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를 다닐 때, 무조건적인 목적과 목표를 추구하는 동기가 있었다.
방향은 언제나 분명했고, 멈춤이나 의심은 약함처럼 취급되었다.
그 동기는 늘 앞으로만 갔다.
속도도 빨랐고, 성과도 있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그 동기를 “의지가 강한 사람”이라고 불렀다.
그런데 나는 그런 태도를 볼 때마다 묘한 두려움을 느꼈다.
살다 보니 알게 되었다.
무조건적인 목표 추구는 대개 의지가 강해서가 아니라, 의심을 견디지 못해서 생긴다는 것을.
의심은 사람을 느리게 만든다. 멈추게 하고, 질문하게 하고, “혹시 내가 틀렸을지도 모른다”는 불편한 상태에 머물게 한다.
그 상태를 견디는 일은 쉽지 않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의심을 지워버리기 위해 목표를 절대화한다.
목표가 분명해질수록 사람은 흔들리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과정에서 사람은 점점 뒤로 밀려난다.
얼마 전, 오래전 알던 그 동기와 다시 연결될 기회가 있었다.
그 동기는 여전히 인간적으로 호의적이었고, 내가 쓴 글에 댓글도 남겼다.
나는 답하지 않았다.
그건 무시가 아니었다.
상대를 평가하거나 옳고 그름을 가리려는 마음도 아니었다.
그저 방향이 다르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모든 호감에 응답할 필요는 없고, 모든 이해에 관계를 내줄 의무도 없다.
어떤 관계는 끊지 않아도 되고, 다만 이어가지 않기로 선택하면 된다.
그 선택은 차갑지 않고, 무례하지도 않다.
오히려 자기 삶의 에너지를 어디에 쓰지 않을지를 아는 아주 조용한 성숙이다.
나는 이제 의심을 견디지 못해 앞으로만 달리는 사람보다,
의심을 품은 채 잠시 멈출 수 있는 사람을 신뢰하게 되었다.
멈춘다는 건 포기가 아니라, 사람을 해치지 않기 위한 선택일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답하지 않기로 한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
그건 누군가를 밀어낸 일이 아니라, 내가 가고 싶은 방향을 지킨 일이었기 때문이다.
무조건적인 목표 추구는 강해서 생기는 게 아니라, 흔들림을 견디지 못해서 생긴다.
그리고 나는 이제 그 흔들림을 견디는 쪽을 선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