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취재

by 도영


사람은 누구나 쉬고 싶어 할 거라고 생각한다. 물론 나도 쉬고 싶다는 생각을 시도 때도 없이 하며 내뱉는 사람 중 하나이다. 어쩌다 이렇게 지치게 되었을까? 세상의 기준이 너무 각박해져서? 아니면… 역시 내가 모자란 탓일까. 다른 사람들은 쉽게 해내는 것 같은데, 나는 여기서 멈추면 더 이상 그들을 따라잡을 수 없을 것만 같은데. 그런데도 나는 쉬고 싶었다. 그냥 도망가고 싶었어. 그런 생각을 이어오다가 종교에 빠졌다. 사람은 쉽게 종교에 빠져든다. 내가 의지할 곳을 찾고 찾다가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도 결국 나와 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사람보다 위대한 ''을 찾는다.

사실 처음부터 말하자면 나는 쉬어갈 여유가 없었고, 그렇기 때문에 쉴 생각도 없었다. 애초에 종교에 대한 생각은 한 적도 없다. 그런 내가 종교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은 그 종교를 취재하러 그들을 찾아간 후부터였다. 무작정 찾아가자마자 그들의 말을 믿거나 그들의 믿음에 동조하지는 않았다. 해당 종교의 사람들은 이제 사람들 발이 거의 닿지 않는 시골 마을에 모여서 신을 섬기며 살고 있었는데, 마침 소재가 필요한 나는 엄청난 것을 발견했다는 듯이 그곳을 취재하겠다고 마음먹었다. 그곳을 알게 된 것은 정말 우연이었으니까. 주변에 아무리 물어도 그 사람들에 대해 아는 사람이 없었다. 누군가 나에게 취재를 부탁한다고 제보 전화를 해주었지만, 그게 누군지는 결국 찾아내지 못했다. 하지만 나는 어쩐지 엄청난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거라는 마음이 들어 그곳으로 짐을 챙겨 내려갔다. 쉽게 되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 한 일주일 정도 생활할 수 있는 것들을 모두 챙겼다.

생각과 다르게 그곳에서는 딱히 외지인을 좋아하지 않았다. 내가 여행을 다니다 길을 잃어 들린다고 했을 때, 그들의 표정은 썩 좋지 않았다. 내가 딱 하루만 지낼 곳을 구하러 다녔더니 아직 해가 떠있으니 더 늦기 전에 다른 곳을 찾아보라고 조언을 해줬다. 옷차림부터 내가 외지인인 것이 티가 난 건지, 마을 사람들끼리는 서로 모르는 사람이 없기라도 한 건지 내가 지나다닐 때마다 모두 낯설고 두렵다는 표정으로 나를 돌아보기도 했다. 마치 내가 괴물이라도 된다는 듯이, 내가 누군가에게 달려들어 당장이라도 칼을 꽂아 넣기라도 할 것 같이. 워낙 작고 조용한 마을에, 직접 찾지 않으면 정말 찾기 어려운 곳이긴 하니 외지인이 올 일도 없다는 생각을 하면서 그들의 행동을 이해해 보려고 노력했다.

나는 그들의 시선을 피해 묵묵히 마을을 돌아다니다가 사람들의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폐가가 하나 있는 것을 발견했다. 겉은 정말 다 떨어질 것 같은 집이었는데 문을 열고 들어가니 생각보다 사람의 손을 타지 않아 먼지가 좀 쌓인 것 외엔 당장 들어가서 살아도 큰 문제는 없어 보였다. 나는 모든 게 갖춰져 있음에도 이 집의 주인이 없다는 확신을 가지고 짐을 풀어두기 시작했다. 이 폐가는 정말 평범하고 작은 오두막집이었다. 집에 들어서면 부엌과 거실이라고 불릴만한 곳, 화장실로 가는 문 등이 한눈에 들어온다. 원룸의 형태처럼 보이지만 방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어 잠은 그곳에서 자면 충분했다. 간혹 어디선가 쥐가 무언가를 갉아먹는 소리가 들리긴 했지만 내 눈에 보이지 않으니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제발, 제발 밖으로 나와서 내가 생활하는 곳을 끔찍하게 침범하지만 않기를!


