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락을 늦게 하는 바람에 암스테르담 호스트와 시간이 엇갈려 버렸다. 나한테서 아무런 연락이 없자 호스트는 다른 약속을 잡고 외출했고 나는 호스트가 돌아올 때까지 집 앞에서 기다려야 했다. 숙소 앞은 내가 상상하던 바로 그 암스테르담의 모습이었다. 바로 앞에 운하가 있고, 길 옆으로 주거용 보트처럼 보이는 배들이 정박해 있었다. 1 시간을 훨씬 넘게 기다렸지만 눈앞에 보이는 거리의 모습을 즐기느라 기다리는 시간조차 그저 좋을 뿐이었다. 슈퍼마켓에서 산 빵과 주스로 허기를 달래고 SNS에 접속해 여행사진들을 올리다 보니 흐리던 하늘이 맑게 개었다. 꽃씨들이 날리는 오후의 거리에서는 왠지 모를 여유가 느껴졌다.
외출을 나갔던 호스트가 마침내 모습을 드러냈다. 은회색의 긴 머리를 뒤로 묶고, 연두색 하프코트 안에 자주색 조끼를 받쳐 입은 멋쟁이 할아버지였다. 문 앞에 서서 나를 부르시기에 “Yes”라고 크게 대답하며 할아버지를 쫓아 안으로 들어갔다. 할아버지의 집은 작은 아파트였다. 꼭대기 층까지 계단을 올라가야 했는데 캐리어 가방을 들고 올라가는 건 역시나 힘든 일이었다. 간단한 집 소개가 끝나자 할아버지가 차를 끓여 주셨다. 1 평을 조금 넘는 작고 오래된 주방에서 탁자를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아 짧은 영어로 이런저런 대화를 나눴다. 친구가 보내준 거라며 주시는 아몬드보다 조금 더 큰 견과류를 나눠 먹고, 밖의 새소리를 들어보라고 하셔서 둘이 같이 조용히 창밖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기도 했다. 날씨가 쌀쌀해서 집안인데도 몸이 으슬으슬 떨렸었는데 할아버지와 단둘이 앉아 차를 마시는 동안 많이 따뜻해지는 게 느껴졌다.
그러다 저녁 식사를 할 때가 됐는데, 할아버지가 집에서 같이 먹자며 냉장고에 있는 양고기와 식재료들을 보여주셨다. 내가 오니까 미리 준비해놓으신 것 같았는데 나는 빨리 밖에 나가서 암스테르담 시내를 걸어보고 싶었다. 호스트 집에서 식사를 제공받으면 적지 않은 돈을 식사비로 내야 한다는 것도 마음에 걸렸다. 밖에서 먹겠다고 사양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때 할아버지의 음식 솜씨를 못 본 것이 못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