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의 무게

그 무게를 알 수만 있다면...

by 한언철

의사가 되고 1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고 외과의사가 되고는 7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다양한 공간에서 다양한 환자들을 진료하고 수술하고... 그것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이런 환자들과의 만남은 나에게 다른 사람들을 만나는 것과는 다른 차이가 있다. 그것은 환자들을 만나는 동안에 나는 수많은 선택을 순간순간 내려야 한다는 점이다. 수술장에서는 더 짧은 시간에 상황 판단과 선택을 요구하는 상황도 많다. 이 환자에게는 어떤 검사를 할지, 어떤 치료를 할지, 언제 다시 내원하라고 해야 할지, 어떤 약을 투약할지, 어떤 약을 쓰지 말아야 할지, 용량은 어떻게 해야 할지, 언제 수술을 해야 할지... 수술 중에는 장을 연결할지, 장루를 만들지, 혈관은 어디까지 결찰을 할지, 배액관은 몇 개를 어떻게 넣을지, 상처는 어떻게 닫을지... 찰나의 순간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선택을 하게 된다.


판단의 많은 부분은 내가 배웠고 지금도 배우고 있는 의학지식에 기반을 둔 선택일 것이고 또 다른 부분은 내가 의사로서 경험한 부분이 판단을 내리는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 환자들의 치료 결과는 이런 수없이 많은 선택과 판단에 의해서 결정된다. 치료 결과가 좋을 때는 시험에서 100점을 맞은 수험생이 된 것 같다가 치료 결과가 좋지 않을 때는 시험에서 낙방한 좌절한 수험생이 되기도 한다.


이 모든 것이 내가 내린 수많은 선택과 판단의 결과로 이루어진 것임을 생각하면 환자의 치료 결과가 좋지 않은 경우 수 많았던 선택에 대해서 혼자 복기를 한다. '약의 투약은 적절했었나?', '이 약 말고 다른 약을 써야 했나?', '약의 투약 시점은 적절했나?', '수술 시점은 적절했었나?', '수술방법 선택과 수술 중 문제는 없었나?', '수술이 필요한 시점을 놓친 것은 아닐까?', '환자 처치에는 문제가 없었나?'

결과가 좋지 않은 환자의 복기는 나에게는 뼈아프다. 시간을 되돌리고 싶은 말도 안 되는 생각이 불쑥 들기도 한다.


이런 선택의 무게를 미리 예측이라도 할 수 있다면 경중에 맞추어 그 순간순간 선택을 하는데 크게 도움이 될 것 같지만 그것을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가끔은 이 선택의 무게에 무릎을 꿇는 경우도 있고 쓰러지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런 선택의 무게가 있다면 이 무게를 이기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의사로서 행해야 하는 나의 일일 것이다. 오늘도 내가 내리는 수많은 선택과 판단들의 무게를 알 수 없다. 그렇다면 선택의 순간에 올바른 선택을 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나를 단련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나는 나의 선택이 항상 올바른 선택, 최선의 선택이기를 바란다. 그 결과가 환자들에게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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