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의사이다 보니 신문이나 잡지를 볼 때 의료와 관련된 기사를 자주 보고 관심을 가지고 보게 된다.
그런 기사를 보고 공감하기도 하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물론 의사이기 이전에 인간으로 공감이 되지만 의사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경우가 있다.
바로 치료 중단에 관련된 주제이다.
환자 중에 암 진단을 받고 치료가 가능한 상태이고 수술로 완치까지도 생각해 볼 수 있는 상태이신 분들이 있다. 그런데 치료를 안 받겠다고 하신다.
이유는 여러 가지이다.
'이미 암에 걸렸고 어차피 재발 걱정하고 해야 되는 거고 그럴 거면 치료 안 받는 게 낫다.'
'암 치료받고 죽은 주변 사람을 봤는데 너무 비참하게 죽더라. 나는 그렇게 못하겠다.'
'암 치료받으면서 생기는 통증들을 난 받아들일 수 없다. 그냥 치료 안 하겠다.'
'내 몸은 내가 알아서 한다. 난 양약을 먹는 것도 싫고 수술도 안 할 거다.'
물론 이미 암이 많이 진행된 경우에는 나도 일정 부분 동의하고 수긍해 드릴 수 있지만 이런 경우는 치료 가능한 상태가 아닌가 말이다.
나도 물러설 수 없어 계속 설명드린다. 치료를 받지 않으면 발생할 증상 및 응급상황들, 본인의 선택으로 인해서 힘들어하실 가족들, 암이 진행되어서 힘들어질 환자 본인에 대한 이야기까지... 그러면 치료를 하시겠다는 분도 있고 끝까지 굽히지 않으시는 분도 있다.
물론 자기 몸에 대한 자기 결정권은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결정을 할 때에는 본인 만을 생각하는 것이 아닌 주변 다른 사람, 가장 가까운 가족들도 생각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인간이란 혼자서만 존재할 수 없는 존재여서 조직사회를 이루고 살아간다. 그중 가장 기본은 나를 포함한 가족이다.
치료를 받지 않는 자기 몸에 대한 결정권은 행사하였으나 받아들이는 가족들은 더 노심초사할 수밖에 없다.
환자 본인은 그런 결정 후 마음의 평온을 얻을 수는 있겠으나 가족들은 더욱 불안해질 것이다.
임상의사로 그런 결정을 내리고 안 좋아져서 오는 경우를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다.
암이 진행된다고 해서 곧바로 임종에 가까운 것이 아니다.
전이가 발생해도 암이 진행을 해도 사람의 몸은 불가사의하게 그 기능을 유지할 수 있다.
그래서 모든 감각을 느낄 수 있다.
치료받지 않음으로 생기는 물리적인 증상들에 대한 책임도 온전히 본인이 져야 하는 것이다.
본인이 느끼는 고통은 차치하고서라도 본인의 죽어감으로 인해서 주변 사람들이 받는 고통은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가족과 주변 인들에 대한 배려도 필요한 부분이지 않을까?
자연치유를 선택한 결과에는 낭만적인 결과 만이 있지는 않다.
치료받지 않고 암이 진행되어 진통제 없이는 살 수 없는 상태... 암이 진행되어 식사 진행이 안 되는 상태...
식사를 할 수 없어 메말라가는 환자를 바라보는 보호자들의 애처로운 눈빛...
그 환자 옆에서 보호자들은 식사도 제대로 할 수가 없다. 그리고 음식을 먹고 와서도 음식 냄새조차도 풍길 수가 없다.
그렇게 보호자와 주변인들이 받는 고통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본인이 본인의 몸에 대한 결정권을 행사함으로 해서 생기는 것이다.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암 치료를 해도 예후가 좋지 않을 것이 예상이 되는 상황이라면 의사로서도 환자 본인의 결정에 대해서 존중하고 싶다. 하지만 치료가 가능한 상태에서 그런 결정을 하시는 것은 의사로서는 용납을 할 수 없다. 2-3시간 정도의 수술로 완치가 가능할 수도 있다. 혹여 수술 결과에 따라서 추가적으로 항암을 진행해야 할 수도 있지만 드라마에서 보는 것처럼 항상 부작용이 심하게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많다.
혹시 치료가 가능한 상태인 암 환자 분이 치료를 포기하신다고 한다면 한 말씀드리고 싶다. 너무 빠른 내려놓음 보다는 가능하다면 조금 더 긴 삶의 대한 의지를 가지시라고 말이다. 그리고 반드시 현대 의학이 모든 질병을 정복할 수는 없겠지만 그런 의지에 힘을 보태드릴 수 있다고 말이다. 그래서 조금 더 길고 행복한 삶을 누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