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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끝 Mar 12. 2018

사건팀 기자로 지내면서 느꼈던 것

사회부 기자로 살았습니다 <1>

지난해 봄, 사회부로 발령이 나면서 경찰 출입을 맡게 됐다. 내게 주어진 역할은 경찰팀 바이스였다. 바이스는 데스크ㆍ캡과 1ㆍ2진 사이를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하는 자리다. 그만큼 무거운 책임감도 뒤따를 수밖에 없다. 사실 내 연차에 과분한 자리였지만, 사회부 캡은 인사가 난 뒤 나를 따로 불렀다. 그간 정치부에 있던 나를 눈독 들여왔다고 털어놨다. 그렇게 캡의 신뢰 속에 지방청 출입기자로서의 생활을 시작하게 됐다. 여기에 또 하나의 역할이 더해졌다. 서부권에 있는 경찰서 1곳까지 함께 담당하라는 지시가 내려온 것이다. 당시, 사회부 인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어서 취재기자가 커버해야 하는 범위가 넓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매번 딱딱한 기사를 써 왔던 내게 있어, 이 또한 새로운 모멘텀을 가져다주는 기회일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행정을 출입하면서 몸에 배었던 안 좋은 습관들을, 지방청과 경찰서, 지파(지구대ㆍ파출소)를 드나들면서 하나씩 지워나가자고 다짐했다. 그래서 처음부터 시작하려는 마음으로 수습 때처럼 경찰서 취재에 무게를 뒀다. 몸은 상대적으로 고됐지만, 하루하루 현장에 나갈 수 있다는 점이 즐거웠다. 


사건팀 기자의 주된 루틴은 다음과 같다. 아침 일찍 일어나 경찰서로 향한다. 가장 먼저 교통조사계에 들어가 밤새 벌어진 교통사고를 파악하고, 정보계로 옮겨 당일 예정돼 있는 집회ㆍ시위를 정리한다. 이후 형사과와 수사과로 몸을 옮겨 형사과장과 수사과장 등을 만나 사건ㆍ사고를 파악한다. 교통조사계와 정보계는 담당 계장을 만나면, 주된 내용을 파악하는 데 무리가 없지만, 강력범죄를 다루는 형사과나 경제 및 금융범죄를 수사하는 수사과는 언론사 응대를 과장으로 일원화했기 때문에 담당 과장을 만나야만 취재가 가능했다. 계장이나 팀원에게 아무리 물어봐도 돌아오는 답은 "과장님께 물으시라"였다. 이 때문에 확실한 소스가 있지 않은 이상 형사사건 이나 금융사기 사건 취재는 쉽지 않았다. 확실한 '무엇'을 쥐고 있어야만, 더 자세한 내용을 캐물을 수 있었다. 시작부터 난관에 봉착한 것이다.


그래서 처음엔 가장 먼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교통사고 위주로 취재를 시작했다. 대신, 남들보다 더 많이 뛰고 더욱 깊게 파헤쳤다.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어서다. 교통사고의 경우 어떤 당직팀이 걸리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아무것도 모른 상태에서 밤새 일어난 사고를 물으면 항상 "별다른 사고 없습니다"란 대답이 돌아온다. 그래서 소방과 크로스체킹을 통해 파악하는 게 큰 도움이 된다. 어떠한 사고든지 대부분 소방이 가장 먼저 출동하기 때문이다. 경찰은 소방이 환자를 이송하면 뒷수습을 하게 된다. 이 때문에 매일 새벽, 소방당국 내에서 보고가 이뤄지는 '일일 소방종합상황'을 통해 화재는 물론, 밤새 어떤 교통사고가 벌어졌는지를 파악한다. 사고일시와 장소, 운전자 부상 여부, 차종, 이송 병원 등의 사고 개요를 여기서 알 수 있다. 그다음 교통조사계에서 음주 및 뺑소니 여부 등을 추가로 취재한다. 사고 유무를 알고 나서 취재에 들어간 만큼, 더 자세한 사고 경위를 파악할 수 있는 셈이다. 그러다 보면 음주운전이나 무면허 여부에 대해서도 물을 수 있다. 지면에 들어갈 단신 거리도 여기서 나온다. 여기에서 사고를 낸 운전자가 정치인이나 연예인일 경우 기사의 밸류는 더욱 커진다. 2~3매 분량의 기사가, 단숨에 7~8매로 늘어나는 것이다. 


이처럼 '팩트체크'를 통해 여러 개의 조각을 모아 하나의 모형으로 완성하면, 기사를 쓰기 위한 준비는 끝난 셈이다. 이 과정에서 크로스체킹은 물론, 반론권 보장 및 경찰 관계자 멘트를 따는 것도 필수다. 조그맣던 조각이, 취재 과정에서 점점 커지는 것을 볼 때 사건팀 기자는 희열을 느낀다. 이전 부서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소중한 경험이었다. 다른 부서에 있을 때보다, 사건팀 기자로 지내면서 배우고 느낀 게 더 많다. 그래서 그간 사건팀 기자로서 경찰서를 드나들면서 경험한 것들과 배운 것, 그리고 느낀 것에 대해 일종의 연재 형식으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어찌 보면 이 이야기들은, 자기 성찰을 위한 일종의 기록인 셈이다.


사진=경찰이 속칭 '바둑이' 도박 현장을 급습, 현장에서 압수한 판돈의 모습. 압수물품은 조사 과정에서 증거품으로 활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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