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 피해자는 선택할 과제를 받는다. (1/2)
가까운 후배가 성희롱 피해자가 된 적이 있다. 한 번은 직접 목격했고, 한 번은 술자리에서 있던 일을 들었다. 두 케이스 모두 내가 인사담당자이면서 주변인 진술자가 된 케이스이다.
두 후배를 보면서, 제일 안타까웠던 것은 다음과 같다. (두 후배뿐만 아니라, 현장의 피해자 면담을 했을 때 느낀 점이다.)
1. 스스로를 자책한다.
2. 선택을 강요하는 무언의 분위기를 느낀다.
3. 이후의 평판에 두려워한다.
우선 자신만 참으면 되는데 조직에 문제가 되게 한다는 자책감. 그리고 그 당시 느꼈던 불쾌감이 계속 반복되는 현상. 불쾌감은 당연하지만, 자책감을 갖는 것 자체가 너무 안타까웠다. 본인만 참으면 되는데, 혹은 본인이 그 자리에 없었으면 되는데,라고 생각하는 자책감.
또 사건이 알려지면 무언의 압박이 생긴다. 때론 후배의 무능한 리더가 어제 있던 일은 옆에 임원이 술 먹고 생긴 실수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변호까지 한다. 가해자에 대한 서사를 바탕으로, 피해자에게 신고하지 말라는 무언의 압박을 준다.
마지막으로, 징계가 있거나 인사조치가 되고 나서의 후폭풍. 자신에 대한 평판에 대한 두려움. 피해자임에도 남들의 시선을 신경 써야 하는 어쩔 수 없는 상황.
며칠 사이에 급격히 안색이 안 좋아지는 후배들을 보며, 피해자들의 심적인 고통을 알게 된다. 물론 사건이 생기면 바로 분리조치하고, 최대한 재택으로 휴식할 수 있도록 하지만, 그 기간 동안 징계신청에 대한 '선택'에서 오는 정신적 고통이 어마어마해 보인다. (많은 경우, 알려지는 것에 대한 걱정으로 징계로 안넘기고 분리조치만을 원하는 경우도 많다. )
그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기 위해서 인사담당자들이 가장 민첩하게 움직여야 하는 타이밍이다.
[지난 10년간, 국내 1만명이 넘는 회사에, 약 2천명정도를 담당하는 사업부의 인사담당자였습니다. 인사, 교육, 조직문화를 전반적으로 다루면서 느꼈던 요즘 회사 이야기를 가볍게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