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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Dec 16. 2019

다이어트 실패하는 여자


화근은 바로바로 떡이었다. 그 모시떡 비슷한 쑥개떡. 주먹만 한 그 떡을 여섯 개는 먹은 것 같다. 배가 꼴까닥 차오를 때까지. 아, 이미 6시도 7시도 넘었는데 어떻게 그렇게 무참히 무너질 수 있을까. 그러고 나서 양치질을 하면 되는데 일단 무너지면 양치질 그런 거 안 한다. 그리고 자꾸 무언가를 꾸역꾸역 뱃속에 처넣는다. 커다란 대봉을 먹었고 뻥 투기 6개를 먹었고 그리고 또 그대로 이를 닦으면 되는데 전에 추억의 옛날 과자 한 보따리 사다 놓은 것이 생각난다. 뒷베란다로 달려가 제크를 꺼내온다. 세상에. 내가 아무래도 미친 것 같다. 아. 어떡하지. 이제 16시간 공백은 지키려야 지킬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렸다. 정말 어떡하지? 이대로 끝? 그래서는 안되는데. 


11월 30일에 쓴 글이다. 물론 그대로 곯아떨어져 완성도 못 하고 작가 서랍에 처박혀있던 것이다. 그렇다. 나의 간헐적 단식 다이어트는 무너졌다. 그 정도에서도 요요가 오는 걸까? 이렇게 끝도 없이 먹고 싶은 게 바로 요요라는 걸까? 배가 고파서가 아니라 정말 습관적으로 몸속으로 들어가고 있는 많은 지저분한 것들. 아. 싫다. 나의 뱃속도 머릿속도 정신없이 무너지고 있다. 이 컴퓨터라는 게 참 이상해서 한번 먹으면서 시작하면 정말 무얼 먹는지도 모르게 끝도 없이 입으로 들어가고 안 먹고 시작하면 끼니때가 되어도 배고픈 줄도 모르고 집중하게 된다. 그러니까 시작이 중요하다. 아무리 조그마한 것이라도 먹기 시작하면 그건 끝장인 것이다. 컴퓨터 앞에서는 절대 안 먹기. 그런 걸 정해놓을까?


그런데 그 정한다는 것도 매우 문제 가 있다. 배가 고파야 먹던 것도 절대 안 먹기 하고 결심하는 순간 갑자기 더 먹고 싶어 지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냥 배가 부르면 거들떠보지 않던 것도 절대 이젠 그만 좀 먹어야지 다짐하는 순간 밥을 먹고 왔음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 먹거리로 손이 간다는 것이다. 언젠가 읽은 책이 생각난다. 우리 몸이 너무 영악해서 내가 다이어트를 결심하는 순간 몸은 비상사태로 돌입 무언가를 마구 쟁여놓으려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다이어트를 하려면 내 몸이 모르게 절대 들키지 말라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나는 대놓고 다이어트했으니 내 몸이 다 알아버려 틈만 나면 먹거리로 손을 뻗는 걸까. 입으로 주절주절 그 지저분한 것들을 먹어대는 순간, 나의 몸도 따라 망가진다. 그래도 양심은 있어 살이 안 찔 것 같은 뻥튀기며 강냉이 같은 걸 먹는다. 옛날 어느 드라마에서 할아버지 작가가 앉은뱅이책상 한편에 항상 커다란 강냉이 사발을 두고 있었다. 아하 강냉이는 글 쓰는데 도움이 되는구나. 합리화를 시키며 강냉이를 마구 먹는다.  


아, 그러나 살 안 찔 것 같아 먹는 이 강냉이는 글 쓰는 우아함을 깡그리 사라지게 한다. 커피와 글쓰기 얼마나 잘 어울리는가. 그런데 왜 하필 강냉이냐 말이다. 습관적으로 한 움큼씩 퍼서 입속으로 넣는 순간 그 떨어지는 부스러기들로 주변은 지저분해지고 입속도 텁텁하니 영 개운치 않다. 그뿐인가. 강냉이라는 것이 배를 퉁퉁 불리는 건 순식간이다. 그렇게 주변도 나의 입안도 뱃속도 온통 지저분해지게 만드는 그 강냉이를 난 왜 글 쓴다면서 가지고 들어오는 것일까. 이 지저분한 뱃속, 마음속, 머릿속 정말 싫다. 어제도 밀린 영어며 태국어며 공부한다고 끝도 없이 먹어댔으니 강냉이 도대체 몇 사발이냐. 그리고 떡국 끓여먹겠다고 주문한 가래떡이 도착하였으니 김이 모락모락 나는 말랑말랑 가래떡 이건 또 얼마나 환상적인가. 아, 맛있어. 한 줄 두줄 석줄... 미쳤어. 헉헉 숨이 차오른다. 너무 배가 불러서. 그러고 있는 나는 얼마나 못나 보이는가. 


