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슴 Oct 21. 2018

나도 꿀잠 자고 싶어요

양압기 사용 후기

아침 알람 소리를 듣자마자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있다. 마스크 벗기. 알람을 끄고 나서 마스크에 연결된 호스를 제거한다. 양압기의 건조 버튼을 누르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양압기를 사용한 지 1년 정도 됐다. 이제 좀 익숙해졌다. 작년에 비해 많은 것이 달라졌다. 회사 업무가 여유로워졌다. 운동을 다니며 건강을 챙기고 있다. 양압기를 사용하면서 수면의 질이 좋아졌다.


작년에는 너무나 피곤했다. 업무가 과중해서 그렇기도 했지만, 다른 문제가 있었다. 잠이었다. 그맘때쯤 나의 수면 질은 최악이었다. 악몽을 너무 자주 꿨다. 잔뜩 긴장해서 잠에서 깨면 다시 잠들기 힘들었다. 옆으로 돌아누워 자면 좀 낫길래 항상 그렇게 잤더니 어느 순간부터 어깨와 허리가 아프기 시작했다. 또한, 새벽에 무조건 한 번은 깨서 소변을 보러 갔다. 그렇게 밤을 보내고 출근하면 낮 시간 대부분은 신경질적으로 사람들을 대했고 집중하기가 힘들었으며, 멍하니 많은 시간을 흘려보내곤 했다.





수면무호흡증이 원인이었다. 수면무호흡증은 잠을 잘 때 호흡을 제대로 할 수 없어서 잠을 잘 못 자는 증상이다. 뇌에 산소가 부족해서 깊게 잠들지 못하고 각성 상태를 유지하기 때문에 수면의 질이 떨어지는 증상이다. 양압기는 수면무호흡증이나 코골이 증상을 완화해주어 잠을 편히 잘 수 있게 해주는 기계다. 수면무호흡증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수술과 양압기 사용이 있는데, 유럽과 미국에서는 양압기 처방을 기본으로 한다고 해서 바로 주문했다. 사용 방법은 단순하다. 기계에 호스를 연결하고, 호스 반대쪽에 마스크를 연결하고, 그 마스크를 끼고 자면 된다. 그럼 기계가 압력을 조절해서 호흡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 양압기 마스크 착용 이미지를 보면 중환자실에 누워 있는 심각한 병에 걸린 환자를 떠올리게 되지만, <나 혼자 산다>의 전현무씨 에피소드를 보고 거부감이 줄어들었다. 그 에피소드 덕분에 실비보험이 되는 수면다원검사도 알았다!



불편한 점은 당연히 있다. 공기가 새어나가지 않을 만큼 마스크 끈을 조이기에 얼굴에 압박이 느껴진다는 점, 자다가 입을 벌리면 바람이 다 새어나가서 숨을 못 쉬고 잠을 깬다는 점, 마스크나 호스나 필터 등의 소모품을 주기적으로 세척하고 갈아 끼워줘야 한다는 귀찮은 점 등이 있다. 술을 많이 마시면 양압기를 사용해도 새벽에 깨기 때문에 술을 자제해야 한다.(이건 좋은 점인가?) 그리고 이게 안경이랑 비슷해서, 내 신체적 문제를 근원적으로 낫게 해 주는 건 아니기에 영원히 이걸 착용하고 잠을 자야 한다는 점도 마음에 걸린다.



MBC <나 혼자 산다> 방송화면 캡쳐



그럼에도 나는 사용하고 있다. 수술은 부작용의 가능성과 재발 가능성이 있다고 하니 아직 이 방법이 더 낫다는 확신이 있다. 이걸 사용하면 똑바로 누워 잘 수 있어서 어깨와 허리가 아픈 증상이 더 심해지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하고 잔 다음날과 하지 않고 잔 경우를 비교하면 컨디션 차이가 많이 난다는 점이 가장 크다.


그래도 언젠가는 양압기와 수술보다 더 좋은 해결책이 나올 거라 믿는다. 후유증 없고 재발도 없는 수술 같은 거!! 모르겠고, 일단 나는 오늘만 보고 산다. 오늘 밤에는 꿀잠 잘 수 있길, 제발!



(메인 이미지 출처 : Photo by Kinga Cichewicz on Unsplash)


작가의 이전글 내 관심사로 가득한 서점을 갖게 된다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