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식, 게으름 그리고 거짓말

Vital을 다루는 의사의 3대 악덕

by 한언철

전공의 기간 동안 나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선배의 한마디가 있다.

내가 쓰던 전공의 수첩과 내가 글을 올리던 블로그에도 써놓고 잊지 않으려 했던 말이다.

“Vital을 다루는 의사의 3대 악덕이 뭔지 아니? 무식, 게으름, 거짓말 이야.”


나의 머리를 한대 정말 세게 맞은 느낌이었다.

그 말을 들었던 순간을 아직 잊지 못한다.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가 1년 차였던 난 속으로 뜨끔했다.

그리고 엄청난 부끄러움이 밀려왔다.

'내가 잘하고 있는 건가? 내가 환자들의 생명을 다룰 자격이 있는 건가? 이런 나로 인해서 환자들이 해를 입고 있는 건 아닌가?'


외과 1년 차가 당연히 그러하듯 피곤하다는 핑계로 책을 들춰보지 않았으며 귀찮아서 게으름을 피우기도 했다. 회진 돌 때는 순간적으로 어려움을 모면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기도 했다.

환자를 보지 않고 본 것처럼 이야기하기도 했고 검사 확인하지 않고서 확인한 것처럼 회진 때 이야기하기도 했다.


'지금 내가 이제껏 뭘 하고 있었던 거지? '

얼마 되지 않은 의사생활을 다시 돌아보게 하는 큰 계기가 되었던 한마디였다.


의사들은 잘 알려져 있다시피 엄청난 공부량을 기본적으로 가진다.

지금 다시 하라고 한다면 절대 다시 못할, 엄두가 나지 않을 양이다.

하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다.

의사 된 후에도 전공에 따라 더 깊은 공부를 한다.

학회에 다니며 최신 지견을 쌓아야 하고 새로운 치료법을 배워야 한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핵심을 파악할 수 있어야 하고 그 지식을 다시 재조합하여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조금 더 새로운 치료법, 조금 더 새로운 약물, 조금 더 새로운... 다시 배워야 할 것들과 기존에 알고 있던 지식을 새로운 지식으로 채우는 과정을 반복한다.

내가 생각하기엔 이건 의사의 숙명(?)이지 않을까 싶다.

공부를 하지 않으면 내가 제시하는 치료 방향이 최선이 아닐 경우가 생길 수 있다.

그래서 그 피해는 나에게 진료 보는 환자에게 돌아갈 수 있다.

그래서 의사는 공부해야 한다.

외과의사는 피곤한 날이 많다.

하지만 게을러질 수 없다.

환자들의 상태를 육안으로 확인하고 신체검진을 하지 않고 완벽하게 파악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검사를 통해서 수치나 결과를 확인해야 하지만 눈으로 혹은 나의 손으로 파악할 수 있는 환자 상태에 대한 정보를 무시할 수 없다.

그래서 부지런히 환자들을 보고 검진해야 한다.

외과의사가 게을러진다는 것은 환자 상태 파악이 제대로 안 되고 환자를 놓칠 수 있는 위험이 있다.

그래서 의사는 부지런해야 한다.


환자들과 환자 보호자들에게 의사는 거짓이 없어야 한다.

치료 목적과 치료 방법에도 거짓이 없어야 하고 치료 결과에 대해서도 거짓이 없어야 한다.

치료 결과에 대해서 객관적으로 숨김없이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배웠다.

거짓은 환자와 환자 보호자와의 신뢰 관계를 심각하게 손상시킬 수 있다.

그리고 환자 상태에 대한 사소한 거짓이 환자 상태 악화를 가져올 수 있음을 알고 있다.

그래서 의사는 정직해야 한다.


Vital을 다루는 의사의 3대 악덕...

무식, 게으름, 거짓말


문득 머릿속에 떠올랐는데 1년 차 때와 마찬가지로 다시 한번 나를 되돌아보게 된다.

지금은 제대로 잘하고 있는지... 지난 나의 모습보다 발전되었는지...

그리고 앞으로도 저 세 가지를 나에게서 멀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다시 다짐해 본다.

무식하지 않고 게으르지 않고 거짓이 없는 의사가 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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