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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언철 Jan 27. 2020

일상생활 속의 암

  병원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오간다.

그 수많은 사람들에는 환자와 보호자가 섞여 있다. 누가 환자이고 누가 보호자 인지 쉽게 구분이 가는 경우가 있다. 어딘가 불편한 듯한 표정을 하고 있던지 수액을 맞고 있으시다면 구분이 쉽다. 하지만 구분이 쉽지 않은 경우도 있다. 진료실 문을 열고 연세가 지긋하신 분과 젊은 분이 같이 들어오는 경우 십중팔구 연세가 있으신 분이 환자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내 앞 환자 상담 의자에 젊은 분이 앉으면 나의 예상이 빗나갔다는 사실에 순간 당혹스럽다. 이렇게 간혹 진료실에서 혼자 당황하는 경우가 있다. 특히 암을 치료하고 잘 치료가 되신 분들은 더 구분하기 어렵다. 일상으로 돌아가 직장도 다니시고 원래 하시던 일을 계속하시지만 그런 자세한 내막을 알지 못한다면 주변 사람들도 암환자임을 알지 못할 것이다.


 외래를 보게 되면 수술을 마치고 경과 관찰하시는 분도 계시고 항암치료 중이신 분도 계신다. 짧게는 1주일 경과 관찰부터 수술 후 2년 내에는 3개월, 그 이후 남은 3년은 6개월... 5년 중증 등록 만료 후에는 1년마다 검사를 하고 외래를 내원하시게 된다.


 먼저 외래에 오시면 외래 보기 전 시행한 검사 결과를 말씀드리게 된다. 그래서 대부분의 환자분들이 마음을 졸이며 진료실로 들어온다. 마치 시험 성적을 받으러 들어오는 학생과 같은 심정이랄까. 내가 검사 결과 괜찮다고 말씀드리면 그 한마디에 길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도 하시고 방긋 웃어주시기도 하고 그런 줄 알았다는 듯 무덤덤해하시는 분도 있다. 외래에서는 짧은 시간이기는 하지만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는지 별 문제는 없었는지 여쭤본다. 그럼 대변 양상은 어떻게 되었고 직장생활은 어떠했으며 무엇이 지금 가장 힘든지 대답이 봇물 터지듯 돌아온다. 가급적이면 환자분들의 말을 많이 들어드리고자 한다. 평상시 병원에 오기는 힘들고 외래 올 때 몰아서 물어보려고 준비했을 질문지를 펼쳐 놓고 본격적으로 물어보시는 경우도 있다. 가급적 질문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드리고 필요한 처치나 약물에 대해서 설명드린다. 그렇게 하고 나면 환자분들은 다시 3개월, 6개월 다시 병원에서 지정해준 날짜까지 원래 일상으로 돌아간다.


 나는 외래에서 잠시 잠깐 환자들의 단편만을 보게 되지만 환자분들은 몸에 암이 있었고 제거를 했지만 언제 다시 재발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항시 있다. 직장 일을 하다가도 문득 떠오를 것이고 식사를 하시다가도 문득 떠오를 것이다. 갑자기 배가 사르르 아프 기라도 하면 ‘이거 재발 증상 아냐?’라고 생각이 들기도 할 것이다. 피곤하다든지 체중이 줄어든다든지 몸이 붓는 다 던 지... 암을 겪지 않은 일반인이라면 일상생활에서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증상에도 암이라고 하는 것이 연관 지어질 수밖에 없어 그런 두려움이 더 증폭될 수밖에 없다. 이런 일상생활 속에서의 암에 대한 두려움을 줄여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고민하게 된다.


 내가 생각한 방법은 첫 번째 방법은 공감이다. 환자들이 가장 답답해하는 부분은 자신의 증상을 다른 사람은 잘 몰라 준다는 것이다. 겉으로 보기엔 문제없어 보이는 경우라면 자신의 증상을 들어내기도 힘들고 이야기해도 공감을 해주는 경우가 많지 않다. 증상을 털어놓는 환자 분에게 “아~~ 진짜 힘드셨겠네요. 그런데 그 증상은 환자 분만 그러신가 아니라 이 수술받으신 다른 분들도 비슷하게 겪으시는 거니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하고 말씀드리면 얼굴에서 걱정이 약간 덜어지는 게 보인다. “ 나만 그런 거 아니죠? 그렇다면 다행이네요.”

 

 두려움을 덜어드리는 두 번째 방법은 자세한 설명이다. 검사 결과를 보고 암 치료의 경과에 대한 설명뿐만 아니라 필요하다면 생활 습관 교정, 식습관 교정과 같은 부분을 설명해 드리기도 한다. “요즘 혈당 조절이 잘 안되시는 거 같은데 내과는 잘 다니고 계세요?” ,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데 최근에 따로 드신 음식이 있나요?”, “지방간이 있으신데 체중 조절하고 운동 좀 열심히 하셔야겠어요.” 그렇게 설명해드리면 여러 가지로 불안을 조금은 잠재워 드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세 번째 방법은 수술 흉터를 적게 해 드리기이다. 최근 들어 복강경으로 수술을 더 많이 시행하고 있는 점은 암 환자의 심리적인 면에서도 작지만 큰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상처라고 하는 것은 몸에 흔적이 남아 있는 것이고 그 흔적을 볼 때마다 암 치료에 대한 기억이 떠오르실 텐데 그런 작은 부분이나마 덜어드릴 수 있다면 의사로서 보람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매 진료 때마다 환자들의 복부 검진을 하는데 수술 상처가 거의 안 보이시는 분이 있다. 그런 분들께 “수술 상처가 없어서 목욕탕 가셔도 수술받은지도 모르고 암이 있으셨는지도 아무도 모르겠는데요.” 하고 말을 건넨다. 진정으로 환자 분이 그렇게 느끼셨으면 좋겠다.


 한 해에 2만 5천 명 정도의 새로운 대장암 환자들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적지 않은 환자들이 치료받고 살아가고 있다. 환자들의 암만 치료되는 것이 아니라 암에 대한 불안, 두려움까지도 치료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암 환자분들은 지금도 일상을 살아가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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