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질
"선생님, 환자 어제 정상 퇴원했던 분인데 오늘 토하고 배가 아프다고 내원했어요. 근데 체온에 낮고 식은땀을 많이 흘리네요"
"일단 기본 검사하고 입원시켜 주시면 보고 오더 넣고 처치하겠습니다. "
토요일 밤 응급실에서 환자 노티가 왔다.
분명 어제 웃으면서 퇴원하신 어르신이다. 분명 아무런 문제가 없었는데...
하루 만에 응급실에 올만한 상황에 대한 복잡한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하다.
환자는 입원했고 전화벨이 계속 울린다.
"선생님, 환자 식은땀이 계속 나면서 체온은 낮고 혈압이 떨어지고 있어요."
"일단 수액을 500을 급속 주입해주세요. 혈당은 괜찮아요?"
"네, 괜찮아요. 일단 수액 주고 다시 연락드릴게요."
나는 병원에 바로 갈 수 없는 곳에 있어 초조하게 다시 노티를 기다린다.
정말 짧지만 긴 시간처럼 느껴진다.
드디어 다시 노티가 온다.
"선생님, 주입하고도 혈압이 수축기 80 정도예요. 소변양도 얼마 안돼요. 혈액 검사 결과는 별 이상은 없습니다."
"그럼 수액 300 정도 다시 주입하고 소변줄 삽입해주세요. 균 검사 다 나가주시고 항생제 시작하고 노어에피네프린 좀 달아주세요."
다시 잠시의 시간이 지나고 다시 노티가 온다. 전화벨이 울리는 간격이 점점 짧아진다.
"승압제 달고서도 혈압이 80에서 90 왔다 갔다 합니다."
"아~~~ 그럼 일단 환자를 중환자실로 내려주세요."
환자 상태가 불안정하여 중환자실로 전실을 결정했다.
전실 후에도 한동안 불안정한 상태가 지속되었고 추가적으로 수액 급속 주입 등등의 추가 지시를 내렸다.
울리는 전화벨 소리의 간격이 조금씩 늘었다.
다행히 아침이 되어서 환자는 조금은 안정을 찾았고 혈압이 안정되면서 소변양도 늘었다.
환자가 보인 증상의 원인을 찾기 위해 CT 촬영을 했다.
수술한 환자의 증상을 찾기위해서 첫번째로 수술 관련한 문제를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한다.
촬영하고 영상이 뜨는 그 순간까지 온갖 생각이... 온갖 진단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소장이 꼬인 건 아니겠지? 혹시 장으로 가는 혈관에 혈전이 생긴 걸까?'
드디어 CT 영상이 올라왔고 영상을 확인했다.
"... ..."
별 다른 이상이 없다. 대장이 약간 늘어나 대변이 차있는 정도가 이상하다고 하면 이상할까 특이소견이 없다.
일단 관장을 통해 대변 제거를 하고 기다려 보기로 했다.
'휴~~ 다행이다. 근데 이유가 뭐지? 내가 생각한 게 아니라면 도대체 뭐지?'
이제껏 시행한 검사를 다시 검토하고 살펴도 원인을 알 수가 없었다.
'혹시 드신 음식이 문제였을까?'
보호자 면담하면서 물어도 특별한 음식은 드시지 않았단다.
'진정 원인 미상인가... 아니면 내가 놓치는 것이 있는 걸까? 뭐지?'
의사들도 환자들의 증상의 원인과 병명을 모두 알기는 어렵다.
이번 일처럼 환자의 진단을 알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그럴 때 의사로서 상당히 난감하다. 진단이 있어야 거기에 맞춘 치료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진단이 없을 경우 증상에 맞춰서 따라가는 수밖에 없다.
그러면 가끔 진행되는 속도를 못 맞추는 경우가 있어 원인을 반드시 찾으려 애를 쓴다.
결국 원인을 못 찾는다고 하면 우선 생각해볼 수 있는 감별진단을 생각하고 그에 맞춰서 처치와 검사를 순차적으로 시행하여 본다.
이럴 때 진료의뢰를 통해서 다른 전문의 소견을 받아보는 것도 중요하다.
내가 보는 관점과 다른 과에서 보는 관점이 다르면서 문제 해결이 되는 경우도 흔하기 때문이다.
나의 관점에만 매몰될 경우에 놓치는 것이 있을 수 있고 너무 다른 관점에만 매달릴 경우에도 우왕좌왕하다가 놓치는 것이 생길 수 있다.
객관적 관점에서 문제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다행히 어르신은 일반 병실로 전실하고서 천천히 식사 진행하였고 별문제 없이 퇴원하였다.
의사들끼리 간혹 이렇게 원인을 못 찾을 경우 ‘괴질’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하는데, 이 경우도 괴질이라고 해야 할까?
이런 경우 괜찮게 회복하셔서 다행이지만 의사인 나에게는 뭔가 끝이 나지 않은 거 같은 뒷 무직이 남아있다.
과학이 많은 부분을 드러내고는 있지만 우리가 모르는 많은 부분이 있다는 것을 간접 체험한 것 같다.
도대체 이유가 뭐였을까? 정말 궁금하다.
의사는 '신'이 아니다.
우리 몸에서 일어나는 일을 정확히 알 수가 있을까?
우리가 아는 것은 도대체 얼마나 되는 것일까?
이번 일은 미제사건 처럼 원인 미상으로 남아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