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그 심장 소리

쿵, 쿵. 그렇게 울릴 때마다 이게 무엇인지도 모른 채 기분만 나빠졌다.

by 도영

그들을 부러워한다면, 그들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그들에게 많은 것을 배우렴.

그들과 너의 차이점은 무엇이니? 그것을 찾아 그것에 익숙해지면,

너 또한 그들과 똑같아질 수 있단다.



죽음의 신, 헤카테는 심장이 없는 그에게 새로운 기회를 주었다. 심장도 감정도 없는 그는 사람과 닮은 모습의 '인형'이다. 인간의 삶을 한없이 부러워하고 그들을 사랑하고 싶었던 '인형'. 처음 그가 인간들과 가까이 지낼 때 그가 제일 먼저 신기하게 생각한 것은 사람들의 심장소리였다. 아, 그들과 나의 차이점은 바로 저 '소리'구나. 저것이 '살아있는' 존재의 소리구나. 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그들의 심장 사이에서 자라났다. 듣고만 있어도 마음이 편해지는 그 소리는 마치 자장가 같기도 했고, 옆에 있다는 다정한 말처럼 들리기도 했다.

그는 심장만 없을 뿐, 다른 사람과 똑같이 자라났다. 사람들이 짓는 표정, 사람들이 내뱉는 감정, 말, 그들이 사용하는 모든 도구들에 대해 차근히 배워나갔다. 사람들과 다르게 심장이 없어도 흉내 내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그들의 심장 소리를 가까이서 듣다 보면 마치 자신에게도 심장이 존재해 뛰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그 소리에 한참 익숙해질 무렵, 인간관계도 꽤 많이 쌓아가게 된 그는 깊은 관계를 이어가게 된 사람들도 생겼다. 가족이나 친구, 연인, 동료… 물론 그는 주변 사람들을 보고 그 관계를 흉내 내는 것뿐이었지만 사람들은 그것을 모른 채 그를 사랑했다. 그는 자신을 사랑해 주는 사람들을 보며 '행복하다'라고 생각했다. 그 소리를 듣기 전까진 말이다.

쿵, 쿵.

익숙했을지도 모를 소리가 기분 나쁘게 울릴 때가 생겼다.


쿵,

쿵,

쿵,

쿵.


무언가를 두드리는 소리, 어쩌면 어디선가 들어봤을 그 소리. 가끔씩 크게 울리는 그 소리에 그는 신경이 예민해지기 시작했다. 들렸다가 또 안 들리는 순간도 존재하는 그 시끄러운 소리. 그는 그 소리가 언제 들리게 되는 것인지 원인을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그 결과, 특정 누군가와 있을 때 그 소리가 유독 크게 귀에 울린다는 점을 알아냈다. 그는 생각보다 간단한 문제라는 생각에 안도했다. 그는 간단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바로 행동으로 옮겼다. 물론 행동을 하기 전에 조금 망설이기도 했지만 그는 그 소리를 머리에서 지우기 위해 해야만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게 바로 그의 첫 살인이었다. 소중한 사람을 떠나보내는 것에 대한 상실감이 컸지만 더 이상 소리 때문에 그의 신경이 예민해지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그 일은 한 번이 아니었다. 종종 몇 번씩 이상하게 쿵, 쿵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 그럴 때마다 그는 그 원인을 찾아 사람을 죽였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 횟수가 잦아졌다. 그렇게 되자 앞에 몇 번 느끼던 죄책감이나 상실감, 후회, 슬픔 같은 건 아무렇지 않게 되었다. 이제 귀에 거슬리는 소리만 들리면 사람을 죽이는 것 또한 일상이 되었고, 그는 계속 그런 소리가 들릴 때마다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죽였다.

쿵쿵거리는 소리에서 벗어날 때면 그는 다른 사람들에게 사람을 죽인 사실이 발각될까 봐 다른 두려움에 떨어 스트레스를 받아야 했다. 그럼에도 그는 쿵쿵거리는 소리만 들리면 사람을 죽였다. 그리고 또다시 불안과 두려움에 떨고, 또 소리가 들리면 사람을 죽이길 반복했다. 그저 평범한 사람들처럼 살아가고 싶었을 뿐인데, 왜 이렇게까지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지? 그들과 나의 차이점이 뭐지? 단지 심장이 없었던 것? 그거 하나일 뿐인데, 그 소리에 종종 이렇게 시달려야 하는 거야?


그는 화가 나 크게 쿵쿵거리지 않더라도 심장이 존재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눈에 보이는 사람들을 죽여 나가기 시작했다. 죽이고, 죽이고, 죽이고, 또 죽이고. 그래도 그의 화는 수그러들지 않았다. 오히려 전처럼 곁에 있는 사람들을 제 손으로 죽이는 것이 너무 끔찍하게 느껴져 구역질이 날 정도였다. 그는 감정을 배웠다. 사랑하는 법을 배웠다. 그것을 배운 채로 사랑하는 사람들을 직접 죽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을뿐더러 마음이 편한 일 또한 아니었다.

