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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끝 Jun 26. 2021

그들처럼, 이 계절에 사랑하세요

<내 이름은 김삼순>, <커피프린스 1호점>이 떠오르는 계절

무려 스무날 만에 이 공간에 글을 남겨요. 온 감정을 담아, 미안한 마음을 전합니다. 일상은 늘 그득하였지만, 이 공간은 공백으로 남고 말았지요. 그래도 마음을 놓을 수 있고, 지탱할 수 있는 이 공간이 있기에, 바쁜 시간 속에도 힘을 얻어요. 그게 얼마나 소중한 지 몰라요. 공간에서 글을 통해 잉태한 투명한 그 무엇이, 살아가는 힘으로 작용하고, 안식을 얻는 매개가 됩니다. 제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돌아갈 곳이 있다'는 건 그 자체만으로도 적잖은 위안과 위로를 줍니다. 이 시대를 사는 모든 사람에게 있어 집이 그런 곳인 것처럼, 저에게는 글을 쓰는 이 공간, 브런치가 그래요. 


최근에는 즐거움의 연속이었어요. 정적이 흐르는 공간에서 좋아하는 사람과 뜻깊은 식사를 했어요. 어떤 날에는 맛있는 커피를 마시며 스스로의 존재를 절감하기도 했죠. 맛있는 커피를 마시니 힘이 생기더라고요. 갑자기 걷고 싶어 졌어요. 그래서 한참을 걸었어요. 그러다 자연스레 남산 초입에 닿아 있는 두 발을 보았어요. 또다시 걸었습니다. 뜨거운 햇빛이 땅을 비추었지만, 걷는 것이 썩 나쁘진 않았어요. 높고, 맑은 하늘이 몸을 가볍게 만들어 준 데다, 순간순간 서늘한 바람이 땀을 식혀주었거든요. 걸음의 반복을 통하여 2005년, 그리고 2007년의 나와 마주할 수 있었어요. 


<내 이름은 김삼순>, <커피프린스 1호점>은 그때가 아니면 느낄 수 없는 계절의 소중함은 물론, 푸른빛 가득한 청량함, 사랑을 하는 두 사람의 존재, 우리가 치열하게 사랑해야 하는 이유를 알려주었죠. 그리하여 잊고 살던 그때를 만날 수 있었어요. 지난 시간에 소중하게 여겼던 것들을 하나씩 다시 마주할 때의 설렘과 희열, 행복, 환희까지. 당장 살아갈 시간은 아니지만, 살았던 나를 지탱하고 존재할 수 있게끔 하는 작용하는 원천이 된다고 확신해요. 앞으로도 시간과 계절, 감정이 만나 태동하는 편린을 놓치지 말고 붙잡아야 할 필요가 생겼습니다. 늘 지나간 것들과 마주하며, 존재의 이유에 관한 행복을 그득 들일 수 있기를 바라요. <내 이름은 김삼순>의 삼순이와 진헌, 그리고 <커피프린스 1호점의> 은찬이와 한결이가 그랬던 것처럼, 이 계절, 치열하게 사랑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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