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82일. 강아지별로 떠난 반려견 이야기
강아지가 우리 집에 온 지 며칠 되지 않았던, 어느 해
여름날이었다.
북적이는 노량진 학원가를 조카와 함께 걷다가 문득, 열쇠를
집에 두고 왔다는 걸 깨달았다.
기다리면 된다. 가족이 올 때까지 문 앞에 앉아 있으면
그만이다.
하지만 문제는, 집 안에 강아지 혼자 있다는 거였다.
집에 도착한 후, 나는 잠시 고민하다 2층으로 이어진 계단
아래로 갔다.
우리는 1층에 살고 있고, 그곳에 안방 창문이 있었다.
혼자 남겨진 강아지가 안쓰러워, 이름이라도 불러주고 싶었다.
“조니!”
부르자마자 갈색 솜뭉치가 쭈뼛쭈뼛 창가로 다가왔다.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우리를 올려다보며, 꼬리를 흔들고
반갑게 짖었다.
“왈! 왈! 왈!”
짖는 소리에 괜스레 마음이 뭉클해졌다. 안아주고 싶어졌다.
손이라도 닿을까 싶어 쇠창살 사이로 팔을 넣고 아래로
뻗으며 손을 흔들었다.
“이리 와.”
턱없이 짧은 내 팔을 향해 녀석이 점프라도 해준다면, 바로
낚아챌 생각이었다.
녀석은 손장난이라도 하는 줄 알고 폴짝폴짝 뛰었다.
뒷다리로 방바닥을 딛고, 앞다리로 벽을 짚었지만,
녀석의 짧은 다리로는 내 손에 닿을 수 없었다.
안타까움이 겹겹이 쌓여갔다.
방법은 없어 보였지만, 그래도 포기할 수는 없었다.
그때, 불현듯 뇌리를 스친 생각 하나.
창문 옆 행거에 걸려 있던 가죽 허리띠를 꺼냈다.
녀석에게 허리띠를 물게 만들고, 물고만 있다면 지체 없이
끌어올릴 생각이었다.
바닥으로 떨어지면 다칠 수 있으니, 최대한 빠르고
조심스럽게.
나는 허리띠를 이리저리 흔들었다.
처음엔 장난감인 줄 알고 앞발로 잡으려 하던 녀석.
이내 입을 벌려 물려고 했다.
몇 번을 물었다 놓았다를 반복하던 녀석은
결국 허리띠 끝을 단단히 물고, 머리를 흔들며
뒷걸음질 쳤다.
나는 조용히, 슬며시 끈을 내 쪽으로 당겼다.
허리띠를 문 채 질질 끌려오는 작은 강아지.
어디서 그런 힘이 났을까.
“놓지 않겠다”는 의지가 허리띠를 타고 내 팔까지 전해졌다.
입을 떼지는 않을까 긴장하면서
나는 천천히, 아주 천천히 녀석을 공중으로 들어 올렸다.
허리띠를 따라 대롱대롱 매달린 솜뭉치 강아지.
앞발과 뒷발은 대자로 펴진 채, 인형처럼 가볍게 매달려
있었다.
내 심장은 조용히 뛰었고, 숨결조차 멈춘 것 같았다.
떨어지면 다신 내 쪽으로 오지 않을 것만 같았다.
쇠창살에 손이 닿기 전,
나는 잽싸게 녀석의 몸을 잡아 끌어안았다.
그리고 그 순간, 내 폐에 가득 들어 있던 긴장된 공기가
푸하고 웃음으로 터져 나왔다.
놀라서 입에 문 끈을 놓을 법도 한데,
끝까지 물고 올라와 준 녀석이 고마웠다.
녀석의 마음을 정확히 알 순 없지만,
나와 가까워질수록 다가오는 녀석의 눈빛엔
만날 수 있다는 기대와 설렘이 담겨 있었을 수도 있다.
내가 그랬으니까.
서툴고 긴박했지만, 우리는 그렇게 서로를 믿고 만났다.
그날의 일은 오래전 일이지만
나는 여전히 그 순간을 되새긴다.
다지고, 또 다지며 머릿속에 꾹 눌러 담는다.
이 추억 또한
내가 세상 마지막 숨을 쉬는 그 순간까지
잊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