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인의 ‘꾸준히’
죽기 위해 무작정 하고 싶은 일을 하기로 했지만, 쉬운 일이 아니었다. 유튜브도 했다가, 블로그도 했다가, 또 다른 걸 하기도 하고. 하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하다가 다 멈춰버린 것들이 되었다. 아주 짧게 흔적만 남은 정도. 무언가 내 직업이 되거나 하지도 못했다. 짧은 취미로 끝나버린 것들이 쌓여만 가고 있다. 글쓰기도 그런 것들 중 하나였다. 어린 시절부터 나의 가장 큰 꿈이 글을 쓰면서 살아가는 것이었는데, 그것마저 제대로 해내지 못한 채 쌓여버린 것이다. 벅벅 흔적을 지웠다. 과거를 발판으로 삼기로 했지만서도 완성하지 못한 내 작품들을 쉽게 꺼내지 못했다. 무엇보다 꾸준히 글 쓰는 것이 어려웠다. 쓰는 건 물론이고 읽는 것조차 힘들어진 상황에 직면했을 때, 내 삶은 잿빛이 되어버린 것 같았다.
그래서 더더욱 브런치에서 글을 쓰게 된 것이 나에겐 엄청난 기쁨과 우울, ‘블루’ 그 자체였다. 블루가 반가웠지만 걱정도 됐다. 하지만 죽기 위해 살기로 했으니까, 죽기 위해 글을 쓰기로 했으니까. 치료도 꾸준히 받고 있고, 나아지고 있으니까. 더는 겁낼 필요가 없다. 앞서 말했듯 과거를 이용해 내 발판으로 만들테니까. 이 시간도 나에겐 경험이 될 것이고, 내 흔적이 될 것이다.
ADHD 약물 치료를 시작하고 드라마틱하게 인생이 바뀌진 않았지만, 글을 쓰게 되었고 조금 더 하나에 집중할 수 있는 힘이 생겼다. 물론 그 사이에 이것저것 많이 시도하고, 충동적으로 게임에 돈을 쓰기도 하고, 여전히 빙글빙글 돌아가는 ADHD인이지만 말이다. 단편이랑 에세이를 꾸준히 올리는 것도 아직 온전히 습관이 되어 있진 않다. 그래도 읽어주는 사람들이 생겨서, 댓글을 달아주고 응원해주는 사람이 생겨서 지속할 수 있는 힘이 생겼다. 독자와의 약속이란, 나에겐 ‘꾸준히 하는 습관’을 만들어 주는 기회다. 나는 전보다 나아지고 있다.
온전히 밥벌이를 하는 ‘성인’이 되진 못했지만, 내가 하고 싶은 것을 꾸준히 할 줄 아는 ‘사람’은 되고 있다. 나는 꼭 죽기 위해 나만의 책을 낼 것이고, 내가 만든 세계관을, ‘코스믹 호러’를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 나는 남에게 기억될 ‘나의 모습’도 중요하지만, 편하게 죽을 수 있는 ’내 마음‘도 중요하다. 그래, 어쩌면 죽기 위해 하는 모든 것들이 ‘미련’ 때문일지도 모른다. 죽음의 끝에서 ’해볼 걸‘하게 되는 후회와 미련들이 내가 무언가를 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걸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꾸준히, 꾸준히 해낼 것이다. 쌓고 쌓아서 온전히 하나가 될 수 있도록 꾸준히 글을 쓸 것이다. 죽기 위해, 하고 싶었던 일이니까.
나는 죽기 위해 살아가기 때문에, 오늘도 죽기 위해 하고 싶은 일들을 해나간다. 글을 쓰고, 사랑하고, 알아간다. 꾸준하게 천천히. 잠시 싫증이 난다면 잠시 쉬었다가 또 다시 잡고 꾸준히, 천천히. 나는 계속 쌓아갈 것이다. 언젠간 원하는 만큼 성공할 테니까. 이 시간조차 내겐 그저 결과가 아닌 과정일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