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82일. 강아지별로 떠난 반려견 이야기
이사 후,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콘크리트 바닥보다 훨씬 높이 떠 있는 대문이었다.
그 틈은 강아지가 빠져나가기에 충분했다.
‘판자로 막아도 될까요?’
그 한마디를 주인에게 묻지 못했다.
혹시라도 싫어할까 봐,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는 나 자신이 싫었다.
속으로만 몇 번을 되뇌다 결국,
아무 말도 못 한 채 시간만 흘려보냈다.
며칠 후.
욕실에서 씻고 나온 순간,
방 안에 있어야 할 강아지가 보이지 않았다.
순간,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현관문은 활짝 열려 있었고,
강아지가 뛰어내릴 만한 거실 높이쯤은
이미 넘긴 지 며칠 되었다.
몸은 주방으로 향했고,
눈은 거실을 미친 듯이 훑었다.
녀석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러나 나는 대문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
대문 밖 길은 낯설었다.
이사 온 후 며칠 동안 헤매던 길들.
수백 년 된 나무뿌리처럼
사방으로 퍼진 길들엔 끝이 보이지 않았다.
어디로 가야 할지도 몰랐다.
녀석과 영영 이별하게 될까 두려웠다.
나는 대문을 바라보며 간절하게 이름을 불렀다.
“조니!”
그 순간.
기적처럼 녀석이 나타났다.
“네, 저 여기 있는데요?”
그런 듯.
현관문 틀에 몸을 바짝 대고 돌아선 녀석의 모습.
허둥대는 몸짓.
혼날까 봐 다급해 보이는 표정.
순식간에 한발, 두발, 점프!
현관 바닥을 딛고 몸을 솟구쳐
내 앞에 착지했다.
나는 눈을 깜박일 새도 없었다.
마치 죽음 끝에서 심장이 다시 뛴 것처럼,
살아 있다는 감각이 퍼져 나갔다.
녀석은 두 앞발을 모은 채
꼿꼿이 앉았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꾹 다문 입.
하지만 입가에 묻은 짬뽕 국물,
배는 탱탱하게 부르고,
턱 밑 국물은 뚝, 하고 떨어졌다.
짬뽕 먹었냐고 묻기도 전에,
녀석은 내 얼굴 앞에서
“크윽...!”
트림을 했다.
들켰다.
남의 집 짬뽕을 몰래 먹고 온 것을.
그 순간,
잃어버릴까 봐 조마조마했던 시간은
까맣게 잊혔다.
아마 주인집 아들이 먹다 내놓은 그릇을
녀석이 핥고 있었을 것이다.
내가 부르자,
먹다 말고 허겁지겁 올라온 것이다.
녀석은 아직 자랄 나이였다.
어떤 이들은 녀석의 발을 보고 많이 클 거라 했다.
남의 집에 세 들어 사는 처지였던 나.
녀석을 배불리 먹이지 못했다.
짬뽕 국물까지 핥을 정도였다면,
얼마나 배가 고팠던 걸까.
그날 이후, 나는 결심했다.
‘돈을 많이 버는 사람이 되자.’
생각해 본 적 없는 책임감이었다.
처음으로 ‘내가 누군가의 보호자’ 임을 느꼈고,
사랑만으론 충분하지 않다는 걸,
녀석을 통해 배웠다.
아프면 돈 없다고 눈물 대신
병원에 데려가야 하고,
굶기지 않으려면
내 집이 있어야 한다.
한 생명을 지킨다는 건,
사랑을 넘는 책임이다.
20181216. 오키나와 길냥이. 개냥이. 길냥이를 봐도 우리 강아지가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