이곳에서 이제부터 일을 시작해야 하는데,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사람들이 외지인을 꺼린다는 점이다. 나는 한동안 오두막 밖으로 나가기 어려웠다. 내가 온 바로 다음날부터 오두막과 마을 사이에 사람들이 울타리로 선을 긋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종종 울타리 너머로 동물원이라도 온 듯 나를 구경했다. 그들과 대화를 할 수 없으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결국 조금 쉬어가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는 지쳐있었으니까. 이번 취재가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아예 시도도 못하게 된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휴식뿐이다.

그래, 어쩌면 좋은 기회야. 일을 핑계로 출장을 나가 있는 상태라 다들 내가 열심히 일을 하고 있는 줄 알고 있을 거고, 당장은 무언가 하기 어려우니 안 되는 걸로 머리 싸매고 있는 것보다 조금 시간이 지날 때까지 기다리면서 쉬는 것이 좋겠지.

나는 이곳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며 휴가를 온 사람처럼 생활했다. 주변엔 숲이 있어 쉽게 식량을 구할 수 있었고, 근처에 강도 있어 경치도 좋아 구경하는 재미도 있었다. 그렇게 한 3일을 그런 생활을 이어갔을까, 아침부터 누군가가 오두막집의 문을 두드렸다.

그는 30대로 보이는 여성이었다. 이때까지 여기서 얼굴을 한 번도 본 적 없었던 것 같단 생각이 들었는데, 며칠 이곳을 떠나 있었다고 대답해 의문이 금세 풀렸다. 그는 이곳의 교주라고 했다. 나에게 취재 요청을 한 본인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교주가 직접 요청을 했다고? 조금 의아한 마음이 들었지만 나는 오두막 안으로 그를 안내해 차를 우렸다. 어쨌든 다시 일을 시작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의아했던 마음도 금세 희열로 바뀌었다. 교주가 직접 제보한 내용이라면 잘못된 사이비를 망가뜨리기 위한 발판인 건가? 내가 그것에 대한 기사를 최초로 쓸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영광이다.

나는 메모지와 펜을 꺼내 들어 그와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이 종교는 오래전부터 '헤카테 유니버스' 만화책으로 알려진 신화를 기반으로 생성된 종교라고 했다. 우리는 과거의 신화 이야기를 보고 그들의 이야기를 재밌어하고 넘겼지만 그들은 그것을 진짜 신으로 섬겨 믿음이 생겼다는 말이다. 그들은 유니버스에서 당장 가장 영향력이 큰 것으로 알려진 죽음의 신, 헤카테를 섬기는 사람들이었다. 종교의 이름은 '그믐교'였다. 사람들은 원래 새로 마을에 들어오는 사람들을 좋아했는데 점차 자신들의 믿음이 커지고 사이비로 몰아붙이는 사람들과 자주 다툼이 생기다 보니 새로운 사람들을 아예 꺼리게 되었다고 말했다. 나를 보고 경계하던 사람들의 모습이 떠올라 고개를 몇 번 끄덕였다.


"그런데, 제가 이곳을 취재하게 되면 오히려 사람들이 꺼려하는 일들이 더 커질지도 몰라요. 그런데도 제게 취재를 요청하신 이유가 뭐죠?"

"그건… 제 계획의 일부입니다. 솔직히 말하면 저는 당신을 이용해서 제가 원하는 상황을 만들고 싶거든요."


그는 누구보다 그믐교에 대한 애정도 높았고 믿음도 강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그는 '교주'라는 자리에서 만족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그는 사람들 앞에서 교주가 아닌 신으로 추앙받고 싶다고 했다.


"전 당신을 신이 보내준 선물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전 그냥 당신이 필요했습니다."


