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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력의 근원을 찾아

나는 무엇에 자아정체성을 부여하고 있을까

by eunsu



오늘 오후 명상 수업에 들어가기 전,

짧은 인사이트를 나누었다.



다리 부상으로 인해,

부득이하게 일정 기간 동안 수련을 나오지 못하게 된 한 요가 강사분께서 몸이 불편하시다는 이유로 무기력감을 호소하셨다.


몸이 불편해져서 해야 할 일들을 못하게 되었을 때,

무기력한 이유는 몸이 불편하다는 이유뿐일까?





몸이 불편해져서 일을 못 하게 될 때,

무기력과 자괴감이 밀려오는 이유는

단순히 ‘일을 못 해서’가 아니라

그 일이 곧 ‘자기 자신’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정체성 혼동



요가강사처럼 몸을 도구 삼아

삶을 나누는 직업일수록,

“나는 움직일 수 있어야 가치 있어”

“내 몸이 건강해야 나다운 거야”

와 같은 믿음이 깊곤 하다.


그래서 몸이 아프면

마치 자기 존재 자체가

무너진 것 같은 느낌이 들 수 있다.




존재 가치의 부재


몸이 아플 땐 평소 하던 일을 하지 못하고,

타인에게 도움을 받는 입장이 되기도 한다.

그러면 스스로를 ‘쓸모없다’고 느끼게 되며

이것이 무기력감과 자괴감으로 이어진다.



자신에 대한 기대와
현실 사이의 괴리



성실하고 자기 기대가 높은 사람일수록

‘나는 이 정도는 해야 해’, ‘쉬면 안 돼’라는 기준이 있다.

그런데 몸이 따라주지 않으면

자기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죄책감에 빠지게 된다.

이는 자기 비난으로 이어지고 자존감도 떨어진다.






부정적인 상태에
머무를 것만 같은 두려움




회복에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사람 마음은 불안할 때

‘지금 이 상태가 계속될 것 같다’고 착각한다.

특히 몸이 아플 땐 정신도 무거워져서

미래를 부정적으로 보는,

인지 왜곡이 생기기 마련이다.






이 모든 감정은, 그 사람이 얼마나 자신의 일을 진심으로 여겼는지 보여주는 반증이기도 하다. 몸이 아파도 여전히 그 일을 사랑하는 사람이고 여전히 쓸모 있는 존재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회복은 실패나 멈춤이 아니라 과정일 뿐.





이처럼 자신의 일상에서 가장 큰 부분이 사라졌다는 것은, 자신이 가지고 있던 가장 큰 정체성이 한순간에 사라지는 것이기도 하다.


수면 아래 자리하고 있는 불안함과 두려움.


매일같이 해내왔던 일을 부득이한 사정으로 하지 않고 쉬기만 할 경우, 마음이 다른 것을 입으려고 할 것이다.


이 때,

스스로에게 던져볼 질문이 두 가지 있다.




Q. 나는 무엇에 자아정체성을 부여하고 있나?
(행동이 될 수도 있고, 물건이 될 수도 있다.)



예를 들면,


매일 새벽 5시에 기상해서 스트레칭을 하고 짧은 독서를 마친 후, 출근하는 사람이 있다. 이 사람은 비싼 브랜드의 옷과 신발, 시계까지 착용한다. 고급 액세서리와 명품 가방을 손에 들었더니 자존감이 높아지는 기분을 느낀다.

퇴근 후 운동까지 실천하며 저녁으로 건강한 음식을 챙겨 먹고 자기 전 명상과 일기 작성 후 취침하는 사람이다.




예시로 들어본 사람은

부지런한 행동과 값비싼 운동에

자아정체성을 부여하고 있는 사람이다.

이렇게 매일을 성실하게 살아온 사람이

하루아침에 ‘쉼’을 실천하는 것은

어려울뿐더러, 부여해 왔던 자아정체성이

사라지고 말 것이다.


생활이 바뀌어도 자아를 지키기 위해서는,

내가 무엇에 정체성을 부여하고 있는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Q. 이 마음은 "왜" 일어나는 것일까?



언제 어떻게 놓게 될지 모르는

“루틴”, “평범한 일상”

그렇기 때문에

매번 마음을 잘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내 주변인이 이러한 일을 겪고, 깊은 걱정에 빠져 있다면

그들이 보지 못하고 있는 마음을 함께 들여봐 주는 것.


그것이 최선이다.

실행은 오직 자신만이 가능한 것이다.


그리고 함께 마음을 들여봐 주기 위해서는 나 자신의 마음을 우선적으로 볼 줄 아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현재에 대해 저항할수록 괴로움은 더욱 커질 것이다.


자기 이해 기반으로 외부상황에 저항하려 하지 않고

온전히 나의 마음을 들여다보자.


무기력의 근원을 알면 더욱 쉽게 해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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