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임브리지에서의 오후

by 히다이드

영국의 명문대학 하면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 두 곳이 떠오르곤 했었다. 옥스퍼드를 봤는데 케임브리지만 빠뜨리고 갈 수는 없어서, 일요일 오후는 케임브리지에서 머물며 캠퍼스를 돌아볼 생각이었다. 케임브리지 역 앞 광장은 일요일이어서 그런지 조용했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생이 다가와 펀팅 보트 예약을 하라며 홍보지를 줬는데, 돌아다니는 사람이 거의 없어서 학생도 심심할 것 같았다. 이 동네는 정말 조용한 곳이라고 생각하며 걸었는데, 캠퍼스에 가까워질수록 조금씩 사람들이 늘어나더니 대학가 중심부에 들어서자 온 거리가 시끌벅적해졌다. 커다란 음악 소리가 울려 퍼지는 중세의 거리는 활기가 넘쳤다. 이 많은 사람들이 다 자가용으로 온 것인지, 아니면 근처에 사는 사람들이 일요일이라 캠퍼스로 몰려나온 것인지, 하여튼 기차를 안 타고 온 것만은 분명했다.



멋과 운치가 있는 동네였다. 캠퍼스 바로 옆을 흐르는 강 위에는 자그마한 보트에서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보트의 뒤편에 서서 긴 막대로 보트를 밀어주는 사람들은 나이대로 보나 옷차림으로 보나 주말에 아르바이트를 하러 나온 케임브리지대 학생들처럼 보였다. 옥스퍼드에서도 보트를 타는 모습을 보긴 했었지만, 이곳의 강이 더 크고 수로가 잘 갖춰져 있어 보트를 타기에 좋아 보였다. 케임브리지 대학에도 일반인들의 방문이 허용된 유명 칼리지들이 있었지만, 이곳에서는 건물 안까지 들어가고 싶지는 않았다. 시간도 없고, 뭔가를 예약하고 스케줄에 맞춰 움직이는 것도 피곤한 일이었기에 그냥 사람들이 쉬는 모습을 구경하며 천천히 거리를 걸었다.



그러다 한 산책로로 들어섰는데 옛날에 텔레비전 광고에서 봤던 장면이 등장했다. 들판 너머로 킹스 칼리지의 거대한 백색 성당이 멀리 배경으로 보이고 보트를 밀고 가는 사람들이 그 앞을 지나가는, 무슨 의류 브랜드를 선전하는 광고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바로 그 장면이었다. 됐다. 여기까지 봤으니 그걸로 충분했다. 내일 영국을 떠나는데 빨리 런던 숙소로 돌아가 짐정리를 해야 했다.





keyword
이전 09화유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