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82일. 강아지별로 떠난 반려견 이야기
어느 해 겨울, 우리는 아현동 단칸방을 떠나 새로운 집으로 이사를 갔다.
강아지를 무릎에 앉히고, 이삿짐 트럭에 오르던 순간을 떠올리며,
“여전히 내 곁에 강아지가 있고, 함께 이사 간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했다.
새집 거실엔 아무것도 놓지 않았다.
아직 한 살도 안 된 강아지는 이미 다 자란 듯 컸고,
가족이 외출하면 냉장고 문짝에다 오줌을 ‘찍’ 하고 갈기곤 했다.
오줌 하면 생각나는 것, 똥오줌 훈련.
처음 우리 집에 왔을 때, 녀석은 당연히 아무 데서나
실례했다.
신문지 말아 방망이처럼 들고 다녔지만 효과는 없었고,
며칠 동안 좌절만 반복됐다.
그러다 문득, 사료와 물을 먹고 나면 곧바로 배변 신호가 온다는 걸 알아냈다.
그래서 전략을 바꿨다.
첫째 날.
사료를 먹고 물을 마신 뒤, 녀석을 주시했다.
안절부절못하는 그 순간, 재빨리 번쩍 안아 화장실로 향했지만…
녀석은 문턱 앞에서 튕겨 나가듯 안방으로 달아났다.
허무한 실패.
둘째 날.
이번엔 신문지를 들고 엉덩이 아래에 슬쩍 갖다 놓기로 계획했다.
녀석은 곁눈질로 신문지를 보더니 슬그머니 딴 데로 가버렸다.
나는 포기하지 않고 따라다녔고, 녀석은 피했다.
‘오늘도 아닌가 보다…’ 생각하던 순간,
녀석의 몸 자세에 신호가 떨어졌다.
바닥에 똥 한 방울 떨어지려는 순간에 신문지를 댔더니
툭-
신문지 위로 떨어지는 똥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왜냐,
냄새 밴 신문지를 화장실에 놓을 생각이고, 말하자면
용도가 똥유도 신문지였다.
나는 냄새 밴 신문지를 조심스레 접으며,
다음 날을 기다렸다.
셋째 날.
그 신문지를 화장실에 미리 깔아 두고 기다렸다.
녀석의 배가 꿈틀대는 순간,
엉덩이가 내려가 똥이 나오려는 찰나,
나는 다시 한번 안아 올렸고,
이번엔 성공.
화장실 안 신문지 위에 작은 똥 한 덩이.
이젠 화장실 안이 똥 누는 장소라는 걸 확실히 익혔을 것이다.
나는 녀석의 엉덩이를 닦아주며 흐뭇하게 웃었다.
훈련 성공까지 딱 3일.
그 뒤로는 말 그대로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아현동으로 이사 간 날,
녀석은 혼자서 화장실로 직행했고,
새로운 집이든, 오빠네든, 동생네든
볼일이 급하면 화장실 앞에서 문을 열어달라고 했다.
사람들은 “어떻게 이런 걸 다 알아?” 하며 신기해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아마 화장실 특유의 냄새를 기억했던 걸지도 모른다.
그때는 그저
나와 전혀 다른 생김새의 작은 생명체가 그렇게까지
해낸다는 게 참 기특했다.
그 녀석과 함께한 시간은
신선했고,
맛있었고,
단 한순간도 지루하지 않았다.
지금은...
잘 모르겠다. 단조롭고 무미 건조하고.
20160130 한강물이 얼었던 날. 요즘은 너무 더워서 얼음 얼었던 한강이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