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과의 처음 만난 날에

6082일. 강아지별로 떠난 반려견 이야기

by Heba

17년 동안 함께한 우리 사이의 날들.

그 시간 중 내가 생을 다할 때까지 잊지 못할 하루를 꼽으라면,

단연 처음 만난 그날이다.


어느 해, 현충일을 하루 앞둔 늦은 오후.

초등학교 1학년인 조카를 데리러 갔다가, 평소처럼 집

현관문을 열었을 때.

내 눈에 들어온 건, 부스스한 갈색 털로 덮인 작은 강아지 한

마리였다.


"와아아!"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손뼉을 치고 펄쩍펄쩍 뛰었다.

지금까지 살아오며 그렇게 기쁘고 행복했던 순간이

있었을까.

어쩌면, 난 오래전부터 이 녀석을 기다리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총총걸음에 앙증맞은 외모. 인형처럼 귀여웠다.

화장실에서 안방까지는 내 발걸음으로 고작 두 걸음

거리였지만,

내 소리도 못 들었는지 녀석은 조용히 방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날, 이 녀석은 개를 무서워하던 여동생이 지인의

권유도 있었고.

조카에게 동생을 만들어주고파서 데려온 강아지였다.


"다 크면 조그마할 거야."라는 말과는 달리,

사실 몇 달 후의 녀석은 결코 작지 않았다.


기쁨도 잠시. 곧 걱정이 밀려왔다.

나는 아무 준비도 되어 있지 않았고,

무엇보다 경제적 여유가 없었다.


방 두 개에 좁은 화장실과 주방이 전부인 다세대 주택.

그마저도 월세였고, 집주인이 반려동물을 허락하지

않는다면

녀석을 돌려보내야 했다.

당시에는 큰 개를 집 안에서 키우는 사람이 거의 없었고,

'진돗개처럼 자라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도 들었다.


첫날밤.

어떤 녀석인지 몰라서, 방바닥에 혼자 두고

불을 끄고 침대 위에서 동생, 조카와 함께 누웠다.

그런데,


"다다다닥, 퍽! 다다다닥, 퍽!"

강아지가 침대 위로 올라오려 점프하는 소리가 났다.

한 주먹도 안 되는 쪼그마한 녀석이 내는 소리는.

컴컴한 방 안, 낯선 소리로 심장이 떨렸다.


그러다 갑자기,

"켁! 켁! 캭!"

목에 뭔가 걸린 듯한 기침 소리.

겁이 났지만, 불을 켜야겠다는 생각에 조심스레 스위치를

켰다.

그리고 본 건, 액체 속 꿈틀거리는 긴 기생충이었다.


너무 무서워 휴지로 덮어두고,

아침에 동생에게 짜증 난 목소리로 말했다.

"왜 병든 강아지를 데리고 왔어. 죽으면 어쩌라고. 갖다 줘."

말은 그렇게 해놓고도, 진짜로 데려다줄까 봐 조마조마했다.

이상한 이중적인 마음이었다.

아프면 내가 치료해 줄 돈이 없어서 피하고 싶은 마음이겠지.


밤새 약국이 열리기만을 기다렸다.

강아지에게 먹일 기생충 약 달라는 말에 약사는 당황했지만.

사람이 먹는 기생충 약을 잘게 잘라 건네주며 말했다.

"강아지는 태어나면 기생충이 있을 수 있어요. 이렇게

먹이면 됩니다."


그날 점심.

2층에 사는 집주인이 불쑥 찾아왔다.

녀석이 열린 방문 밖으로 나오더니

주인 앞에서 "켁! 켁! 캭!"

바닥엔 또 기생충이 떨어져 있었다.

눈앞이 캄캄했다.


들킬까 봐 마음이 조마조마했지만,

주인은 "강아지가 귀엽네요." 한마디를 남기고 돌아갔다.


그 순간 결심했다.

이 녀석이 진돗개처럼 자라더라도, 절대 버리지 않겠다.

좁은 방 안에서라도 함께 살겠다.

내가 이 녀석의 바람막이가 되어,

무지개다리를 건널 때까지 책임지겠다.


사실, 그 결심엔 한 가지 배경이 있었다.

이사 오기 전, 전 집에 함께 살던 다른 세입자가

털이 복슬복슬한 큰 개를 방 안에서 자식처럼 키우는 걸

봤었다.

그 모습을 보며 마음속으로 배웠다.

나도 개를 키우게 되면 크더라도 방 안에서 키우겠다고.


그렇게 우리 강아지는,

그날부터 우리 가족이 되었다.


그날의 시간은 점점 아득해져 가고.

그날의 기억은 점점 빛바래져 가는 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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