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에서 전화가 왔다.
“선생님이 보시던 환자 분으로 배가 아프셔서 응급실로 오셨는데 장마비가 온 거 같습니다. 신체징후는 다 괜찮으시고요.”
“네, 그럼 일단 입원시켜주시면 제가 가서 보겠습니다.”
대장암으로 수술 시행한 지 2년째 되시던 분으로 항암치료까지 문제없이 받았고 기분 좋게 다음 예약을 잡아드린 분이다.
경과 관찰을 위해 시행한 CT상에서도 아무런 이상이 보이지 않았는데 1달도 채 못되어 응급실로 오신 것이다.
‘이상하다... 별 이상이 없었는데...’
병원에 도착해서 환자 분을 뵈러 갔는데 저를 보자마자 환자 분이 한마디 하신다.
“아이고 선생님 죄송해요. 제가 어쩌다 보니 배가 아파서 왔어요. 제 몸이 왜 그런지 모르겠네요.”
“어르신 괜찮으세요. 그런 말씀 마시고 한번 누워보시겠어요?”
만져본 배는 부드럽긴 했지만 팽만은 있는 상태로 약간의 통증을 호소하시는 상태였다.
시행한 영상 검사상에서도 명백한 장 마비 증상을 보이고 있고 CT에서는 소장 부위에 좁아진 부위가 확인되었다.
“어르신 지금은 괜찮은 거 같기 한데 금식하면서 조금 기다려봐야 할거 같아요. 근데 검사에서 보이는 소장이 좁아진 부위가 조금 심상치 않아 보이는데 경과를 보다가 호전이 없거나 증상이 심해지거나 열이나 거나 하는 변화가 있으면 바로 수술해야 할 거 같아요.”
“이 놈의 몸뚱이가 왜 그런지 모르겠네요.”
“어르신 뭘 잘 못하셔서 그런 거 아니니까 그렇게 생각하지 마세요.”
수술 후에 발생하는 장마비는 환자들에게 흔히 발생하는 진단이다.
수술 후 발생하는 장유착이라던지 복강 내 염증과 같은 이유로 장의 움직임이 떨어지게 되면서 발생하게 된다.
그리고 환자들이 섭취한 음식으로 인한 경우에도 발생이 가능하다. 대표적인 음식이 떡이나 감이다.
장 유착의 경우는 수술받은 복강을 수술한 환자라면 누구에게나 발생 가능하다. 일반적으로는 대부분 문제가 없지만 장유착으로 인한 장폐색이 발생하면서 수술까지 필요한 상황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
환자들에게 장마비가 오시면 증상은 가장 쉽게 알 수 있는 방법은 가스나 대변이 나오지 않는 것이다.
그러면서 복부 팽만이 생기가 복부 불편감 혹은 통증이 발생한다.
그럴 경우 식사를 한 끼나 두 끼 정도 건너뛰고 신체활동을 하면서 장을 쉬게 만들어주면 저절로 호전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는 반드시 병원을 내원하는 것이 좋다. 금식이 길어질 경우 탈수로 이어지고 탈수는 장마비를 악화시키는 악순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병원에서도 우선적인 치료는 금식을 하면서 경과 관찰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식사를 할 수 없으니 보조적으로 수액치료를 하면서 경과 관찰을 하는 것이다.
호전이 되는 징후는 가스가 나오면서 대변이 나오고 복부팽만이 호전을 보인다.
호전이 되지 않고 장에 손상이 발생할 경우에는 복통이나 발열과 같은 증상이 악화되고 이 상황은 수술이 필요한 상황이다.
장 손상이 진행될 경우 천공으로 이어질 수 있고 심할 경우 패혈증으로도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며칠이 지났는데 어르신 자꾸 복부팽만이 심해지고 복통이 있어서 아무래도 수술해야 할거 같아요.”
“뭐 그럼 어쩔 수 없죠. 선생님 말씀 따라야지요.”
“수술은 장유착 때문이라고 하면 장유착만 정리하고 끝날 수도 있고 장에 손상이 있다고 하면 자르고 이어주는 수술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어요. 일단 수술장에서 상태를 확인해 봐야 할거 같아요.”
수술 당일날 회진을 도는데 어르신이 다시 한마디 하신다. ‘
“선생님 제 몸이 이상해서 선생님 귀찮게 해 드리네요. 죄송해요.”
“아이고 어르신 그런 거 아니니까 맘 편히 계시면 수술 끝나고 설명드릴게요.”
수술장에 들어가서 확인하여 보니 장 유착으로 인해서 소장이 좁아진 부위가 확인되었고 간단하게 소장을 절제하는 수술 후 수술은 종료되었고 어르신은 수술 후 2주 정도 입원하신 후 아무런 문제 없이 퇴원하셨다.
“선생님 감사하고 죄송합니다. 다음부터는 아프지 않도록 할게요.”
“퇴원하셔서도 잘 걸으시고 많이 움직이시고 증상 있으면 언제든지 병원에 오세요.”
퇴원하시는 순간에도 본인 때문에 너무 고생하셔서 죄송하다고 입원 기간도 길어져 죄송하다고... 그렇게 말씀해주셔서 오히려 내가 몸 둘 바를 모르게 되었다.
장유착이 온 것도 장마비가 온 것도 절대 어르신 잘못이 아니니 죄송하지 않으셔도 되고 이제 2년이 넘었으니 6개월마다 밝은 모습으로 뵐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항상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