처음엔 저 말의 뜻을 이해하지 못했다. 꼭 나였어야만 했는가? 내가 아니라 다른 누구라도 가능하다고 믿었다. 기사를 보다가 내 이름을 발견하고 우연히 '나'인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사람들 사이에서 새롭게 신앙심을 가지고 찾아온 사람으로 소개하고 사람들 사이에 섞여 지내게 되었다. 마을에는 슈퍼마켓이나 병원, 약국, 정비소… 정말 굳이 이 마을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생활에 어려움이 없을 정도로 모든 것이 준비되어 있었다. 나는 점차 이곳에 물들어 갔다. 틈틈이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 있으면 오두막으로 돌아와 수첩에 메모해두기도 하고 그들의 모습을 촬영해 두고 또 가끔은 녹음을 해두기도 했다. 모두가 잠든 밤, 잠이 오지 않으면 그들의 사진과 목소리를 들으며 그들을 분석했다. 여기서 매우 재밌는 점이 하나 있다. 그들은 종교 이야기를 잘하지 않는다. 생각 이상으로 식사를 하기 전에 기도를 한다거나, 잠들기 전에 기도를 한다거나, 시간이나 요일을 정해 예배를 올린다거나, 제사를 지낸다거나… 그 어떤 것도 하지 않았다. 단순하게 이 마을이 산이라서 산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배우고 익히게 될 뿐이었다.

하긴 종교를 빼면 이들도 평범한 사람이긴 하지. 그래도 종교를 정말 믿는 집단이 맞긴 한 건가? 의문이 생길 때쯤, 월 말이 다가왔다. 이들은 한 달이 끝날 때 딱 한 번, 신에게 제사를 올린다고 했다. 이게 그들의 핵심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날이 밝았지만 해는 뜨지 않았다. 이상할 정도로 어두운 하늘, 구름이 가득 낀 것도 아닌데 밤처럼 느껴졌다. 작게 그믐달만 하늘을 비추고 있었다. 시간과 사람들의 행동을 확인해 봐도 지금이 오전이 아니라고 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 내가 맞춘 알람시계도 고장 나지 않은 채 평소처럼 잘 울렸다. 세상이 이상하게 느껴졌다. 또, 교주가 아침부터 날이 밝았다며 나를 찾아왔다.


"그동안 생활에 큰 어려움은 없으셨습니까?"

"네, 뭐. 종교에 대해 사람들이 이야기를 하지 않아서 오히려 이상하다고 생각될 정도였어요. 그냥 정말 별장에 와서 쉬는 기분이라고 해야 하나…. 아, 오늘 중요한 날이죠?"

"맞습니다. 오늘 정말 오래간만에 큰 행사를 함께 치르게 되었어요. 기자님께서 여기 오셨기 때문에 환영 행사를 함께 할 예정입니다. 그냥 형식적인 종교 행사이니 그들의 모습을 취재한다는 생각으로 참여해 주십시오."

"아, 네. 그래야죠."


교주는 한동안 내게 그저 평범하게 생활하는 것 외에는 어떤 것도 요청한 적이 없다. 내가 그를 어떻게 도울 수 있는 거지? 그것조차 아직까지 의문이 들 정도다.

그래도 당장은 할 일이 생겼으니 밖으로 나가 그들이 올리는 제사에 참석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밖으로 나가 사람들이 모인 곳으로 발을 돌렸다. 모두 까만 옷을 입고 까만 모자를 쓰고 모여 있었다. 내가 생각했던 제사와 달리 음식을 올려 상을 차리거나 하진 않았다. 단순히 크게 원을 만들어 모두 빙 둘러앉아 있었다. 그리고 그 원의 중심에 교주가 서있었다. 나는 사람들 사이에 자리를 찾아 앉아 교주의 모습을 지켜봤다. 사람들은 눈을 감고 두 손을 모으고 무어라 중얼거리고 있었다. 교주는 그들 사이에서 큰 목소리로 하늘을 향해 소리쳤다.


