 싶지만 쉬 조용해야 하므로 그 캐디 곁에 가서 살짝 속삭인다. 감사하다고.




아하 가을은 정말 무르익었는데 날은 아직 덥다. 더운 듯 잠바를 벗으면 어느새 쌀쌀한 바람이 너무 춥게 느껴져 다시 잠바를 입고 그러기를 여러 번 반복한다. 처음 시작할 때 오비를 내며 멀리간을 받더니 그때부터 필금은 빵빵 신나게 샷을 날리며 장타를 자랑한다. "어깨 아파 병원에 갔더니 노화래요~ 눈이 아파 병원에 갔더니 노화래요~" 내참 노인 앞에서 노화 노화 미치겠다. 예쁜 얼굴로 노화 노화 세상에. 정말 그럴 거야? 노인 기죽게 스리. 정식으로 18홀에 멀리간 하나씩 허용하기로 이참에 정한다. 회장 명으로 땅땅땅. 오케이 누구든 한 번은 멀리건 당당하게 쓸 수 있다. 



아 어떻게 이 가을을 표현할 수 있을까. 노랗게 물들어가는 나무들 파란 하늘. 스코어가 잘 안 나와도 나는 아이 돈 케어. 이 멋진 날에 남에게 피해 주지 않고 갈 수 있으면 그것으로 끝~ 이 아니라 아, 오늘 날씨는 이리 좋은데 왜 스코어는 잘 안 나올까. 도대체 왜 파도 못하고 보기 하기도 힘드냐 말이다. 여차하면 더블 보기를 기록하고 있으니 내가 마냥 이렇게 가을 속에 빠져있을 수만은 없는데. 드디어 트리플 보기를 하면서 정신이 번쩍 든다. 이럴 수는 없지. 그리고 파를 한다. 그러니까 정신을 집중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나의 정신집중 부르짖던 그 마음 상태는 오데로 사라졌는고? 어떻게 가을이 무르익었다고 이토록 정신을 못 차리냐 말이다. 



앗, 동팔이다! 슬금슬금 우리를 향해 걸어오는 고양이를 보며 모두 환호를 지른다. 동팔이 동코스 팔 번 홀에 있어 지어진 이름 동팔이 울산 C.C. 의 최고령자. "이빨도 다 빠졌어요. 최고로 나이 많아요." 캐디가 동팔이에 대해 잘 아는지 거침없이 그가 얼마나 늙었는지를 줄줄줄줄 쏟아낸다. 가릉가릉 거리며 우리들 곁에서 한참을 논다. 카트 타고 같이 가자니 절대 근처에 안 온다. 카트에 심하게 다친 적이 있기 때문이란다. 그렇게 동팔이를 두고 우리는 다음 홀을 향해 붕~ 떠난다. 동팔이 안녕~ 



아, 가을이 무르익었다. 저게 억새일까 갈대일까? 억새요. 하하 모두들 안다. 물가에 있는 건 갈대. 산 위에 있는 건 억새. 산들산들 갈대와 파란 하늘. 아, 멋지다.



'우정에 금 가는 거리'라고 우리는 말한다. 아슬아슬하게 퍼터 긴 자락을 살짝 넘는 길이. 오케이를 줄 수가 없다. 다시 집중해 신중하게 조심조심 살살 굴리니 오홋 땡그랑. 파! 우리는 지금 내기 중인데 조커를 무조건 4타로 하고 있다. 트리플 보기를 했을 때 그렇게나 뽑기 힘들던 조커가 헉, 여기서 뽑힌다. 아흑 파가 보기 되는 순간이다. 내참. 안 될 때는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더니. 에휴.  




호수와 어우러진 억새 하며... 그런데 이 호수는 물인데 그렇다면 이것은 갈대인가 억새인가? 산에 있는 게 억새 물 곁에 있는 게 갈대라고 들었는데 그렇다면 산속 호숫가의 이것은 갈대인가 억새인가 그것이 궁금하다. 어쨌든 가을 햇볕과 함께 반짝반짝 빛나는 호수와 분수 그리고 갈대인지 억새인지 장관을 이루고 있다. 이렇게 멋진 풍경 앞에서 어떻게 공에 집중할 수 있을까. 아흑.



아, 가을이 무르익었다. 낙엽이 뒹굴고 있다. 남코스 티그라운드 등나무 옆에 이런 멋진 길이 있을 줄이야. 어차피 인코스 대기 중인 꽤 많은 카트를 기다리려면 시간이 많다. 가만히 있을 내가 아니다. 모두들 모여라! 가을 정취 물씬 나는 이 곳에서 우리 가을 사진을 찍자. 어서 와. 어서. 카트에서 끌어내리는 나. 캐디는 나보다 더 들떠 이리 붙어라 저리 붙어라 손가락 사랑을 해라. 나와라 들어가라. 하하 정숙은 스쾃 자세를 유지. 푸하하하 사진 찍는다고 폼 잡는 이 순간 너무 재밌어~



뒷 팀을 불러와 초록 벨벳 모자와 주홍색 너무도 예쁜 주름치마 혜경을 맨 앞에 세우고 촬영하려는데 곁에서 들 난리가 난다. 다리를 그렇게 해선 안된다 세워라 붙여라 하하 그야말로 아우성이다. 이렇게? 요렇게? 하라는 대로 발을 만드느라 바쁜 혜경. 3조 전체가 힘을 합쳐 멋진 가을 사진을 찍느라 난리법석 



어느새 그 길고 긴 단체팀 때문에 길어진 기다림의 시간은 훌쩍 흘러가 1조가 나가야 하는 시간이 된다. 오홋 우리 모두 함께 하니 아무리 기다림이 길어도 지겨움이란 없다 음하하하하하



다만 길어진 기다림의 시간 때문에 한시 십이 분에 티오프 하고도 5홀을 남겨두고 라이트가 번쩍번쩍 들어와 야간 경기를 하게 된다. 어둡고 불이 들어오니 공이 잘 안 보인다. 그러나 파란 드넓은 잔디밭에 군데군데 환한 라이트 조명은 그야말로 기막힌 분위기를 연출한다. 



"헉. 코스에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 그 멋진 분위기에 뿅~ 가 공은 뒷전이요 사진 찍으려 난리 난 나를 깜짝 놀라 제지하는 캐디. 하하 난 왜 이리 절제가 안 될꼬? 드디어 마지막 홀에서야 겨우 허락을 얻어내 있는 대로 포즈를 취한다. 캬~ 애인이랑 야간 경기하면 끝내주겠네. 하하  <끝>

작가의 이전글 울산 C.C.골프 9월 라운딩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