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C라서 더 흔들린다는 '위험한 발상'

모든 비행기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

by 푸른끝

태어나 자란 곳이 제주도인 만큼, 비행기를 탈 일이 비교적 많았다. 섬을 나오기 위해서는 비행기 또는 배를 타야 해서다. 하늘을 나는 것에 대해 큰 동경을 갖고 있었던 만큼 비행기를 타는 게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다. 아직도 기억한다. 어렸을 적 내가 탔던 첫 비행기의 항공사는 대한항공이었다. 승객을 나르는 운송수단에서, 승무원들이 나눠줬던 빵 맛을 잊지 못한다. 당시엔 국내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과 같은 FSC(Full Service Carrier)만 있던 터라, 모든 항공사가 그런 서비스를 하는 줄로만 알았다. 그러다 제주항공을 비롯해 진에어, 에어부산, 티웨이항공, 이스타항공과 같은 LCC(Low Cost Carrier)가 하나둘씩 생겨나면서, FSC와 LCC의 차이에 대해 조금씩 알게 됐다. 특히 불필요한 서비스를 줄여 합리적인 가격을 제공하는 LCC가 늘면서 국내 하늘 길은 더욱 넓어졌다. 국내에 LCC가 들어선 이후부터 국내 항공시장의 저변은 갈수록 확산됐고, 여객수요는 매년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다. 여기에 저렴한 비용으로 국제선 중·단거리 노선 운용을 하고 있어 수많은 관광객들의 수요를 끌어 모으고 있다. 외국으로 여행을 하기 위해 굳이 FSC를 탈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이처럼 비행기를 타는 일이, 고속버스와 KTX를 타는 것처럼 '일상'이 됐다.


그런 점에서 LCC가 국내 항공산업에 기여한 점은 매우 크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LCC에 대한 고객들의 불만도 끊이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잦은 연착과 결항 등이 바로 그것이다. 여기에 안정성에 대한 고객들의 불만도 불거지고 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비행 중 '흔들림'이다. LCC를 타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비행 중 기류 변화에 의해 겪게 되는 터뷸런스를 두고 불만을 제기하는 승객들이 적잖은 것을 자주 보곤 한다. 이를테면, "왜 저가항공은 탈 때마다 흔들리는 거냐", "저가항공 기장의 실력이 떨어지는 게 아니냐"와 같은 말들이다. 항공 분야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만큼, 그런 말을 하는 승객에게 '그런 게 아니다'라고 설명을 하고 싶다가도, 주제넘게 간섭하는 사람인가 싶어 이내 그냥 넘겨 버린다. 그렇다면, 정말 LCC 기재가 FSC에 비해 더 흔들리는 게 사실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사실이 아니다. LCC가 더 흔들린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FSC에 비해 비행기가 작기 때문이 이 같은 생각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LCC가 운용하고 있는 주력 기재인 B737-800과 B737-900, A321-200, A320-200 등은 FSC에도 있는 비행기들이다. LCC의 국내선 주력 노선이라 할 수 있는 김포~제주에 이들 기재가 운용되고 있는데, FSC에서도 동급 기재를 넣고 있다. 항공사만 다를 뿐, 똑같은 비행기가 동일한 노선을 나는 셈이다. 기류가 불안정하면, 모든 비행기가 터뷸런스를 겪을 수밖에 없는 것이지, LCC라고 더 흔들릴 이유는 없는 것이다. 하늘은 고속도로처럼 포장된 도로가 아니다. 그렇기에, 비행 중에 기류 변화가 심한 곳을 지날 때면 FSC나 LCC 기재 모두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자동차처럼 흔들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의문을 가질 수 있다. '큰 비행기를 보유하고 있는 FSC를 탈 때 덜 흔들지 않느냐'라고. 이것은 어느 정도 맞는 말일 수 있다. LCC가 운용 중인 협동체보다, FSC 주력 기재인 광동체(B747, B767, B777, B787, A380)가 기체가 크다 보니 아무래도 기류의 영향을 덜 받는 부분이 있어서다. 하지만, 이 같은 생각은 'LCC라서 더 흔들린다'라는 주장과는 하등의 관계가 없다. 결국, 하늘을 나는 이상, 그 어떤 비행기도 터뷸런스를 겪을 수밖에 없는 환경에 있는 것이고, LCC라서 더 심할 이유는 없다. LCC의 항공권 가격이 저렴하다 해서 비행기가 더 흔들리는 게 아닌 만큼, 애꿎은 항공사를 탓하진 말자.


사진=나리타공항으로 가기 위해 김해공항에서 이륙 준비 중인 대한항공 기재 안에서. 김해에서 출발하는 FSC 기재는 LCC와 같은 협동체이다. 기내 서비스만 다를 뿐, 비행기는 차이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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