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준비를 다 마치고 이제 출발할 일만 남았는데 한 가지가 계속 마음에 걸렸다. 부모님이었다. 유럽에 가보신 적이 없는데 얼마나 가고 싶으실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내가 이번 여행에서 방문하는 곳들을 나중에 부모님과 함께 다시 가면 되지만 그걸 약속할 수가 없어 마음이 더 무거웠다.
하려는 게 잘 될지도 모르지만 안 될 수도 있고, 설혹 잘 된다고 해도 4 개월 이상 말 그대로 대륙을 가로질러 움직이는 이 여행과 똑같은 경험을 드릴 수는 없었다. 죄스러운 마음에 몇 백만 원이 더 들더라도 중간에서 부모님과 만나 일부 구간만이라도 같이 움직이는 걸 생각해 봤는데 현실성이 없었다. 자유 여행 경험도 없으시고 외국어도 못하시는데 두 분보고 알아서 유럽으로 찾아오시라고 할 수는 없었다. 누군가 한국에서 유럽까지 동행해야 했다.
어떻게든 두 분 스스로 유럽으로 찾아오시는 데에 성공하는 경우도 가정해 봤는데, 같이 움직이다 부모님만 먼저 보내드려야 하는 게 마음에 걸렸다. 가령 스위스에서 만나 1 주일 동안 같이 움직인 후에 나는 독일로 이동하면서 부모님께는 한국으로 먼저 가시라고 하면 오히려 더 미안할 것 같았다. 1 주일 정도 시간을 내어 부모님과 함께 움직이는 거라면 나중에 따로 여행을 가도 됐다. 같이 움직이면서 부모님의 가이드 역할을 하는 게 이 여행의 정체성과 맞는 것 같지도 않았다. 내가 계획했던 것은 어떤 거에도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것인데 누군가의 가이드 역할을 하게 되면 아무래도 움직임에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느라 출발하기 며칠 전까지도 마음이 무거웠지만 일단 다른 거는 생각하지 않고 내가 이 여행을 즐기는 데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여행이 끝난 후에 무얼 얻을 수 있을지, 또 내 옆에 있는 사람들에게 무얼 줄 수 있을지는 당분간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