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킷 6 댓글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5] 판아시아해쉬, 세계대회를 기획하다.

한국의 길을 멋지게 알리겠다는 사명감

by 히브랭 Oct 12. 2023

 소소한 기획을 벗어나기 시작하면, 큰 흐름에 끌려서 감동 한 스푼을 놓칠 때가 많다. 나에게 국제행사를 위해 달렸던 시간이 그렇다. 감동 한 스푼보다는 무사하게 끝나기만을 바래야 할 정도로 끌려다닌 큰 규모. 그럼에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2012년 해쉬라는 운동을 말레이시아에서 배웠고, 정글에서 달리던 그 감동과 길을 만들고 찾는다는 새로운 관점, 그리고 오로지 맥주를 먹기 위해 달린다는 유쾌함. 이런 것들이 내가 추구하던 '자기 목적성'과 일치했고, 이 운동의 매력에 빠졌다. 그래서 2012년 한국에 돌아온 후, 말레이시아 멤버 80여 명을 속초에 초대했고 이후 2015년 제주도에 200여 명을 초대했다. 이렇게 시작한 것이 갑작스럽게 힘이 붙어서 2017년, 강원도에서 열리는 국제행사로 커졌다. 국비가 5억 이상 들어갔고, 참가비 3억 포함하여 운영된 이 행사를 위해 강원도 전체에 공지가 됐으며 속초시는 올인했었다. 직장인이었던 나는 이 행사를 위해 회사를 만들고(상임이사), 밤마다 서울사무소에서, 주말마다 속초사무소에서 열심히 집중했다.


 이때, 나는 총기획자이면서 동시에 1년간 속초 / 고성 / 평창 / 인제에 30개의 트레일을 만드는 역할을 했다. 그 지역에 대해 공부하고, 각 군청 공무원들과의 미팅을 통해 추천받은 트레일을 연구했다. '거리' '난이도' '재미' '볼거리'등을 고려하여 만든 트레일에 추후 3500명의 러너들이 달렸다. 그중 가장 높은 난이도의 트레일은 BALL BREAKER (말 그대로 남자 그 볼을 부수는 트레일)라 불리며, 30K가 넘는 난이도 최상의 산악마라톤코스였다.


1. 속초는 바다와 산을 동시에 보며, 도심과 자연을 한 트레일에 담을 수 있는 매력이 있었다.

2. 고성은 깊은 산속 숨겨진 길들을 중심으로 만들었다.

3. 평창은 평창올림픽 직전에 하는 이벤트였던 만큼, 상징성을 갖기 위해 스키점프대를 역으로 올라가서 시작하는 올림픽코스를 만들었다.

4. 인제는 아름다운 강가와 산기슭을 느낄 수 있는 코스로 만들었다.


 봉사자까지 하면 총 5000명이 참석하는, 그것도 외국인 참석자가 95%인 유일무이한 국제행사를 운영하면서 아주 많이 힘들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힘듦보다 그때 코스를 만들면서 느낀 한국의 아름다움이 기억에 선명하다. 물론 행정과 운영은 너무너무 극심한 번아웃을 불러일으켰지만, 그때의 기억으로 더 큰 성장을 할 수 있었다.


 돌이켜보면, 나는 이때,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제대로 된 트레일코스를 보여준다는 사명감에 푹 빠져있던 것은 아닐까?!


P.S 경동대학교에서 작성한 행사평가보고서에는 54억 7천300만 원의 경제효과가 있는 행사였다고 표기되어 있다. 이후 난 표창장을 받았고, 그렇게 재가 되었,,,,하얗게 불태웠,,,,

 



브런치 글 이미지 1


매거진의 이전글 [3] 나비, 길이 되다.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