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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쫑쫑 Apr 30. 2017

도곡동에서 평생 살아간다는 것.

자본은 욕망앞에 모인다.

1.


 도곡동에 산다

  

 라고 이야기하면 그 다음에 나오는 질문은 대략 이렇다. 가장 많이 묻는 말은 "타워펠리스 살아요?(도곡동에서도 어느정도 인가 보자)" 라고 묻는 질문(한 60%)이고, 두번째는 "부자네."또는 "성공했네(내가 성공한건 아니다)."라고 많이 이야기한다.

 

 운이 좋았다

 

  라고 이야기하기엔 "말도 안되는 소리" 라며 손사래를 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어느정도는 사실이다. 부모님이 서울의 상대적인 외곽(1980년 초)이었던 도곡동에 자리잡았던게 이렇게 유탄이 되어 돌아올 줄 몰랐다. 이제부터 정확히 33년동안 31~32배의 수익을 낸 내가 살고 있는 럭키아파트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2.


 35년동안 40배의 수익


 지금은 꿈꿀 수 없는 수익이다. 남들이 들으면 투자의 신 같이 느껴질지 모르겠지만 우리도 이집이 이렇게 오를줄 알고 계속 버팅기며 살고 있던 것은 아니었다. 집을 팔고 나가보려고 했던 상황도 종종 있었다. 1991년, 천당 위에는 도곡동이 아니라 분당이라며 길여사는 몇달 동안 분당 분양을 받아야 한다며 노래를 불렀다. 할머니, 할아버지, 이모, 심지어 돌아가셨지만 아직 사망 신고를 안한 증조 할아버지의 명의로도 분양 신청을 했다.  
 
 35.9:1

  

 분당 2차 신도시 최종 경쟁률이었다. 왠만한 대학입시 뺨치는 경쟁률이었다. 분당 입성이 이리 어려운걸 봐서는 천당보다 높은 곳에 분당이 있다는 말이 괜히 나온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일가친척 명의를 다 끌어모아도 10명 정도였고, 길여사는 초조해 했다. "그래도 우리는 3:1에 근접했어. 가능성이 있어." 라며 매일매일 중얼거렸다. 평소에 가지도 않고 믿지도 않던 절을 새벽에 저녁에는 교회를 주말에는 성당을 전전했. 푼수같이 너무 많은 신에게 기도를 해서 였을까,


 36명을 못 모아서였을까,


 애초에 안될놈이었을까. 결국 분당에는 입성하지 못했다. 분양에 떨어진 후, 집 앞 언덕에서 오토바이 경주대회를 보면서 길여사와 같이 쥐불놀이를 했다. 불이 눈에 들어가 눈물 찔끔 흘리는 나를 보면서, 길여사도 눈물을 글썽였다. 그리고 쓸쓸한 눈빛으로 남쪽을 보면서 말했다. "저 별은 우리 별이 아니었나봐." 내 눈물이 슬펐던 걸까, 분당에 못간다는게 슬펐던 걸까, 저 별은 누구꺼였을까.(참고로 쥐불놀이를 했던 언덕은 지금 타워팰리스와 도곡역이 들어서 있다. 그때 그 언덕에 알 박기라도 했으면 지금 내 인생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자본은 욕망앞에 모인다.


3.


 자본은 욕망앞에 모인다.


 자식가진 부모의 치맛바람은 아파트 가격 상승의 원동력이 되었다. 길여사의 눈물이 웃음으로 변하는데는 몇년 걸리지 않았다. 강남 ~ 서초 8학군 라인과 함께 보습학원이 뜨면서 강남 아파트의 가격은 순식간에 오르기 시작했다. 보통 건물이나 아파트 같은 부동산은 감가상각이라는 개념이 있어서 시간이 지나면 가치가 하락한다. 그런데 럭키아파트는 이름대로 운을 타고 났는지 빈티지 와인처럼 시간이 지날수록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기 시작했다. 뻥-- 뻥--

 

 부동산은 패배하지 않는다.


 올라가는 강남 집값을 보면서, 경제라고는 1프로도 모르는 길여사가 90년대 했던 말이다(여사의 감이랄까). 허리띠를 졸라 메면서 모은 돈과 아버지 퇴직금과 대출금을 합쳐서 수원에 논과 송파 구석에 아파트를 하나 더 분양받으셨다.(이 당시에 모두가 다 말렸다.) 그리고 그것들마저 대박이 났다. 어머니는 나와 동생이 좋아하는 베니건스 몬테크리스토 샌드위치(가끔 생각난다. 베니건스 어디갔니?)를 사서 이제 우리집은 중산층이 되었다고 선언하셨다. 그리고 눈물 그렁그렁한 표정으로 비장하게 말했다.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역사선생님 답다.)

 

4.


 이렇게 구구절절하게 우리집 이야기를 왜 했을까? 대부분의 현재 임대인들은 시대를 잘 타고났고, [빚내서 집사자. 저축해서 내집 장만하자.] 라는 정부의 정책을 성실히 이행했으며, 실제로 그 혜택을 눈으로 본 세대이다. 젊은 사람들은 가격이 조금 저렴한 오피스텔 임대사업에 뛰어들고 있으며, 중장년층은 대부분의 자산을 부동산으로 가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문제는 정책이다.


 부동산이 문제가 되는건 부동산을 주(住)의 개념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불로소득으로 생각하고 투자하게 만드는 정부의 정책. 사람의 욕망은 정책에 따라 끌려 갈 수 없다. 부동산의 수익은 불로소득이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강력한 세금과 그 금액의 분배가 필요하다. 위에서 아래로. 소수에서 다수로. 또한, 조례와 법으로써 어느정도의 임차인이나 무주택자를 보호를 할 수 있는 울타리를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이런 방법으로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기는 참 쉽지 않다. 이미 많은 사람들의 욕망이 투영된 부동산 시장이 무너진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또한, 선진국 대도시에 비해서 서울은 땅값이 저평가되어있고, 인구도 증가세에 있는 나라다. 아직까지 대한민국 사람들은 서울에 내집 마련의 꿈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즉,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서울은 아직까지 부동산 가격이 오를만한 여력이 남아있는 도시이다.(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하고, 아니 기대하면서 살고 있다.)

 

여기서 당신은 선택해야 한다.

빚내서 집을 사고 이 욕망이 가득한 투기판에 들어올 것인가? 아니면 바라만 볼 것인가?

무슨 선택을 하든 우리는 체스판 위의 말이라는걸 잊지 말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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