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루... 누군가에겐 희망, 누군가에겐 절망...

by 한언철

대장 항문외과 의사에게는 뗄래야 뗄 수 없는 것이 장루이다.

장루라고 하는 것은 다양한 소화기 질환으로 장을 수술 시행한 후 대변의 우회가 필요한 경우 복벽에 소장 혹은 대장의 일부를 노출하여 대변을 받아내는 것을 의미한다. 환자분들이 말씀하시는 대변 주머니 차는 수술이다.

이제는 직장 암에 있어서도 항문과 상당히 인접하여 있어도 항문을 살리면서 수술할 수 있게 되면서 필요에 따라서 임시로 장루를 시행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장루는 대변 주머니가 노출되어 있다 보니 자신의 외모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가질 수 있게 되고 그런 것들이 자신감의 상실로 이어지며 점점 사회생활을 어렵게 하는 부분이 있다. 외출을 할 때도 냄새가 나지는 않을지 혹시 주머니가 터지지 않을지 노심초사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항암 방사선 치료 후 낮은 직장암 환자에게 수술 설명하면서 장루를 설명드리면 부정적인 반응이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 가급적 안 만들면 안되겠냐... 안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밖에 없다. 나도 그런 환자들의 마음을 아는지라 가급적 장루를 안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는 편이다. 하지만 반드시 필요한 환자들에게는 수술 후 합병증 발생에 대해서 반드시 설명하고 납득하실 수 있도록 설명드린다. 그렇게 설명하면 대부분의 환자분들은 수긍을 하신다. 하지만 장루에 대한 걱정과 불안을 완전히 해소 시키는 것은 어찌 보면 불가능할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항문 보존 수술의 기술이 발달되고 수술 기술도 향상이 되어서 고령의 환자분들도 항문 보존 수술을 시행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처음 직장암 수술을 시행 받으시고 장루를 가지고 있으시다 복원 시켜드리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처음 직장암 수술의 경우가 생존의 문제로 수술을 시행 받으셨다고 하면 장루를 복원시켜드리는 수술 후에는 그 문제가 이제 항문과 장 기능의 문제로 치환이 된다. 환자들은 복원 후 하루에 많게는 20 - 30회 정도 화장실을 간다든지 식사 후에는 반드시 화장실 가고 싶은 느낌이 들고 실제로 변기에 앉으면 대변이 나오지 않는 경우도 흔하다. 그리고 대변 실금을 호소하시는 경우도 있어 성인용 기저귀를 착용하고 생활하시는 분도 있다. 이후 시간이 경과하면서 천천히 증상이 나아지게 되지만 환자들 개개인의 차이는 크다. 빨리 좋아지는 경우도 있지만 시간이 지나도 변함이 없는 경우도 있다. 변함이 없으신 분들은 장루를 가지고 있을 때가 편했다고 다시 장루 수술을 해달라고 하시는 경우가 있다.

수술을 하면서 느끼는 부분은 암의 치료도 중요한 부분이지만 수술 후 삶의 질의 문제도 진지하게 고민을 해 보아야 한다. 복원 수술 후 다시 장루를 원하시는 환자들의 경우 처음부터 영구 장루로 방향을 정했다면 단 한 번의 수술로 별다른 힘든 것 없이 장루에만 적응하시면 되었을 것이다. 어떻게 보면 삶의 질 관점에서는 영구 장루가 환자에게는 훨씬 나은 선택이 되었을 지도 모를 일이다. 물론 모든 환자분들에게 이렇게 단순화한 경우로 대입할 수는 없을 것이다.

장루의 역할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다양한 암으로 치료 시행을 하시다가 장폐색이 오는 경우에 있어서 장루는 마지막 희망이 될 수 있는 수술일 수 있다. 암의 진행으로 인한 장폐색은 암의 근치적 절제가 불가능한 상태이면서 식사 진행을 할 수 없게 되는 심각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식사 진행이 안된다는 것은 다른 치료의 진행도 불가능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분들에게 시행하는 수술이 장루 수술이다. 환자의 물 한금 마실 수 없는 고통은 옆에서 지켜보는 보호자들에게도 큰 고통을 준다. 환자 앞에서는 어떤 것도 먹을 수가 없어 숨어서 식사하시거나 음식 냄새 풍길까 노심초사하시는 보호자들을 보고 있으면 나 역시도 가슴이 많이 아프다. 이런 상황에 있는 환자들이 나에게 의뢰가 되면 장루를 만드는 수술을 해드린다. 수술 후 잘 회복하여 음식을 삼켜서 넘기는 기쁨을 느낄 수 있게 해드리면 보람을 느낄 수 있고 다른 어떤 수술보다도 더 큰 보람을 느낄 수 있다.

장루는 대장 항문외과 의사에게는 환자를 살릴 수 있는 좋은 방안이 되기도 한다. 다양한 이유로 장천공이 발생하거나 수술 후 문합 부위에서 누출이 발생할 경우 패혈증으로 급속히 진행할 수 있다. 이런 경우 빠른 시간 내에서 수술 시행하여 장천공 부위의 절제 및 세척을 시행하여야 한다. 복막염과 패혈증이 있을 경우 장 문합을 시행할 경우 누출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장루 수술을 시행하는 경우가 많다. 응급수술을 시행하여 환자를 살릴 수 있는 몇 안 되는 수술 방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장루는 누군가에게는 만들어서 절망으로 다가올 수 있지만 다른 누군가에는 식사를 할 수 있다는 그리고 살수 있다는 희망이 될 수 있다. 장루를 만들기를 설명 들었거나 만들 예정이신 환자분들에게는 장루가 항상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라고 꼭 말씀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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