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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끝 Feb 23. 2018

여행지에서 맞이하는 아침이 좋다

여행을 하다 보면, 늘 살아오던 일상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인 데도 즐거울 때가 종종 있는데, 그중 하나가 여행지에서 맞는 아침이다. 기존에 살던 곳을 떠나, 비행기를 타고 여행지로 이동하는 동안 쌓인, 신체적인 피로는 새로운 장소에 두발을 내디뎠다는 셀렘과 앞으로의 일정에 대한 기대감이 묘하게 섞이면서 중화된다. 성분비율로 따지면, 피로감 40%, 설렘 60% 정도라고 할 수 있을까. 


특히, 하루를 묵고 난 뒤에는 이러한 감정이 어느 정도 정제되는 걸 느낄 수 있는데 그제야 온전히 여행에 집중할 수 있는 정신적ㆍ신체적 상태가 되는 셈이다. 이 같은 과정에서 가장 행복한 걸 꼽으라면, 숙소 창문에서 내리쬐는 아침햇살이 아닐까. 창문 틈 사이로 스며 들어오는 햇살은 그 자체만으로도 내게 비타민D가 지닌 것 이상의 효능을 가져다주는 데다 오늘 하룰 잘 보내야지, 라는 마음가짐을 갖게 한다. 


그렇다면, 비가 오는 날은 어떨까. 햇살이 없더라도 추적추적 내리는 빗소릴 들으며 아침을 맞이하는 것도 썩 나쁘진 않다. 사실 파리에서는 해가 뜨는 날보다, 우중충한 구름이 하늘을 가득 뒤덮은 날이 더 많았다. 거기다 내가 묵었던 숙소의 땅 속에는 지하철이 몇 분 간격으로 '덜컹' 소리를 내며 지나간다. 그런데, 난 불편하다는 생각보다는 그 소리조차 신기하고 마냥 좋았다. 빗소리와 지하철 진동소리가 섞여 내게 좀 더 새로운 경험을 가져다주는 것이다. 여행이 아니면, 언제 이런 경험을 할 수 있을까. 이처럼, 여행지에서 맞는 아침은 단 한 번도 날 배신한 적이 없다. 그래서 어쩌면, 이게 좋아서 여행을 가는 것일지도 모르겠단 생각을 한다.


사진=파리 여행에서 맞이한 비오는 아침. 촉촉히 젖은 파리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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