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치료의 중단

by 한언철

암이라는 질환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발생한다. 왜 발생하는지 밝혀진 부분도 있지만 아직 모르는 것이 더 많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수많은 의사와 과학자들이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대장암에 있어서는 젊은 나이에 발생하는 경우에 대해서 유전자나 다른 원인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20-30대에 발견되었음에도 상당히 진행이 되어서 발견되는 경우도 흔하고 수술 시행 후에도 재발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다. 임상 의사로서 수술로 다행히 치료가 된 환자들보다는 수술이나 항암 방사선 치료 시행 후 재발하는 환자들이 더 신경이 많이 쓰일 수밖에 없다. 암의 진행 정도에 따라서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많이 진행된 환자들의 경우 수술이나 항암치료 등의 치료를 권하여도 거부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더 이상의 통증을 느끼기 싫다.', '더 이상의 항암치료 부작용으로 고통받기 싫다.', '그냥 그저 일상생활을 하고 싶다.'


환자들이 이야기하는 것은 건강한 사람들에게는 어찌 보면 참 별거 아닌 것을 요구하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너무도 절실하고 간절한 바람일 것이다. 환자와 상의하여 암이 있으나 치료를 진행하지 않고 경과 관찰을 하여보면 결국 암이 커지면서 여러 문제로 다시 병원의 문턱을 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게 입원한 환자들에게 물어보면 병원에 오지 않았던 그 시간들이, 그 순간들이 너무 좋았다고 표현을 한다. 암 환자이기 이전에 누렸던 일상생활, 가족들, 친구들... 그런 것들이 너무 좋았다고 이야기한다. 특히 아이가 있는 환자의 경우에는 너무 가슴이 아린다. 내 사랑하는 아이를 두고 나의 생명이 사그라져 가는 것을 아는 그 마음은 누구도 이해할 수 없고 위로할 수도 없을 거라 생각한다. 아빠나 엄마를 면회 와서 해맑은 웃음을 보이는 아이를 가끔 볼 때면 내 마음이 무너지는 것 같다. 그래서 나도 가급적이면 환자들에게 반드시 필수적인 치료를 우선 시행하고 호전이 되면 빠르게 퇴원시키려고 애를 쓴다.


간혹 이렇게 치료를 하다 부딪히는 벽이 있다. 필수적인 치료도 거부하는 경우다. 골반 부위로 암이 재발하는 경우에 반드시 문제가 되는 것은 대, 소변의 문제이다. 문제가 생길 경우 장루를 시행하거나 방광루를 시행해야 식사가 가능한데 더 이상 통증은 싫다고 울고는 있는 환자들에게 설명하기란 참으로 힘들다. 이런 경우 어쩔 수 없이 환자들에게 매몰차게 이야기하는 경우가 생긴다. 어르고 달래고 화를 내기도 하고... 심정적으로는 너무 이해가 되지만 어찌 보면 남아있는 생명 유지와 관련된 것이라 양보할 수 없다. 그렇게 또 한고비를 넘기고 환자 상태가 좋아져서 퇴원을 한다. 하지만 나도 환자도 알고 있다. 병원으로 다시 돌아올 일이 반드시 생길 거라는 걸... 그래도 퇴원하는 환자의 발걸음은 왠지 가벼워 보인다. 다시 무거운 발걸음으로 돌아오면 나는 무엇을 더 해 줄 수 있을까? 의사로서 고민을 할 수밖에 없지만 사실 뚜렷한 답은 없다.


그래도 지금 이순간 나의 발걸음이 조금은 가벼워진 것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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