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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언철 Nov 23. 2021

선생님, 저 얼마나 살 수 있나요?

"선생님, 저 이 수술 못 받으면 얼마나 살 수 있나요?"

"......"

순간 환자의 질문을 받고 말문이 막혔다.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망설임의 시간이 길어졌다. 순간 정적을 깨고 나는 조심스레 입을 연다.

"아시다시피, 암이 복막에 퍼져있으신 상태로 수술 후 항암 중에도 얼마 되지 않아 암이 진행되고 계속해서 커지는 상황이라 예후가 좋지 못할 거라는 건 예상을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복강 내 항암 온열요법을 조금 일찍 시도해보자고 의뢰주신 거구요."

"저도 알고는 있는데 답답한 마음에 자꾸 질문을 하게 되네요.”


 환자는 암이 발견되어 수술을 진행하였고 항암치료 진행 중 다시 재발 소견으로 다시 한차례 수술 후 약제를 변경하고 다시 항암치료를 시행하였으나 약이 듣지 않고 다시 암이 크는 중이었다. 이렇게 짧게 한 줄로 요약을 할 수 있겠지만 이게 불과 몇 달 만에 환자에게 생긴 일이다. 반복된 수술과 항암... 그리고 좋지 않은 결과... 환자의 배는 종양으로 인해서 점점 불러오고 있는 중이었다. 수술이 의뢰가 되고 복강 내 항암 온열요법이 가능할지에 대해서 검토를 해야 했다. 보험심사평가원에서 정하는 청구 기준에 들어가지 않는 질환이지만 환자에게 희망일 수도 있는 수술을 다학제위원회에서 승인을 받고 수술을 준비했다.  


수술 날이 다가오고 환자와 보호자에게 앞으로 진행될 수술에 대해서 설명하였고 수술 날이 되었다. 수술을 앞둔 환자와 보호자도 긴장을 했겠지만 나 역시도 쉽지 않은 수술이라는 것을 알기에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다. 수술장 소견이 어떠하더라도 가급적이면 포기하지 않고 수술을 진행하겠다고 마음을 먹고 들어갔다. 수술은 예상대로 쉽지 않았다. 복강 안이 온통 암세포와 점액질로 가득 차 있는 상황… 가급적 암 덩어리를 남기지 않고 다 제거하기 시작했다. 대장은 암의 침범이 많아 거의 대부분을 절제하였고 복막은 전체적으로 절제를 했으며 소장의 장간막에도 있는 부위는 모두 벗겨냈다. 수술시간만 10시간 정도가 걸렸다. 하지만 수술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복강 내 항암을 해야 했고 정리하고 수술 종료하였다.  전체 수술시간은 12시간 넘게 걸렸다. 다행히 환자 분은 잘 버텨주었고 중환자실로 이송되었다. 수술이 끝나고 깨어난 환자와 보호자에게 최선을 다했노라고, 수술은 다행히 잘 끝났으니 수술 후 경과는 지켜보자고 이야기했다.


힘든 수술을 장시간 하고 나면 온 몸이 뻣뻣하다. 스트레칭을 하고 어두워진 하늘을 보며 바깥공기를 들이마시고 내뱉어 본다. 마음이 한결 가벼워옴을 느낀다. 처음에 했던 환자의 말이 나의 뇌리에 강하게 박혀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는데 조금은 자유로워짐을 느꼈다. ‘환자 분도 우리도 최선을 다했으니 조금이라도 더 살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라고 혼잣말로 되뇌었다.  


수술 후 환자의 경과는 괜찮았다. 워낙 큰 수술을 해놓은 터라 회복하는데 시간이 좀 걸리기는 했지만 다행히 잘 퇴원하였다. 퇴원할 때 환자의 웃는 모습을 보는 것은 언제나 즐거운 일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자신에게는 죽음이라는 것은 없는 것처럼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역시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어떠한 이유에서든 병들어가는 이들에겐 본인에게 남겨진 시간이 얼마인지를 알고 싶을 수밖에 없다. 4기를 넘어 말기로 진행하는 중에는 많은 증상들이 나타날  있다. 그중 수술을 필요로 하는 경우도 있다. 수술 설명을 하다 보면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얼마나    있느냐는 질문이다. ‘인명은 천이다.’라는 말이 있듯이 한낱 인간인 의사가 무슨 수로  기간을   있겠는가? 그런 질문을 받으면 환자와 보호자에게 조심스레 말씀드린다. ‘그건 아무도 말씀드릴  있는 부분이 아닙니다. 지금 생기신 증상을 호전시키기 위해서는 수술이 필요하고  수술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씀은 드릴  있을  같습니다.’라고 말이다.


내가 가진 의술로 환자가 조금 더 나아질 수 있다면 더 힘든 수술도 감내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그 결과에 나도 환자도 만족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사랑하는 이들 옆에서 한번 더 행복할 수 있는 시간을 드릴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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