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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끝 Nov 27. 2020

멈추어 있는 듯하다

제자리에 있는 느낌이 며칠째 지속되어서

나와 관련된 것들이 모두 멈추어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무얼 하려 해도 자꾸 제자리에 있는 기분이라고 하면 맞는 걸까. 지쳤고, 굴곡이 생겼다. 몸도, 마음도. 아침은 더욱 차가워졌다.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조금 더 힘들어졌고, 이 곳에 글을 적는 간격도 길어졌다. 집에 들어오면 어두컴컴한 방이 나를 반겨줄 뿐이다. 내 공간에선 어떠한 불도 들이지 않는다. 씻고 나면, 보지도 않은 텔레비전을 켜 두고, 볼륨은 2 또는 3 정도에 맞추어 그대로 둔다. 소리가 들리는지 마는지, 잘 모르는 헷갈릴 정도의 작은 음량이, 네모난 박스 안에서 새어 나오는 빛과 함께 내게 전달될 뿐이다. 방 안에는 그게 전부다. 정적이 며칠째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침대에 누워 수면과 비수면, 그 경계의 상태에서 한참의 시간이 흐른다. 약간의 식은땀이 등 뒤에 흐르면서 하얀 티셔츠가 축축해질 즈음, 몸을 일으킨 뒤 노트북을 열어 메모장을 띄워 놓는다. 몇 글자를 적어 내려가다가, 이내 아니다 싶어 다시 덮어버리고 만다. 그러고서는, 다시 잠을 청한다. 그게 며칠은 반복되었다. 무엇일까. 왜 그런 걸까. 답을 안다. 본질적으로는 게으른 탓이지만, 기저엔 기운을 잃은 영혼이 깊게 깔려 있어서다. 신경이 곤두선다. 마음이 쓰였다. '오늘만 버티면 돼'라고 치부하여 넘어갈 일을, 이렇게 장황하게 적어 내려갈 필요가 있는 걸까. 


어쩌면 많이 지친 나머지 정체되어 있는 몸뚱이와 정신을 위해 벌이는, 나름의 변론일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며칠을 지내어 왔는지도 잘 모르겠지만, 더 이상 미뤄둘 순 없었다. 짚고 넘어가야 할 것만 같았다. 무얼 도출할 수도 없는 이 글을 쓴다는 것은, 어쨌든 지금 이 상태를 하루라도 빨리 벗어나고 싶어서다. 요행을 바라는 건 아니다. 다만, 지속되는 일상에서 생기는 가치가 조금은 잘 보였으면 좋겠다. 그러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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