그런데 김이 모락모락 나는 떡집에서 갓 뽑아온 가래떡만 보면 난 멈출 수가 없다. 초등학교 2학년? 3학년쯤이었을까. 어느 집에선가 가래떡을 가져다주었나 보다. 그 옛날엔 설 전에 떡 뽑는 게 정말 큰 일이었으며 집집마다 한말 이상은 했던 것 같다. 커다란 대야에 쌀을 씻어 담아 불린 후에 엄마랑 낑낑 머리에 이고 방아 간에 가서 어마어마한 줄을 서서 기다린 후에 뜨끈뜨끈 가래떡을 뽑아오면 하하 그건 창고방에 놓이게 되는데 그것 써는 일이 또 한바탕 잔치이고 그렇게 썰어진 떡도 항상 그 차가운 창고방에 놓여있었다. 친구랑 그 떡국용 썰어진 것을 하나하나 집어먹으며 또는 난로에 구워 먹으며 뒹굴뒹굴 놀곤 했는데 아 그때 그 떡은 얼마나 맛있었던가. 광화문 덕수 국교를 다녔기에 녹번리 우리 집은 정말 멀었다. 게다가 차비 2원을 아껴 맛있는 것 사 먹고 걸어 다니기까지 했으니 광화문에서 녹번리가 얼마나 어린이에겐 먼 거리인가. 무악재 고개에서 서울여상에 들어가 벌컥벌컥 수돗물을 마시고 산골고개가 마지막 고비. 하하 그렇게 우리 친구들은 차비를 달랑 까먹어버리고 종종  걸어 다녔다. 그야말로 기진맥진. 오죽하면 그 어릴 때 난 커서 엄마 되면 절대로 나의 아이를 이렇게 먼데 있는 학교 안 보낼 거라고 결심했을까. 하하 여하튼 그렇게 지쳐 돌아온 내게 타원형으로 둥글게 말려있는 커다란 가래떡을 일하는 언니가 주었다. 커다란 스텐 대접에 담겨있던 그 가래떡을 간장에 찍어 먹는데 아, 얼마나 맛있던지. 난 그때 그 맛을 못 잊어 그야말로 막 뽑은 가래떡만 보면 환장하는 것이다. 


그 향수에 젖어 가끔 가래떡을 뽑는다. 그때마다 나의 배는 고난을 당한다. 볼록 튀어나오는 나의 똥배를 어찌할꼬? 적게 먹는 소식은 참 좋은 것 같다. 우선 뱃속을 편하게 한다. 그리고 무언가 사람을 깔끔하게 만든다. 지저분한 것들로 배를 가득 채우고 있으면 몸이며 주변이며 마음이며도 덩달아 지저분해지는 것 같다. 그런데 밤에 안 먹기가 무너지니 그대로 줄줄줄 다이어트 파괴다. 다이어트 성공 못하는 여자. 그래 난 다이어트 성공 못하는 여자다. 그래서 뭐? 


얼마나 힘든가. 밤에 안 먹기. 아 도대체 어떻게 16시간을 안 먹었지? 아침이 되어서도 시간을 재가며 여보 잠깐만 기다려 이제 한 시간만 지나면 내가 먹어도 되는 시간이야. 해가며 정말 정말 배가 고파도 그 16시간을 지키려 무던히도 애를 썼다. 그러나 슬금슬금 길고 긴 밤에 먹거리에 손을 대기 시작하니 우아한 나의 글쓰기 밤이 사라져 버렸다. 그렇다고 이제 다시 그 간헐적 단식 다이어트를 시작하려는가? 아, 여기 또 제동 걸리는 것이 있었으니.


나랑 신체 조건이 비슷한 엄마의 이야기를 해야겠다. 그렇게 살이 찐 건 아니지만 좀 날씬하면 더 예쁘겠는 그런 정도. 똥배가 넉넉한 그러나 힘주면 살짝 가릴 수도 있는 그런 상태. 맛난 먹거리 가득한 뷔페식당에서 한 달에 한 번씩 만나는 모임 속 우리는 "다이어트는 내일부터!" 외쳐대며 절제 않고 맛있는 걸 다 먹어버리곤 했다. 그런데 이번에 무슨 큰 행사 가 있고 하여 거의 석 달 만에 그녀를 보게 되었다. 앗, 그런데 이게 웬일. 그녀가 너무도 살이 빠진 것이다. 다이어트에 성공했구나? 어쩜 어떻게 이렇게 뺐어? 그렇게 감탄은 했지만 속으로 생각은 그게 아니었다. 아니 어떻게 저렇게 빠졌을까. 완전 꼬챙이인데. 아, 저건 아닌데 저렇게 빠져서는 안 되는데. 행사가 많아 바쁘게 일하다 보니 6킬로가 빠졌다는데 더 빠진 것 같다. 날씬하다 못해 너무 말랐다 소리들을 지경으로 변한 그녀. 다이어트 성공했네~ 좋은 말만 퍼부었지만 왜냐 그녀 자신도 걱정하는 것 같아서. 너무 빠진 것 같아 살을 다시 찌우려고 한밤중에 단 것도 막 먹고 하는데 살 찌우는 건 더 힘들더라. 하는 그녀. 아, 나의 맘속에선 절망하고 있었으니 함부로 살 뺄 거 아니구나. 저렇게는 아니야. 저렇게 꼬챙이는 아니야. 


