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선생, 지난번에 봐줬던 환자 분 호스피스 전원 해서 돌아가셨다네."
그렇게 조금이라도 더 사실 수 있도록... 조금이라도 더 편하실 수 있도록... 우리가 노력하였지만 또 한 분이 돌아가셨다.
한쪽에서는 생명이 태어나지만 반대쪽에선 수 많은 죽음이 있는 곳이 병원이다.
법의학 하는 선배의 말처럼 우리나라의 대부분 사람은 병원에서 태어나서 병원에서 대부분 생을 마감한다.
그리고 지금은 의사 손에서 태어나서 의사 앞에서 죽음을 맞이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환자들의 부고를 들을 때마다 스치고 지나가는 생각들이 있다.
'그분의 생은 어떠했을까?', '괜찮은 삶이셨을까?', '돌아가실 때 많이 힘들어하지는 않으셨을까?', '그래도 여기서 치료받으시는 동안은 괜찮으셨을까?'
한 생명이 태어나는 것을 바라보는 것은 경이롭고 신비하기까지 하지만 죽음 앞에서는 숙연해지고 차분해지기 마련이다.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하는 가족들은 돌아가신 슬픔에 의료진에게 화를 내기도 하고 멱살잡이도 하며 병동에서 소리지르기도 한다.
하지만 서서히 죽음을 준비한 환자 가족들은 차분히 조용히 보내드리기도 한다.
간혹 드라마를 보다 보면 의사가 자신이 보아온 환자의 장례식장에서 예를 갖추는 것을 볼 수 있다.
나도 그런 상상을 해보지만 도저히 실천해 옮길 수는 없을 것 같다.
혹여 그 죽음에 내가 부족해서 돌아가신 건 아닐까 하는 그런 책임감이 내 발을 붙잡는다.
내일 죽을 것처럼 오늘을 열심히 살라는 말도 있지만 내일 죽는다면 편안히 쉬고 싶다는 생각도 해본다.
죽음이란 언제나 내 옆에 자리하고 있는 것... 하지만 의식하지 않으면 없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
간혹 환자의 죽음으로 의사가 법적으로 책임을 지기도 하고 사회적으로 엄청난 비난을 받기도 한다.
환자의 죽음에 의사는 얼마만큼의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인지...
내가 맡았던 환자의 죽음에 나는 언제나 맘 속으로 도의적인 책임을 진다.
내가 모르는 나의 실수... 내가 인지하지 못한 환자에 대한 사실들... 내가 놓친 것들... 나의 동료들의 실수들...
의료진도 인간이기에 실수를 할 수 있다. 물론 그 실수를 최대한 0에 가깝게 하기 위한 수많은 노력들이 있지만 말이다.
그 모든 것들이 내 마음속 도의적 책임에 면죄부를 주지는 않는다.
모든 환자의 죽음에 나를 다그치고 다그친다.
그리고 복기하고 되새기고 다짐한다.
외과 의사로서 환자들의 죽음을 대하는 나의 자세다.
항상 미안하고 죄송스럽다.
수많은 죽음을 마주하고 대하지만 항상 새로운 죽음을 마주하는 것은 너무 어렵다.
언젠가는 자연스럽게 받아 들일 수 있는 날이 올까?
오늘은 참으로 내 주변이 차분하고 조용하게 느껴진다.
Memento mo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