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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다이드 Aug 11. 2024

138. 싸움 구경

나의 첫 여행, 대륙 횡단

  요크 중심부를 가로지르는 강 위의 다리에서 저물어 가는 해를 감상할 때였다. 어딘가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오기에 주변을 살펴보니 근처에 있는 가게 앞에서 어떤 남자가 직원을 향해 큰 목소리로 "Come on"을 외쳐대고 있었다.


  남자의 기세가 대단했다. 덩치가 큰 편도 아니고 약간 마른 체형이었는데, 가게를 부숴버릴 듯 고함을 질러대니 주변의 사람들이 어쩔 줄 몰라하고 있었다. 남자의 고함을 받아내고 있는 직원이 오히려 덩치가 컸는데, 매니저의 뒤에 움츠러든 채 서 있는 모습이 보기에 안쓰러웠다. 직원이 뭘 잘못한 건지, 아니면 별것도 아닌 일에 남자가 괜히 흥분해서 그러는 건지 알 수는 없었다.


  입술을 앙다물고 있는 직원을 보며, 고객이 최고이기에 직원이 움직일 수 없는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유가 어찌 되었건 가게를 방문한 손님과 싸우는 건 그 가게의 평판에 치명적일 것이고, 싸운 당사자는 잘잘못을 떠나 일을 그만둬야 할 수도 있었다. 직원이 어쩌지 못하는 걸 알기에 남자는 더욱 목청을 높이는 것 같았다. 자본주의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씁쓸했다.


  살아 있는 영어 공부를 할 수 있었다. 나는 어딘가에서 들었던 "Come on baby"만 가지고 사랑스러운 누군가에게 이리 오라고 할 때 "Come on"을 쓰는 줄 알고 있었다. 기다리고 있는데 왜 안 오는 거냐며 'on'의 억양을 높여서 길게 끌며 발음하는 남자의 영어는 상당히 호전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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