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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끝 Feb 09. 2021

한 달, 가득했다

봄과 가까워지는 이월의 지금을 받아들이기로 한다

새해의 첫 달, 가득했다. 일상도, 마음도, 관계도, 생각도. 그 가득함 속에서도 간밤의 일이 간밤의 일 같다는 생각도, 사나흘 전의 일의 사나흘 전의 일 같다는 생각도, 보름 전의 일의 보름 전의 일 같다는 생각도 들지 않는다. 그리하여, 오늘의 일도 오늘의 일 같지 않아진다. 대강 어림잡아 헤아리기 위한 기준에도 벗어나 있던 시간들, 그 시간들이 전혀 불편함으로 다가오지는 않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일이 돌아가는 형편이나 그 까닭에 의문을 던져보기도 한다. 그 시간을 너그럽고 수더분하게 채워 살고 있는지도 복기해 본다. 그간에는 언제나 지금과 같기를, 하는 바람을 갖기도 했으며, 알고 있거나 알지 못하는 이유들로 슬픔을 감당해야 했다.


이따금씩 곤란하거나 당혹스러워 어찌할 바를 모르기도 했다. 마음 한편에서 드는 공허함, 지금의 내게는 언제나 어쩔 수 없는 일일 테고, 지울 수도 혹은 지워지지도 않는 영역으로 굳건히 자리 잡게 되었다. 그렇게 지내오다 보니 결코 복닥거리지 않다, 고 말할 수 없을 그 많은 것들에, 정말로 놀라울 만큼이나 차분해 있었다. 그 사이 겪었던 만족감, 기쁨, 따듯함, 흐뭇함, 쓰라림, 괴로움, 쓸쓸함, 설렘, 아쉬움, 안타까움, 어리둥절함 그 모두가 소중했다. 새해의 첫 달이라는 시간이 너무나도 빠르게 흘러가 버렸지만, 어느 것 하나 자연스럽지 않았던 것이 없었다. 지금은 다가오는 날들을 자연스레 보낸 것이라면, 그걸로 되었다는 생각을 한다. 그렇게 지난 한 달을 고이 담아두고, 봄과 가까워지는 이월의 지금을 받아들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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