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스테르담에서의 둘째 날 아침, 푹 자고 일어나 식사를 한 후에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에 가기 위해 숙소를 나섰다. 언제나 그렇듯 미술관까지 내 튼튼한 두 다리로 걸어갈 예정이었다. 대로를 걷다 골목으로 들어섰을 때 눈앞에 펼쳐졌던 광경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이른 아침부터 공사를 하는 듯 어딘가에서 철골들이 부딪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난간에 자전거들이 줄지어 서있었는데 난간 위로 드리워진 가로수의 나뭇잎들이 아침 햇빛을 받아 밝게 빛나고 있었다. 난간으로 가까이 다가가자 운하가 나타났고 앞에서 보트 한 대가 나를 향해 물살을 가르며 오는 게 보였다. 유명한 화가가 그린 한 편의 그림 속으로 들어온 느낌이었다. 나뭇잎들이 어떻게 그런 빛깔을 낼 수 있는지 궁금했다. 다 같은 초록색이 아니었다. 연한 녹색 물감으로 칠한 후에 군데군데 카키색과 황토색으로 덧칠을 했는데 나무마다 똑같은 색이 없고 잎 하나하나가 전부 다른 색깔이었다. 푸른 하늘과 멀리까지 곧게 뻗은 운하의 양 옆으로 정박해 있는 보트들, 네덜란드 특유의 폭이 좁은 집들이 어깨를 맞댄 채 나란히 늘어서 있는 모습까지, 이 나라에서 유명한 화가들이 나온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세 갈래의 운하가 만나는 곳이었다. 왼편을 바라보니 두 남자가 아침 햇살을 받으며 편한 자세로 벤치에 앉아 얘기를 나누고 있었고, 오른편 자전거들이 세워진 난간 너머로는 사람들이 막 출근하고 난 후의 한적한 거리의 모습이 보였다. 카메라로 주변을 담고 있는데 자전거를 탄 어떤 할아버지가 내 앞을 지나갔고, 오수를 처리하는 것처럼 보이는 큰 트럭이 ‘삐’ 소리를 내며 후진하기 시작했다. 이 그림 같은 풍경이 이곳 사람들에게는 매일 반복되는 일상의 한 부분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