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카콜라와 옥수수 수염차의 비율

by 한언철


요즘 우리 아들 둘이 탄산음료의 맛을 알더니 나의 눈치를 보면서 간혹 탄산음료를 사달라고 할 때가 있다.

그래서 편의점에 들어가면 첫째가 둘째에게 물어본다.

“넌 뭐 마실래?”

“형아는? 나는... 밀키스 마실까?”

“그럼 나는 사이다로 할까? 콜라는 색깔이 있으니까 색소 때문에 안 좋을 거야.”

“그래 형아야, 사이다가 나을 거 같아."

둘의 대화를 듣고 있자니 웃음을 참을 수 없다.

이것들이 탄산음료의 맛을 알기는 한데, 콜라의 참맛을 알려나?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수술장 식당 입구에는 저녁 시간이면 외과 인턴 선생님들이 저녁식사 배달을 받느라 분주하다.

“어... 콜라 2개랑 옥수수수염차 1개 같이 시켰는데요.”

“아~~~ 빠졌나 보네요. 죄송해요.”

“에효~~~ 알겠습니다. 얼마예요?"

분명 같이 시켰지만 옥수수수염차가 빠졌다.

이게 무슨 큰일이겠냐 싶겠지만 인턴 입장에서는 콜라를 좋아하지 않는 전공의 선생님들의 따가운 시선을 면하고자 한다면 바로 병원 매점으로 달려가 옥수수수염차를 사 와야 하는 것이다.


저녁에 나가서 회식하지 않는 날이면 수술장 식당에 서 보통은 배달 음식을 시켜서 먹었다.

수술이 거의 항상 일과 시간을 넘겨서 끝나는 게 일반적이었기에 배달 음식이 우리의 저녁이 되는 날이 많았다.

그래서 인턴들 사이에서 배달 음식 시키는 집을 인수인계하는 인계장이 따로 있었고 새로운 식단을 뚫는 것이 능력 있는 인턴의 척도가 되기도 했다.

심지어 인턴들을 위한 병원 근처 배달 음식점 앱이 따로 만들어졌을 정도니 그 수요는 어마어마하다.

당시에 배달 음식은 한식, 중식, 일식 항상 바뀌지만 항상 바뀌지 않는 것은 코카콜라 와 옥수수수염 차였다.

장시간 수술장에 서 있다가 수술이 끝나고 환자를 회복실로 내보내고 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이 콜라였다.

콜라도 펩시가 아닌 코카콜라 여야 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본능적으로 몸이 원하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식도를 타고 넘어가는 따끔하면서 시원한 그 맛이란... 아마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사람의 심정이 이랬을까 싶을 정도다.

다른 사람들은 모르겠으나 나와 같이 수련한 외과 동기들은 모두 수긍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정말 콜라를 원 없이 많이 마셨던 것 같다.

하지만 콜라의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모두가 예상했을 그 문제... 체중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나 역시도 전공의 기간과 전문의 수련 기간 동안 평상시 보다 10kg 정도 불었었다.

꼭 콜라 때문일 리는 만무하지만 왠지 콜라 섭취라도 줄이면 체중이 좀 줄어들 거 같은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러다 보니 간혹 콜라가 없는 저녁 식단을 선언하는 병동이 있었다.

그러면 그 병동의 저녁 식사에는 콜라의 비율은 0이 되고 음료수는 옥수수수염차로 채우는 것이다.

물론 나도 콜라 마시는 것을 조금 줄여보려는 노력을 했으나 도저히 끊을 수 없는 갈증 해소의 그 맛에 중독되었던 듯싶다.

그럼 또 다른 의문이 들 것이다. 왜 하필 옥수수수염 차냐고...

그냥 아무런 향도 없는 생수보다는 약간의 고소한 향이 가미된 옥수수수염차가 좀 더 성심성의껏 준비한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였을까?

사실 옥수수수염차를 왜 고집했는지 그 이유를 아는 사람은 없을 것 같다.

꼭 저녁시간이 아니어도 힘든 수술을 마치고 다음 수술까지 비는 짧은 시간에 콜라 캔을 뽑아 탈의실에서 마시던 그 시원함도 잊을 수가 없다.

아마도 힘든 수술의 종료의 후련함과 갈증해소의 시원함이 긍정적 연관을 형성하여 머릿속에 자리 잡았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얘들아, 아빠 한 모금만 마셔도 될까?”

“아빠, 진짜 조금만 먹어야 돼요."

그렇게 간신히 얻은 탄산음료 한 모금을 마셔본다.

역시나 그때의 그 맛은 느껴지지 않는다.

지금의 나를 생각해보면 수술이 끝나면 물 한잔 마시고 만다.

그래도 간혹 몸이 콜라를 원하는 날 마셔보면 그때 그 맛이 나지 않는다.

이전에는 꿀꺽꿀꺽 한 캔을 다 마셔도 모자랐는데 지금은 한 모금만 마셔도 더 못 마시겠다는 생각이 든다.

혹자는 나이가 들어서 입 맛이 변해서라는데... 예전과 같이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갈증이 생길만한 상황이 이전보다 적어서이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고 이전의 콜라 맛을 느끼고자 예전이 좋았다고... 돌아가고 싶다고... 그런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다.

앞서 이야기 한 것 처럼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다시 갈증이 생길만한 상황을 겪고 싶지는 않다.

그래도 그 갈증 해소를 해주던 콜라의 맛은 아마 두고두고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예전의 맛은 마음 한 구석에 고이 남겨두고 싶다.

가끔 마시는 콜라의 맛이 예전과 달라도 그건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지금도 수술장 식당에서 아직도 콜라를 마시고 있을까?

아니면 요즘 새로 나온 음료수를 마시고 있을까?

그 음료수들도 똑같이 누군가에 갈증을 해소해 주는 단비와 같은 역할을 해주고 있을 것이고 그 음료수의 비율은 어떨지 궁금하다.

하지만 나에게는 코카콜라와 옥수수 수염차의 황금 비율은 아마 2 대 1일로 두고두고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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