"신이시여, 나의 목소리를 듣고 계십니까? 여전히, 듣고 있는 게 맞습니까? 나는 사람들이 말하는, 당신과 꽤 가까운 위치에 올랐습니다. 이 위치에 오르는 것이 쉬운 것은 아니라고 하셨지요. 하지만 나는 기꺼이 이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그는 말을 더 쉽게 이어가지 못하고 묘한 웃음을 지었다. 사람들은 그의 다음 말을 기다렸지만 그는 끝내 입을 열지 않았다. 한참 침묵 속에 잠겨 있는 듯했다. 누구도 그 어떤 소음을 내지 않았다. 한 10분 이상 그 숨 막히는 침묵이 이어졌다가 그는 마침내 다시 입을 열었다. 참았던 숨을 다시 내뱉을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이번에 아주 오래간만에 새 식구가 오게 되었죠. 앞으로 나와주시겠습니까?"


그는 똑바로 나를 바라보고 말했다. 나는 주변 사람들을 괜히 쓱 둘러보는 척하다가 그가 서있는 원의 중심으로 걸어갔다. 그는 활짝 웃으며 사람들에게 나를 소개했다.


"신께서는 다른 사람도 아닌 제가 이 자리에 올랐을 때, 새로이 믿음을 가지고 우리 곁에 사람을 보내주셨습니다. 늘 외지인을 멀리하던 우리에게 경계를 풀고 앞으로 나아가 많은 사람들을 포교하라는 헤카테 님의 뜻이겠지요. 나는 이 순간을 정말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신이 있었기에 내가 이 자리에 있을 수 있었고, 여러분을 만날 수 있었고, 이렇게 새로운 신도를 모실 수 있었던 거죠. 제 손으로 말입니다. 영광이 아닐 수 없어요."


사람들은 손뼉을 쳤다. 나는 괜히 중심으로 몰리는 시선에 눈만 떼굴 굴렸다. 제사라고 하기에도 별거 없기도 하고 남는 건 녹음 파일밖에 없겠구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여러모로 평범하다. 기삿거리로 쓰기 부족할 정도로 평범하다.


"여러분, 근데 그거 아십니까?"


그는 묘한 웃음을 띠며 천천히 사람들을 바라봤다.


"신은 우리가 사람을 멀리하게 만들었습니다. 우리는 그것 또한 신의 뜻이라고 믿고 이 자리까지 왔습니다. 그리하여, 이 자리를 빌려 고해할까 합니다. 신은 저에게 사람을 보내주지 않으셨습니다. 여전히 우리에게 죽음을 준비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를 내려주실 뿐이었죠. 이 사람은 신의 뜻을 거스르고 제가 직접 모셔 온 분입니다."


사람들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 가는 것이 눈에 보인다. 그는 그들의 반응에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그런데 어땠습니까? 그가 당신들을 몰아붙였습니까? 헤카테는 없는 존재라고 부정하였습니까? 우리는 신의 말을 맹신하라고 배우지 않았습니다. 신도 우리와 같은 사람이었기에 서로를 가르치고 함께 살아왔습니다. 신께서는 지치셨습니다. 여러분도 아시지 않습니까. 세상이 얼마나 엉망으로 돌아가 다른 신들이 분노하고 세계를 망가뜨려 우리처럼 은혜를 받은 자들이 아니면 쉽게 죽음에 휩싸이는 것을…. 헤카테 님께서는 죽음을 인도하시지 않습니까. 다른 신들의 악행으로 죽음에 닿는 사람들은 점점 늘어나고 있고, 그분께서는 분명 지치신 겁니다."


사람들은 금세 동조하기 시작했다. 애초에 그들은 신의 말을 믿는 것이 아니었다. 이 모습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저 사람들의 믿음의 주최는 '교주'이다. 갑자기 엄청난 흥미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들이 믿는 신이 진짜 존재한다고 믿는 것인가? 하는 의문도 사라졌다. 이 취재는 지루하지 않다. 심리학적으로도 엄청난 소재가 될 것이다. 이 마을 자체가 실험실이나 다름없다.

