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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언철 Oct 11. 2022

죠스와 수영과의 상관관계

 내가 나고 자란 곳은 부산 영도이다. 영도는 사면이 바다인 섬이다. 어릴 적 언덕배기에 있던 우리 집에서 바라보면 항상 바다가 보였다. 그럼 어린 시절 당연히 바닷가에서 노는 시간이 많았고 그러다 보니 수영을 잘하는 친구들이 많았다. 그럼 나도 수영을 잘했냐고? 결론부터 말하면 수영을 아예 못했다. 난 물이 무서웠다. 그럼 제목에 나오는 '죠스'와 연결되는 부분이 상상이 될 것이다. 왜 그랬는지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7살에 주말의 명화를 혼자 보게 되었는데 하필 그 영화가... 그렇다... '죠스'였다. 영화 '죠스'가  나에게 준 인상은 매우 깊었다. 큰 아가리와 뾰족한 이빨을 자랑하며 화면으로 튀어나올 듯이 달려드는 상어는 어린 나에게 엄청난 공포를 주었다. 아래가 보이지 않는 심연에서 서서히 형체가 보이며 나를 삼킬 듯이 입을 벌리며 다가오는 이미지가 문득문득 떠올랐다.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영화 줄거리가 기억이 나는 것은 물론 특정 장면은 아직도 떠올릴 수 있을 정도였다. 그 이후였던 것 같다. 바다가 너무 무서웠다. 발이 닿지 않는 것도 너무 무서웠다. 한 번은 가족과 함께 바다에 물놀이를 갔는데 바다에 들어가지 않는 아들이 안타까웠는지 아버지가 나를 튜브에 태우고 바다 멀리 나갔다. 나는 거의 자지러지듯이 울며불며 아버지를 붙들고 놓지 않았다. 물에 빠질 듯한 공포... 밑에서 무언가가 다가오는 공포... 심연에 대한 공포... 그렇게 내 마음속에 수영은 멀어졌다.

 

 그 이후에는 수영 말고 해야 할 것이 수두룩하게 많아 완전히 잊고 지냈다. 그러다 결혼을 하고 아내가 수영을 배우기 시작했고 애기들도 수영을 다니면서 집에서 수영 못하는 사람은 나밖에 남지 않았다. 그래도 크게 불편한 것은 없었으나 괜히 나도 거기에 끼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내가 수영을 같이 다녀보지 않겠냐고 이야기를 했다. 난 물이 무섭다고 안될 거 같다고 이야기했으나 한 번만 해보자는 이야기에 얼떨결에 시작을 했다. 우선 집 앞 수영장에서 새벽 수영 기초반에 등록을 했다. 물에 뜨는 것부터가 문제였다. 물이 무서우니 온 몸에 힘이 들어가고 힘이 들어가니 잘 뜨지 않았다. 그래도 힘은 있으니 가라앉는 몸을 오로지 힘으로 앞으로 끌고 나가니 금방 지쳤다. 몸까지 유연하지가 않으니 동작이 더 힘들었다. 아침 출근 전 50분 수업이 끝나면 거의 녹초가 되었다. 그래도 수영장은 바닥이 보이고 발은 닿으니 내 마음속 공포를 자극할 정도는 아니었다. 아무리 몸치여도 매일 반복되는 자세에 어느덧 비슷하게 흉내를 낼 수 있게 되었다. 조금 익숙해지니 욕심이 났다. 빨리 가는 건 처음부터 목표가 아니었다. 조금 더 여유롭게 천천히 잘 나아가고 싶었다. 하지만 그건 내 머릿속에서나 가능한 목표... 내가 수영하는 모습을 볼 기회가 많지 않다 보니 자세도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현실과 이상은 따로라는 말이 아마도 나의 수영에 딱 들어맞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수영을 시작한 지도 벌써 5년 가까이 되었다. 그래서 수영이 많이 늘었냐고 물어보신다면... 나의 대답은 "글쎄요"이다. 아직도 수영하는 흉내를 내는 것 같은 기분이다. 더 잘해 보고 싶으나 그냥 접영, 배영, 평영, 자유형 4가지 다 할 수 있는 것에 만족한다. 가끔 호텔에 묵을 때가 있으면 수영장도 이용해 보고 해외에 나가서도 다른 나라 수영장에서 수영도 해보고 즐겁게 즐기고 있다. 물론 대회에 나가서 실력을 뽐낼 정도는 여전히 안된다. 하지만 더 이상의 경쟁은 하고 싶은 생각도 없다. 그저 내 몸뚱이 하나 물에서 건사할 수 있음에 만족하고 즐길 수 있음에 감사하다.


 이제 수영을 할 수 있으니 바다도 익숙해졌을 것 같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그래도 아이들과 함께 들어갈 정도는 되지만 그래도 깊은 곳에 가면 내 마음속 공포가 '죠스'와 같이 스멀스멀 기어 나온다. 아직 물에 대한 공포를 완전히 극복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물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발전을 이루었다고 스스로 칭찬을 해주고 싶다. 언젠가는 바다에서 자유수영을 해보는 것이 개인적인 소망이다. 그래서 멀리멀리 수영해서 나가보고 싶다. 어릴 적 그렇게 수영해서 나가던 친구들을 부러운 듯 물끄러미 쳐다보던 나의 모습이 떠오른다. 이제라도 그 친구들을 뒤따라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이룰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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