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죄송한데 저 서울에서 수술받고 싶습니다. "
우리 병원에서 대장암 진단 후 수술 가능한 상태로 외과로 의뢰되어 수술 준비 중인 환자가 입원을 앞두고 외래로 내원해서 한마디 했다.
'또 올 것이 왔구나.' 난 속으로 생각했다.
"환자 분 괜찮습니다. 환자 분이 원하시는 대로 하셔도 됩니다. 어디서 치료를 하시던지 중요한 건 환자 분이 치료가 잘 되는 게 중요하죠. 저한테는 미안해하지 않으셔도 돼요."
"아니, 그래도 죄송해서요. 설명도 잘해주시고 하시는데 저는 여기서 하고 싶은데 하도 자식들이 서울로 가자고 성화여서요."
"환자 분 괜찮습니다. 자식 분들이 하자고 하시는 대로 하셔야지요. 개의치 마시고 치료 잘 받으세요."
서울 대형병원에서 수술받겠다고 상경하시는 환자 분들이 드물지 않게 있고 이런 상황을 한 번 겪고 나면 사실 힘이 빠진다.
아들이나 딸이 서울에 살고 있어서 올라가시는 경우도 있지만 지방 의료 수준에 대한 불신으로 올라가시는 분도 드물지 않게 있다. 지금도 명절에 친척 어른들을 만나면 그런 말씀하시는 것을 들을 수 있다.
'지방 의료 수준은 서울에 비해 10년 차이가 난다더라.' 이런 인식이 오래전부터 자리 잡고 있다. 오래전에는 그런 수준 차이는 일정 부분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 있다고 한다면 현재는 말 그대로 받아들이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시설이나 기구, 장비는 이제 서울과 차이가 거의 없다고 봐야 할 것이고 이미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치료 프로토콜이 있어 약의 사용에서도 별 차이가 없다. 차이가 있다면 수술자의 경험이나 항암 치료를 시행하는 선생님들의 경험 차이 정도라고 할까? 대장암의 경우도 수술 술기에 대해서 많은 부분이 표준화되어 있어서 술자에 따라서는 조금씩의 차이가 있겠으나 아주 큰 차이를 나타내지는 않는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그래도 이런 부분을 서울 가시겠다는 환자 분을 붙들고 설명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런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우리 병원에서 수술받으시는 환자들을 위해 수술 잘해드리고 서울 가지 않아도 잘 나았다할 수 있게끔 해드리는 것이다.
우리 병원의 경우도 서울 대형병원에 비해서 규모도 작고 주변 상점이라던지 인프라도 약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환자 치료에 있어서 큰 규모에 걸맞은 화려함이나 번잡스러움이 환자 치료의 결과를 담보해 주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규모가 작아서 가질 수 있는 많은 장점이 있다. 우선 외래 진료를 보아도 여유롭게 설명이 가능하다. 신환의 경우는 20분 이상 소요하면서 충분한 설명을 할 수 있는 여력이 된다. 충분한 설명은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의료진과의 신뢰를 쌓는데 중요한 요소이다. 그리고 너무 붐비지 않아 조금은 환경이 여유롭다. 나 역시도 서울 대형병원에서 수련을 받아서 잘 알고 있는 부분으로 환자들의 밀도가 높고 병원 주변으로 공간이 여유롭지 않아 시장 통을 방불케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복잡함에 가끔은 나도 답답함을 느꼈었었다. 하지만 지금은 주변 환경도 좋고 넓은 산책로에 아름드리 나무들이 보여 환자 분들도 좋아하시지만 직원인 나도 마음의 여유가 생기는 부분도 있다. 이런 장점들을 조금 더 알아주셨으면 하는 게 나의 마음이다. 적지 않은 환자 분들이 우리 병원에서 그리고 나에게 수술을 받거나 치료를 받으신다. 우리 병원에서 치료받으시는 환자 분들께 좋은 치료 결과로 보답해드릴 수 있으면 좋겠다.
그래서 듣고 싶은 말은..."여기 좋은데 놔두고 뭐하러 서울 가노. 그냥 여기서 치료 받을란다." 정도이다.
한분 한분 최선을 다해 치료하다 보면 진심이 닿을 날이 오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