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레일패스

by 히다이드

고등학교 수업 시간에 한 선생님이 유럽으로 여행 갔던 얘기를 해 주신 적이 있다. 너희도 나중에 대학생이 되면 꼭 한 번 배낭여행을 다녀오라고 하시면서 유레일패스를 끊으면 따로 기차표를 안 끊어도 유럽 전체를 기차로 마음껏 돌아다닐 수 있다고 했었다. 그때 처음으로 유레일패스에 대해 들었다. 유럽으로 간다는 게 돈이 굉장히 많이 드는 일이라 대학생일 때는 엄두도 내지 못했었다. 그저 가끔 누가 방학에 해외를 갔다 왔다는 얘기를 들을 때마다 언젠가 유레일패스를 끊어서 유럽 전역을 누비는 상상만 할 뿐이었다.


3개월짜리 유레일패스를 끊던 순간의 희열을 잊을 수 없다. 처음에는 3개월짜리 글로벌패스 한 장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여행 일정이 완성돼 가고 유럽 지역에서만 3 개월이 약간 넘게 체류하는 것으로 정해지면서 글로벌패스 하나로는 부족해졌다. 스위스 취리히까지 가면 유레일패스의 이용기간이 만료되는데 취리히에서 베른도 가고 루체른도 가야 했다. 독일에서의 일정도 있었다. 기간이 애매해서 직접 기차표를 예약하는 것도 생각했는데 그래도 혹시 무슨 일이 생기면 어떻게 하나 싶어서 8 일짜리 셀렉트패스를 추가로 주문했다. 마침 행사 기간이어서 하루를 공짜로 더 받는 행운도 누렸다.


유레일패스 홈페이지에서 결제를 하고 며칠이 지나면 홍콩에서 종이봉투에 담긴 국제 우편이 왔다. 두 번째 유레일패스를 뜯어보던 순간은 별다른 감흥이 없었다. 3 개월짜리 첫 번째 유레일패스를 받았을 때는 믿기지가 않았다. 일주일, 이주일도 아니고 유레일패스 구매 옵션 가운데 가장 긴 3 개월짜리 글로벌패스였다. 영국과 몇몇 국가를 뺀 전 유럽을 3 개월 동안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 있었다. 그런데 그 3 개월이 모자라서 9 일짜리 패스를 추가로 사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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