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이 사라졌다

6082일. 강아지별로 떠난 반려견 이야기

by Heba

며칠 전, 자정 무렵 강아지를 잃어버린 사람이 현상금을 걸고 전단지를 붙였다.

나는 반려견을 키워봤기에, 그 절박함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전단지 속 강아지는 특정 견종이라기보다는 그냥 반려견 같았다. 그런데 현상금은, 내가 지금껏 본 것 중 가장 큰 금액인 백단위였다.


부디 누군가 강아지를 찾았다는 소식이 견주에게 닿기를 바라며, 나도 혹시 발견할 수 있을까 싶어 전단지를 스마트폰에 담았다.


한때 나 역시 반려견과 살았다.

그리고 다섯 번이나, 녀석을 잃어버릴 뻔했었다.


첫 번째는 아현동에 살 때였고, 그 이야기는 ‘앞에서 짬뽕 먹다 들킨 이야기’ 속에 적어두었다.

두 번째는 이사 후 어느 여름날의 일이었다. 녀석이

세 살쯤 되었을 무렵이었을까.


그날, 현관문을 열어두고 거실 바닥을 쓸고 있었다.

주방 겸 거실엔 작은 창문 하나뿐이라 현관문을 열면 바람이 들어와 시원했다.

그 바람이 녀석의 마음을 유혹했는지, 녀석은 앞발을 모은 채 다소곳이 엎드려 복도를 바라보고 있었다.


괜히 흐뭇했다.


“나가면 안 돼!”


말은 했지만, 청소하는 동안 계속 녀석을 살피며 문을

열어두었다.


그런데 평소 연락도 드물던 여동생이 전화를 걸어왔다.

20여 분 동안 수다를 떨고 전화를 끊는 순간, 등골이

서늘해졌다.


아차, 현관문… 열어놨지.

녀석은…?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거실로 뛰쳐나가 보니, 문은 활짝 열려 있었고, 녀석이

있어야 할 자리는 텅 비어 있었다.


순식간에 모든 감각이 얼어붙었다.

이건 내 세상이 아닌 것 같았다.

꿈이면 좋겠다고, 현실이 아니길 바라고 또 바랐다.


'침대 밑에 들어가 쉬고 있을 거야 …'


스스로를 속이며 작은방 침대 아래를 들여다보았다. 그러나 그곳도 텅 비어 있었다.


나는 입고 있던 옷차림 그대로 밖으로 뛰쳐나갔다.

출입구를 나섰지만 어디로 가야 할지 감이 없었다.

나무 가지처럼 뻗은 골목길 끝에는 도로와 건물들이 끝없이 이어져 있었다.


넋이 나간 채 골목길을 헤맸다.

차도 쪽은 가지 못했다.

녀석이 차에 치여 죽어 있을까 봐, 이 생각만으로도 이별이 너무 무서웠다.


어디로 갔을까. 얼마나 멀리 갔을까.

모든 것이 내 부주의 때문이라 생각하니 미칠 것 같았다.


이대로 못 찾는다면 평생 죄책감 속에 살게 될 것 같았다.

누가 도와줬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지만, 가족 중엔 나만 녀석을 좋아했기에 내 심정을 이해 못 할 것 같아 그만뒀다.


전단지를 만들어야겠다고 마음먹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려던

찰나,

나도 모르게 발이 차도 쪽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정면으로 차도를 바라보지 못했다.

녀석이 차에 치어 죽어 있을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왕복 2차선 도로.

차도엔 차들만이 씽씽 달리고 있었다.

상상했던 붉은 피도 보이지 않았다.


다행이었다.

내가 우려했던 일이 없다는 사실이 이렇게 다행일 수가

있을까.


집으로 돌아가는 길, 차도를 따라 걷다가 왼쪽 골목으로

꺾는 순간,

놀라운 기적이 일어났다.


따닥따닥 붙어 있는 낡은 건물들과 좁은 골목길들.

예상치 못했는데 그 속에서 녀석의 몸만 밝게 보였다.

심마니가 산삼만 본다더니, 내 눈에도 그 녀석만 보였다.


녀석은 내가 찾는 줄도 모르고, 우리가 사는 건물 맞은편 주택 담벼락에 코를 박고 흠흠거리며 냄새를 맡고 있었다.


기쁨이 차올랐지만, 막상 입 밖으로 튀어나온 건


“야!!! 너 이리 안 와!!!”


속상했던 마음, 화난 마음이 뒤섞인 엄한 화난 외침이었다.


깜짝 놀란 녀석은 고개를 홱 돌리더니, 몸을 낮추고 꼬리를 감춘 채, 귀를 젖히며 내게 살금살금 다가왔다.


나는 급하게 달려가 잡으려 하지 않았다.

겁먹고 나로부터 멀어질까 봐, 또 차도 쪽으로 도망칠까 봐.

녀석이 올 때까지 기다렸다. 긴장되는 순간이었다.


비록 동물이지만.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 아는 듯한 모습.

언제나 그랬듯, 내 옆에 바짝 붙어 앉았다.


드디어 안심.

나는 녀석을 끌어안고 눈물을 쏟으며 엉덩이를 짝짝 때렸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녀석은 흙냄새 탐험에 정신이 팔렸던 것 같다.

혼자 나와서 그렇게 땅 냄새를 맡아본 건 처음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멀리 가지도 못했던 것 같다. 오래오래 맡느라.


그날, 녀석이 나온 골목으로는 안 갔던 이유가 있었다.

그 길은 짧고 막다른 길이었기 때문이다.

녀석이 그 골목으로 가더라고 금방 되돌아 나올 만큼 짧은 골목이었다.

기적이 무엇인지를 보여준 진짜 기적의 골목이었다.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정말, 죽었다 살아난 기분이었다.


우리 강아지는 마치 호기심 많은 아이 같았다.

내가 조금만 부주의해도 이런 일이 생길 수 있었고, 그래서 언제나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그럼에도 녀석을 몇 번 더 잃을 뻔했고,

결국엔 잃어버리지 않고 끝까지 내 곁에

머물렀다.

강아지별로 떠나는 날까지.


그날 전단지 속 그 강아지도, 꼭 무사히 돌아가

견주 품에서 다시 따뜻한 삶을 이어가길 바란다.

간절히, 진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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