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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언철 Feb 05. 2020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와 메르스에 대한 단상

 2015년 나는 전문의로 수련 생활을 벗어나 한 병원에 외과 과장으로 들어갔다. 어느 날 아침 여느 때와 같이 출근하여 진료 준비 중인데 흉흉한 이야기가 돈다. 어제 우리 병원에서 폐렴으로 치료를 받다 전원을 간 환자가 심각한 전염병을 가지고 있다는... 그러고 바로 전 직원 호출되었고 환자의 주치의 및 담당 간호사가 격리되어야 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그 상황은 혼란 그 자체였다. 아무런 정보도 없는 상태에서 능동감시, 자가 격리와 같은 생소한 단어들이 들리기 시작했다. 그 혼란은 나에게서만 끝나지 않았다. 감염환자가 있었던 병원의 직원이라는 이유로 주변 학부모들의 성화로 아이들이 유치원과 어린이 집을 등원하지 못하게 되었다. 순식간에 우리는 다 같이 주변에 큰 민폐를 끼치는 존재가 되었다. 그 후 병원은 또다시 생소한 단어인 코호트 격리라는 것을 한다고 했다. 입원해 있는 환자들 중 처치가 필요한 환자들과 신체징후 측정이 필요한 환자들을 위해 방호복을 입고 교대 근무를 해야 했다. 지금이야 추억이었다 하며 가볍게 이야기할 수 있지만 그 당시에는 정말 고난의 시기였다. 아직도 하필 그때 나에게 치핵 수술을 받고 2주간 병원에서 격리되어 퇴원을 못해 나와 동고동락했었던 그 어르신이 생각난다. 아마 다시 어쩌면 겪지 못할 경험이라고 생각했는데...


 2020년 지금 현재 5년 전 상황에 대해서 기시감을 느낀다. 그래도 한 번 겪었던 일이 있어서인지 정부를 비판하는 이런저런 기사가 나와도 5년 전보다는 낫구나 하는 생각은 든다. 그때는 정부 발표가 없어 어느 병원에서 환자가 발생했는지  맘카페나 커뮤니티를 통해 전해지는 정보가 많았었다. 물론 틀린 헛소문도 많았다. 그 당시 정부 발표는 너무 느렸다. 내가 접하고 알고 있는 정보보다 길게는 3일 정도 차이가 나는 경우도 있었으니까... 적어도 지금은 질병관리본부에서 환자가 발생하면 실시간 보고를 해주고 있지 않은가. 그리고 그때의 교훈으로 의사에게도 생소했던 음압 격리실이라는 입원 병실이 충분치는 않으나 지역마다 갖춰져 있다. 5년 전 코호트 격리 당시에 음압 격리실이 없어 일반 병실에다 앞에 천막을 치고 전실을 만들고 했던 그런 기억도 난다. 그리고 지금 우리 국민들의 인식도 많이 바뀌었다. 5년 전 자가 격리를 지키지 않고 돌아다니다 경찰이 출동하여 검거(?) 했다는 뉴스도 떠오르지만 지금은 그런 일은 거의 없지 않은가. 다들 지시에 잘 따르고 있는 것 같다.


 오늘 광주에서 한 병원이 코호트 격리가 되었다는 소식을 접했다. 그 병원에 입원해 계시는 환자들은 얼마나 당황스럽고 걱정을 하고 계실지, 그리고 의료진들과 병원 직원 분들은 얼마나 힘이 드실지 겪어 본 한 사람으로 잘 알고 있다. 실제로 도움이 되어 드릴 수는 없지만 힘 내시라고 이 짧은 글을 통해서라도 응원하고 싶다.  그리고 지금 쉴 틈 없이 일하고 있을 역학조사관을 포함하는 공무원 분들께도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확진되신 분들이 건강하게 퇴원하셨으면 좋겠고 혹시 격리를 하고 계신 분들도 별 일 없이 조용히 넘어가셨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확진자를 돌보면서 애쓰고 있는 각 병원의 의료진과 직원 분들도 모두 건강히 이 사태가 마무리될 때까지 지치지 말고 힘내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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