나는 어릴 적에 봤던 '헤카테 유니버스'의 내용을 천천히 떠올렸다. 미쳐버린 신, 아르테미스와 셀레네. 그들은 사람들에게 재앙을 주고 있고 그들의 반대편에 서서 도움을 주는 죽음의 인도자, 헤카테가 있었다. 헤카테는 사람들을 가장 사랑하는 신으로 남아있다. 어쩌면 이들이 헤카테를 믿는다고 모여 종교를 형성한 것도 가장 인간을 사랑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은 평소에 특별한 종교활동을 하지 않는다. 신에게 기도를 올린다거나 신의 이름을 입에 올리지 않는다. 그들의 행동에는 전부 '교주님이 하라고 하셨다'라는 말이 담겨 있다.

어쩌면 그들에게 헤카테는 이미 '교주'라는 저 사람일지도 모른다. 신의 대리인이라고 불리는 저 사람이 저들에게는 신인지도 모른다. 존재하지도 않는 신을 있다고 떠들며 그의 말을 전하는 저 사람이 아니면 사람들은 신의 존재를 확인할 수 없다. 그들은 단단히 속고 있는 거군. 괜히 사이비가 아니라는 생각이 막 피어올랐다. 그는 애초에 교주가 아니었을 것이다. 그는….


"그러니 이번 달도 많은 분들이 헤카테 님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는 어려울 것 같군요. 한 달에 한 명도 충분합니다. 나오십시오."


그의 말에 한 사람이 우리 쪽으로 걸어온다.


"그래, 생각해 둔 방법은 있으십니까?"


교주가 신도에게 물었다. 신도는 단도를 하나 꺼내 들어 교주의 손에 쥐여줬다.


"제 유서는 집에 두었어요."


그는 어쩌면 가족일지도 모를 사람들을 돌아보고 손을 흔들어주었다.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처럼 보였다. 교주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떠날 줄 몰랐다. 사람들 또한 비슷한 표정이었다. 나는 사람들의 모습을 유심히 지켜봤다. 누군가는 눈물을 흘리기도 했지만 그 사람의 얼굴에도 웃음이 띄워져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이게 그들의 제사라는 것이군…,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푹.

익숙하면서도 낯선 소리가 옆쪽에서 들려왔다.


소리에 놀라 천천히 고개를 돌리자 교주는 받아 든 단검으로 신도의 심장을 찌르고 있었다. 한 번, 두 번, 세 번, 네 번, 다섯 번… 그의 숨이 끊어질 때까지 찔렀다. 신도가 고통에서 몸부림치자 교주는 신난 듯 웃음을 흘리며 단도를 손에서 놓았다.

다른 사람들은 그 모습을 보고 손뼉을 쳤다.

죽음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은혜라고? 죽음에 닿아 신을 만나는 것이 그들에게는 정말 축복인가? 하나의 신도가 신에게 닿는 것을 축복이라고 하는 것인가? 이제 다시는 살아갈 수 없게 되었는데, 누군가의 죽음이 이들에게는 가벼운 일인가?

그는 교주가 아니다. 그는 살인마였어.

더 깊은 흥미가 생겼다. 이건 단순한 사이비 종교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살인마에 대한 이야기다. 나는 이곳을 더 깊게 조사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기쁜 마음으로 이곳에서 더 지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여기 생활이 너무 평범해서 너무 편하게 쉬고 있었어.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지. 내가 이러고 있는 동안 다른 사람들은 수없이 많은 기사들을 내고 앞으로 나아가고 있을 텐데. 그런데도 쉬고 싶다고? 말도 안 되지. 여기서 멈추면 나는 그들을 다시는 따라잡을 수 없을 것이다.

그가 교주가 아니라는 사실도 딱히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사람이 죽었다는 사실도 지금은 크게 와닿지 않았다. 내 머릿속엔 그걸로 대박을 터트릴 수 있을 거라는 생각뿐이었다.





지인과 종교 이야기를 하다가 생각해 낸 소재 중 하나이다. 나는 종교를 믿지 않으며 종교에 관심 있는 편은 아니지만 이해하고 존중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가끔 창작물 한정으로 종교나 어떤 것에 미친 사람들의 이야기를 참 좋아하는 편이다. 스릴러를 좋아하는 거지. 하지만 현실에서는 이러한 것들을 옹호하지 않는다는 것을 모두가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keyword
이전 25화24. 그 심장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