눈물이 나고 겁이 났다. 그들이 내는 그 소리를 사랑했다고 생각했는데, 그는 그 소리를 미워하게 됐다.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이라서 그런 걸까? 그는 잊고 있었던 후회, 상실, 슬픔, 죄책감을 한 번에 느꼈다. 있지도 않은 심장이 찢어지는 것 같고 눈에서는 나지도 않을 피눈물이 흐르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는 고통스러워 사람들에게 했던 것처럼 자신에게 칼을 휘둘렀다. 흠집이 생겼지만 피는 나지 않는다. 상처가 생기지도 않았다. 그 사실이 더 끔찍하고 마음 아프게 느껴졌다. 나는 왜 그들과 같을 수 없었을까? 나는 왜 그들과 다르게 태어나 결국 그들을 해치는 괴물이 된 걸까? 단지 심장이 없어서? 그거 하나 때문에? 그는 자신에게 난 흠집들을 제 손으로 천천히 쓸어보았다.


그들과 같은 피부도 내겐 없구나, 상처가 나면 흐르는 붉은 피마저도 내게 존재하지 않는구나. 애초에 나는 사람이 될 수 없었어. 신은 내게 거짓말을 한 거야.

그의 분노는 자연스럽게 신에게 향했다. 자신을 기만하고 속였다는 생각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래, 내가 죽인 게 아니야. 신이 그들을 죽게 만든 거야.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신이 죽게 만들었어.


그는 신을 찾아가기로 했다.

어둡고 어두운 깊은 땅 아래, 그 속에 존재하는 넓은 동굴.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깜깜한 어둠 속, 그가 태어난 그곳. 그는 천천히 긴장한 사람처럼 숨을 깊게 내쉬고 그곳으로 발을 뻗는다. 뚝, 뚝. 물이 떨어지는 소리가 동굴 안에 울려 퍼진다.

"아, 차가워."

그는 떨어지는 물을 맞고 그렇게 내뱉었다. 그리고 몸에 닿은 물을 괜히 손으로 쓸어보며 거기에 집중하며 걷다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다.

"아, 아야…."

그는 일어나 자신의 무릎을 살폈다. 돌부리에 찍혀 피가 난다. 따갑고 아파 괜히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그는 엎어진 채로 한참을 일어나지 못했다. 바닥을 양손으로 짚고 그 위로 뚝뚝, 속상한 마음에 참았던 눈물을 떨군다. 그에게 피부가 생겼다. 그의 몸에 피가 돌고 있다.

쿵, 쿵.

또 한 번 기분 나빴던 심장소리가 울린다. 주변에는 아무도 없다. 그는 이제야 모든 것들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내가 사랑했던 사람들, 내가 사랑하기 시작한 사람들. 자신은 그들을 보며 사랑을 배웠고, 그에게도 그 설렘과 떨림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을. 근데 참, 너무 늦게 알았지.

그는 사람들을 해쳤던 칼로 제 왼쪽 가슴을 찌른다.


신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쿵쿵, 두근거림에 익숙해졌을 때가 있었다. 기분 나쁠 정도로 두근거리는 소리가 익숙해지자 당연한 것인 줄 알았다. 부정맥 진단을 받고 약을 꾸준히 복용하게 되기 전까진 말이다. 최근에 약을 받으러 중간 검진을 갔다 왔는데 이제 두근거리는 건 없냐는 질문을 들었다. 약을 처음 먹기 시작할 땐 확실히 줄었다고 생각했는데, 이젠 긴가민가한 것이 이게 맞는 건지 아닌 건지 정확히 알기 어려웠다. 결국 약 용량을 늘리진 않고 먹던 대로 받아와 계속 복용을 이어 나가고 있다. 그러면서 심장박동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물론 처음 이 글을 쓰기 전에는 딱히 그 부분에 대해 생각하고 글을 쓸 생각이 전혀 없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갑자기 심장소리에 대한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모든 일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다시 글의 이야기로 돌아와 이 글에서 주인공은 어쩌면 헤카테의 아래에서 일하는, 사람을 죽음으로 이끄는 일을 돕는 인형이었을 것이다. 그는 사람이 되고 싶었고, 헤카테는 기꺼이 그에게 사람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직접 보고, 느끼고, 배우면서. 하지만 그는 '흉내 내는 방법'을 익혔고, 자신이 배운 것이 어떤 것인지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살았던 것 같다. 결국 저런 끝을 맞이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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