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을 나오니 비가 오기라도 할 것처럼 먹구름이 잔뜩 끼어 있었다. 숙소까지 걸어가며 저녁은 뭘 먹을 지만 생각했다. 함부르크에서 제대로 된 식사를 몇 번 먹고 나니까 암스테르담에서도 제대로 된 식사를 하고 싶었다. 원래 도착한 첫날 저녁 식사로 맛있는 것을 먹으려고 했지만, 호스트 할아버지가 집에서 같이 먹자고 하시는 걸 거절하고 밖에 나왔는데 혼자 맛있는 걸 먹고 들어가는 게 미안해서 슈퍼마켓에서 산 빵으로 대충 먹었었다. 먹고 싶은 걸 못 먹어서인지 이날 저녁은 정말 맛있게 먹고 싶었다.
숙소까지 몇 킬로미터를 걸어가면서 맛있으면서도 저렴한 음식점을 계속 찾았는데, 거리의 모습은 아름다웠지만 내가 들어가서 먹을 만한 곳은 끝내 발견할 수 없었다. 그렇게 숙소까지 와 버렸는데 전날 먹다 남은 빵은 도저히 못 먹을 것 같았다. 숙소 근처에 먹을 만한 곳이 있나 찾아보기 시작했는데 한 터키 음식점이 눈에 들어왔다. 네덜란드에서 터키 음식을 먹는 게 내키지는 않았지만 주변에 다른 식당이 없었다. 가게 안은 그리 늦지 않은 저녁이었는데도 불구하고 텅 비어 있었다. 가끔 음식을 포장해 가려는 사람만 들를 뿐이었다.
구석에 자리를 잡고 앉아 텔레비전에서 하는 네덜란드 뉴스를 보며 식사를 했다. 닭고기 꼬치에 땅콩 소스, 감자튀김과 야채샐러드로 된 메뉴였는데 맛있게 먹었다. 음식을 다 먹고 접시를 배식대에 갖다 주니까 기특했던지 주인아저씨가 나한테 엄지척을 해줬다. 빌뉴스의 버스 터미널에서 나를 따라왔던 수상한 남자는 검은 머리의 이민자였다. 암스테르담의 ‘보다폰’ 대리점에서 여행 얘기를 듣고 싶다며 창고로 따라 들어오라던 남자도 검은 머리의 사람이었다. 내가 식사를 한 가게의 주인도 검은 머리를 가지고 있었는데,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는 좋은 사람처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