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유치, 운수 좋은 날

6082일 강아지별로 떠난 반려견의 이야기

by Heba

강아지 사진을 정리하다 충격을 받았다.

어느 사진 속, 녀석은 손수건을 목에 두르고 선글라스를

앞에 둔 채 ‘헤’ 하고 입을 벌리고 있었다.

그 입속에, 있어야 할 아랫니들이 없었다.

양쪽 아래 송곳니는 보이는데, 그 사이 이빨들이 전부

사라진 것이다.


믿을 수 없었다.

사진은 이전 집에서 찍은 것이었고, 나는 아현동으로 이사

온 뒤에야 자세히 들여다봤다.

옆에 누워 있는 녀석의 입을 다시 살펴봤다.

정말로, 아랫니가 하나도 없었다.


불안한 마음에 동물병원에 전화를 걸었다.

수의사는 “강아지도 이갈이를 해요. 유치 빠질 땐 삼키지

않게 조심하세요.”라고 말했다.


그때 처음 알았다.

강아지도 유치가 있고, 이갈이를 한다는 사실을.

나는 그전까지 강아지 이빨이 어떤지도 몰랐고, 상상해 본

적도 없었다.

녀석의 이는 정말 작았다.


며칠 후, 방바닥에서 반짝이는 무언가가 눈에 들어왔다.

느낌만으로 그것이 강아지 유치라는 것을 직감했다.

방이 좁아서일까, 아주 가까이에서 쉽게 발견된 것이다.

녀석이 떨어뜨린 건지 뱉은 건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저 귀한 진주라도 발견한 듯, 나는 몹시 흥분해서 얼른

그것을 주웠다.


두 번째 유치는 빠진 유치가 입안 어디쯤에 있을 것 같아서.

녀석의 입안을 들여다보던 중 발견했다.

윗입술을 살짝 들추자, 잇몸에 깨알만 한 하얀 이 하나가 꼭

붙어 있었다.

마치 내가 보기만을 기다렸다는 듯, 얌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그 작고 작은 앞니 유치를 발견한 것만으로도 놀라웠다.


세 번째 유치가 흔들리기 시작했을 땐, 뽑아 주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이가 너무 작아 혼자선 실을 묶을 수 없었다.

조카에게 도움을 청했다.

나는 실을 준비하고, 조카는 녀석의 입을 벌렸다.

몇 번을 시도해도, 실은 이빨에서 자꾸 빠져나왔다.

한 시간 넘게 애썼지만, 녀석은 반항하지 않았다.


마침내 실이 이빨에 걸렸다.

이마를 툭 쳐서 이를 뽑기로 했지만, 막상 치려니 겁이 났다.

"혹시 안 빠지면 어쩌지?", " 놀라면 어쩌지?"

결국 힘없이 살짝만 쳤고, 그때부터 녀석은 낯선 이 상황이

무서워졌는지 낑낑거렸다.


마지막 시도는 문 손잡이에 실을 묶고 문을 여닫는 방식이었다.

묶기까지는 성공했지만, 실을 당기기도 전에 녀석은 몸을

세차게 흔들었다.

그 순간 실이 맥없이 끊어졌고, 우리는 결국 포기했다.


대신 매일 입안을 들여다봤다.

언제 빠질지 모르는 이지만, 상시 대기 상태로.

지성이면 감천이라 했던가.

그 뒤로 송곳니도, 어금니도 얻을 수 있었다.


그렇게 운수 좋은 날마다 모은 녀석의 유치들은 작은 상자에

소중히 보관돼 있다.

녀석을 낳아준 강아지 엄마에게서 물려받은 유치.

언젠가, 녀석의 앤젤스톤과 꼬리털과 함께

한 곳에 담아 보내주는 날이 오겠지.


우리 강아지,

지금쯤 강아지 별에서 제 엄마를 만나고 있을까.

우리 곁에 있으면서,

얼마나 보고 싶었을까.


녀석을 내게 보내줘서 고마워.

짧은 옷소매를 끌어당겨 눈에 꾹 찍는 새벽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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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곳니 4개, 어금니 6개, 앞니 5개. 갈라지지 마라. 부서지지도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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