그 때문일까. 그래서 나의 간헐적 단식 다이어트는 그렇게 무참히 막을 내린 걸까. 그래도 간헐적 단식을 하면서 한 3킬로는 순식간에 빠졌고 몸과 마음이 너무도 상쾌했고 밤에 우아한 시간을 맘껏 가질 수 있었던 그 많은 장점을 다 몰라라 할 수 있겠는가. 그러니 다시 다이어트를 하긴 해야겠다. 왜냐 나의 그 깔끔한 배 상태를 갖고 싶기 때문이다. 몸무게도 감히 무서워서 못 달아봤다. 얼마 전 맘먹고 체중계에 올라가니 앗 마침 배터리가 나갔는지 숫자가 나오다 말다 하더니 그대로 먹통. 그래서 또 한참을 잊고 있다 드디어 수은 전지를 사 왔고 갈아 끼웠고 살금살금 올라가 재보았다. 61.5 킬로그램. 헉. 뱃속의 지저분한 감각과는 달리 몸무게는 그렇게 많이 늘지는 않았다. 웬일이지? 그렇다. 몸무게는 아직 절망 수준이 아니다. 문제는 나의 께름칙한 이 뱃속 느낌이다. 


그래. 결론을 내리자. 그래서 어쩌겠다고? 다이어트를 할 것이냐 말 것이냐. 과연 16시간 식사 공백. 그 간헐적 단식 다이어트를 다시 할 수 있을까? 할까? 말까? 몸이 모르게 해야 하는데. 그땐 애써서 했는데 밤에 안 먹기가 왜 그렇게 힘들까? 할까? 다시 할까? 맘을 먹을까? 6시 이후 안 먹고 다음날 9시부터 먹기 시작하기? 아님 7시까지 먹고 담날 10시부터 먹기? 그래 내가 그렇게나 잘하던 건데. 밤에 입에 아무것도 안 대는 것. 난 그거 할 수 있다. 지금까지 해왔다. 그거 안 하니 얼마나 나의 뱃속이 지저분해지더냐. 그건 아니지 않은가. 아 그런데 그 힘들 던 때가 생각나며 잘 마음이 다잡아 지지 않는다. 어떡하지? 이 글을 쓰면 절로 다이어트하고픈 맘이 그때처럼 퐁퐁 솟아날 줄 알았는데 그거 아니네. 어떡하지? 그 힘든 걸 다시 하고 싶지 않다. 그리고 그렇게 빼빼 마르고 싶지도 않다. 어떡할까? 


어떡하긴 무얼 어떡해? 확 마음을 먹어버리면 되는 걸? 밤에 꾸역꾸역 먹는 거. 그건 절대 아니지 않은가? 먹기 시작하면 그 긴긴 겨울밤 집안의 먹거리를 몽땅 해치울 수도 있다. 배가 산더미처럼 불러오는 것. 아, 그건 아니다. 자. 다시 해보자. 그때 너무 먹고 싶으면 이 노트북으로 달려오지 않았던가. 그래서 무언가를 쓰는 거다. 먹고 싶은데 어떡하나 아, 어떡하나 먹을까 말까. 그렇게 하다 보면 정리가 되던 나의 마음. 그거 다시 해보자. 그래. 밤에 뱃속이 깔끔하면 나의 우아한 모습도 되찾을 수 있고 참으로 멋진 밤을 보낼 수 있지 않느냐 말이다. 그러자. 제발 그러자. 할 수 있을까?


구체적 계획을 짜 보자. 문제는 요가를 다녀와서다. 요가 가기 전은 6시 45분. 그 이전에 저녁식사를 마쳐야 한다. 요즘 그것도 무너져서 요가 다녀온 후 허겁지겁 신나게 먹어치웠으니 요가로 늘어난 허기진 배에 먹을 건 또 얼마나 쑥쑥 잘 들어가던고. 그러지 말자. 요가 가기 전에 무언가로 배를 채우기로 하고 다녀와서는 7시가 지나간 시간이니 그걸 이유로 먹지 않기로 하자. 그래. 아침 10시부터 7시까지는 신나게 먹자. 그러나 밤에는 아니야. 그래. 밤에는 물만 마시기. 그거 다시 해보자. 밤에 얼마나 상쾌할 수 있는가. 왜 그걸 무너뜨리느냐. 그런다고 그렇게 꼬챙이처럼 마르지는 않을 것이다. 7시 이후에는 먹지 말자. 그래 단순하게 그렇게 정하자. 7시 이후 안 먹기. 그리고 다음날 10시부터 먹기. 그 단순한 거 참 잘 지켰는데 그런데 어느 순간 무너졌다. 룰은 깨지라고 있는 것. 다시 맘 잡으면 된다. 그래. 해보자. 작심 3일이 되면 어떠랴. 그때 다시 맘먹으면 되지. 파이팅!!! 오늘부터 시작이다. 7시 땡 지나면 난 아무것도 안 먹는다. 외우자.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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