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감사했습니다.

by 한언철

정확히 3개월 만이다.

어르신이 나에게 수술을 받고 퇴원하신 기간이...


어르신은 난소암으로 수술 후 항암치료 중 발생한 복통으로 소화기 내과에 입원하셨다가 검사 상에서 십이지장의 폐색 소견으로 나에게 수술 의뢰가 되었었다.

십이지장 폐색 정도가 심하여 식사 진행이 안되고 구토를 반복적으로 하시는 상황에서 십이지장을 우회해서 식사를 하실 수 있게 하는 수술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환자와 보호자에게 수술 목적을 설명드리고 위-공장 문합술을 시행하였다.

하지만 수술 후에도 계속적인 구토와 함께 위 배액관으로 위액이 하루에 1L 정도 나오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위 배액관을 뺄 수도 없었다.

수술 부위에 문제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시행한 위장관 조영 검사는 약간 늦긴 하지만 약물이 수술 부위를 통과하여 내려갔다.

수술 부위에는 이상이 없다는 이야기였다.

간혹 장관 운동성이 많이 떨어지는 경우에 식이 진행이 길게는 1-2 달 정도까지 안 되는 경우가 있는데 어르신도 그렇게 생각이 되었다.

수술하고도 위 배액관을 제거하지도 못하고 식사를 하시지도 못하고 통증은 있고... 나아진 게 없는 상황인데도 어르신은 짜증 한번, 화 한번 안 내신다.

오히려 의사인 내가 어떻게 하면 나아질 수 있을지 안달하는 상황이 되었다.

하루라도 빨리 식사 진행이 되어야 항암을 진행할 수 있고 그래야 암의 진행을 늦출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위 배액관을 수술 부위를 넘어서 넣고 경장영양을 하기도 하고 물을 드시게도 했다가 답답한 마음에 위 내시경을 시행하기도 했다.

여전히 수술부위는 이상은 없으나 이상하게도 잘 안 내려갔다.

항상 같은 설명을 드린다. 그래도 어르신은 짜증 한번, 화 한번 안 내신다.

하루에 아침, 오후 두 번의 회진 시간에 항상 안부를 여쭤보면 조용히 “그저 그래요” 하신다.

간헐적으로 방귀가 나오거나 대변을 보시면 환자, 환자 보호자, 나를 포함한 의료진이 모두 같이 기뻐했다.

물론 그때뿐이고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다.

그러기를 1달 반 정도 지났을 때 드디어 위 배액관이 줄고 방귀도 잘 나오신다는 거다.

‘드디어 됐다.’

그렇게 배액관 제거하고 식사 진행을 해드리는데 그것도 쉽지 않았다.

음식을 보면 울렁거린다고도 하시고 기침을 하실 때면 구역감이 생긴다고 하셨다.

항구토제를 주사로 약으로 패치로... 다양하게 사용을 해 보았으나 효과는 제한적이었다.

기침을 멈추기 위해 약을 써보니 효과가 있었다.

약을 이렇게 저렇게 바꿔가면서 맞춰가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상황이 조금 나아지는 기미가 보였고 환자와 보호자에게 조심스레 퇴원 이야기를 꺼냈다.

입원 기간이 너무 길어질 경우 심리적으로 회복이 더 늦어질 수 있으니 퇴원을 하시고 외래에서 경과를 보자고 말씀드렸다.

어르신은 불안하다 했다. 집에 가서 지난번처럼 다시 아프면 어쩌냐고 했다. 그리고 집에 가서 토하는 것이 무섭다고 하셨다.

어르신이 싫다고 하시는데 억지로 퇴원시킬 수 없기도 했지만 왠지 나도 어르신이 하시고 싶은 대로 해 드리고 싶었다.

그렇게 입원 기간이 2달을 향해 가고 있었다.

그러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갑자기 어르신의 컨디션이 쳐지면서 황달이 생겼다.

항암을 하지 않는 동안 십이지장 폐색이 점점 진행하여 총담관을 막은 것이다.

CT를 찍어보니 막힌 부위가 보이고 그 위로 담도가 늘어나 있었다.

방법은 하나 늘어난 담도로 배액관을 넣는 것이다. 그렇게 배액관을 삽입하고 황달은 금방 호전되었고 컨디션도 차츰 좋아졌다.

그렇게 문제가 생겨도 어르신은 짜증 한번, 화 한번 안 내신다.

식사 진행도 되다가 안되다가 그렇게 반복하였다.

다시 CT를 찍어서 확인하여 보니 점점 암이 진행하는 것이 보였다. 환자와 보호자에게 설명하였고 항암치료를 진행하여 보기로 결정하셨다.

그렇게 퇴원을 결정하시고 항암을 위해 산부인과 외래도 예약해 드렸다.

3 달이라는 시간이 걸려서 퇴원을 하시게 되었다.


“선생님 그동안 고생 많이 하셨어요.”

“아니에요. 어르신~ 고생은 어르신이 더 많이 하셨죠. 배 아픈 것 걱정하지 마시고 항암 치료 잘 받으세요. 아프시면 제가 바로 봐드릴 테니까요.”

“네 그렇게 할게요.”

‘어르신 더 빨리 낫게 해드리지 못해 제가 죄송하네요...’ 하고 마음속으로 인사를 드렸다.

그렇게 퇴원하시고 2일 후, 오늘 산부인과로 항암 치료를 위해 입원하셨다.


환자들 중에는 계속 마음이 가고 마음이 쓰이는 환자가 있다.

본인 상태에 대해서 더 많이 답답하셨을 테고 더 많이 아프셨을 텐데 항상 회진 때 웃음 보여 주시는 게 너무 감사했다.

가끔은 환자에게 의사가 배우는 게 생길 때가 있다.

이번에도 나의 성급함과 조급함이 오히려 어르신을 더 힘들게 했던 게 아닌가 반성하여 본다.

그리고 더 빨리 낫게 못 해드린 게 계속 마음이 아프다.


어르신 잘 치료받으시고 식사 잘하시고 항상 잘 걸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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