튤립 시장 앞에서

by 히다이드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에 가려면 시내를 가로질러 몇 킬로미터를 걸어야 했다. 어차피 오전에는 암스테르담 시내를 돌아보려고 했었기 때문에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천천히 걸었다. 이곳의 거리는 한결같았다. 운하와 가끔씩 운하를 가로지르는 유람선, 어깨를 맞댄 삼각형 모양의 지붕들, 쌀쌀한 바람을 맞으며 가끔씩 나뭇잎이 떨어지는 운하 옆 좁은 도로를 걷는데 아이처럼 마냥 설레기만 했다.


시내 중심부에 들어서자 도로가 넓어지면서 돌아다니는 차도 많아지고 거리도 번화해졌는데 ‘Stach’라고 써진 간판이 유난히 자주 보였다. 방금 ‘Stach’를 봤는데 좀 걷다 보면 또 ‘Stach’가 나타나는 식이었다. 뭘 파는 곳인지 궁금해서 가게 안을 들여다봤는데 샌드위치와 음식들을 파는 곳이었다. 마침 점심때라 그 중 한 곳에 들어가 점심을 먹었다. 날씨가 은근히 추웠는데 따뜻한 커피와 샌드위치로 배를 채우니 살 거 같았다. 따뜻한 음식이 먹고 싶었다. 한국에서는 추운 날 따뜻한 국물이 있는 음식을 먹으며 몸을 녹였는데 여행을 시작한 뒤로는 기껏해야 커피나 차 밖에 마실 수가 없었다. 컵라면을 사서 먹을 수도 있지만 이상하게 시베리아 횡단 열차에서 내린 후로는 컵라면을 먹고 싶은 마음이 안 생겼다. 밥 생각은 나지 않았지만 따뜻한 국물 생각은 정말 간절했다.


식사를 마치고 다시 미술관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샌드위치를 먹으며 창밖으로 바라보던 운하 건너편에는 튤립을 파는 가게들이 몰려 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싱겔 튤립 시장’이라고 하는 꽤 유명한 곳이었는데 운하 바로 옆의 거리 전체를 튤립 가게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과연 튤립의 나라다웠다. 튤립뿐 아니라 꽃을 키우는 것과 관련된 용품, 장식품과 선물까지 다양한 물건을 팔고 있어서 볼 게 많았다. 당시에는 어머니가 꽃집을 하시던 때라 가게마다 일일이 들어가 뭘 팔고 있는지 유심히 살펴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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