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 포트폴리오 준비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안녕하세요, 일러스트레이터 헤디입니다. 저는 개인 및 기업과 협업하며 외주를 받는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입니다. 동화책에 들어가는 글과 그림을 주로 창작하고 있어요. 오늘은 제가 어떻게 일러스트레이터가 되었는지 말씀드리면서 일러스트레이터가 되는 방법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일러스트레이터가 꿈이었습니다. 다양한 곳에 쓰임새 있는 그림을 그리는 일을 직업으로 삼고 싶었어요. 그중에서도 그림책이라는 분야에 관심이 많았죠.
그렇게 미술대학에 입학해 서양화를 전공했습니다. 학생 때는 주로 페인팅 작업을 했는데, 동화에 들어갈만한 그림도 과제로 한 적이 있었어요. ‘6.25 전쟁’을 배경으로 인간미가 드러나는 그림들을 그렸죠. 이 그림과 고등학생 때 그렸던 그림들로 학생 때도 자잘한 외주를 받아서 했었어요. 이때는 디지털 드로잉 툴을 다룰 줄 몰랐기 때문에 수작업으로 그림을 그린 뒤, 스캔을 해서 넘겼습니다.
대학교 졸업반 때 졸업 작품으로 동화책을 하나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이야기를 짓고 그림을 그려 ‘유리로 만든 집’이라는 동화책을 만들었어요. 이때는 정말 제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꾹꾹 눌러 담아서 작업했던 기억이 나요. 기획, 제작, 편집까지 전부 정성스레 만들었던 작업이라 애착이 많이 가는 작업이죠. 결과적으로 이 작품을 계기로 이후 좋은 기회들을 만나게 됩니다.
여기까지가 제가 졸업하기 전까지의 이야기인데요, ‘이후 도움이 될 줄 몰랐던’ 그림들도 나중에 언젠가는 포트폴리오로 쓰인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었어요. 학생 때 그렸던 작품도, 저의 그림 스타일을 보여주기에는 충분했던 것이죠.
졸업 후에는 본격적으로 포트폴리오를 준비하기 시작했어요. 사실 처음에는 일이 없기 때문에, ‘내가 일을 받았다고 생각하고’ 일단 그려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동화책에 들어가는 삽화를 주로 작업하고 싶었기 때문에 그에 맞는 그림을 그렸습니다. 동화책에 들어가는 그림의 특징은 글이 들어갈 자리가 있다는 것인데요, 그래서 여백이 있는 그림을 많이 그렸어요. 따뜻하고 포근한 그림체를 갖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느낌을 잘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죠.
그리고 인스타그램에 그림을 하나씩 올려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그림에 ‘스토리‘가 느껴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꼭 한 마디씩 (짧더라도) 덧붙였어요. 예를 들어 엄마와 아이가 얘기하는 장면에는 대화문을 쓰기도 하고, 아이들이 노는 그림에는 ‘너랑 노는 게 제일 좋아’라고 썼죠. 인스타그램은 가장 좋은 포트폴리오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죠. 포트폴리오에서는 내 그림의 쓰임새를 확실히 알려주는 게 좋겠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했어요.
저는 동화책뿐만 아니라 다른 외주도 받고 싶었어요. 예를 들면 광고, 책자, 배너 등에 들어가는 일러스트를 그리고 싶었죠. 그런데 손그림으로 작업을 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어요. 그래서 돈을 차곡차곡 모아서 아이패드를 구매합니다. 아이패드로도 비슷하게 포트폴리오를 쌓아 나갔어요. 카페 메뉴판을 그린다고 생각하고 디저트도 그려보고, 조류도감을 그린다 생각하고 새도 그려보고.. 정말 내가 외주를 받는다면! 나는 어떻게 그릴까? 마구 상상하면서 이것저것 그려본 것 같아요. 그리고 이 그림들도 인스타그램에 꾸준히 올렸죠.
디지털 작업을 시작하며 본격적으로 재능 판매 사이트에 서비스를 등록하고 외주를 받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클라이언트를 상대하는 방법, 비즈니스 매너 등이 서툴렀지만 항상 최선을 다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렇게 후기가 쌓이자 점차 외주가 꾸준히 들어왔고 크고 작은 작업을 이어갔어요.
처음으로 큰 프로젝트를 맡은 건 ’이글루‘라는 동화책 작업이었어요. 부천노동복지회관과 협업한 작업인데요, 제가 졸업 작품으로 만들었던 ’유리로 만든 집‘을 보시고 저에게 일을 맡겨주셨어요. 기회가 될 줄 몰랐던 일이 기회가 된 것이죠. 책이 만들어지고 많은 사람들이 제 책을 읽는다는 사실에 무척 기뻤던 기억이 나요. 이 작업을 계기로 동화에 특화된 외주가 많이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일러스트레이터가 되려면 가장 중요한 것이 ‘꾸준함‘과 ‘성실함’이라고 생각해요. 이 영상을 보시는 분들은 저처럼 하고 싶은 분야가 명확히 있을 수 있어요. 그럴 때는 그에 맞는 그림을 상상력을 발휘해서 그려보세요. ‘일을 받는다면?‘ 생각하고 일단 그려보는 거죠. 실무라고 생각하고 연습하는 과정이죠.
반면 하고 싶은 분야가 없으실 수도 있어요. 그럴 때는 일단 그림을 꾸준히 그리면서 내 그림이 어디에 쓰일 때 잘 어울릴까 계속 생각해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주변의 피드백을 받는 것도 좋아요. 저는 제 그림을 본 사람들이 항상 ‘tv 동화 행복한 세상’에 나오는 그림 같다‘는 얘기를 정말 많이 했거든요. 부드럽고 따뜻한 색감 때문에 그런 것 같아요. 상업적인 동화에 잘 어울리는 그림이죠. 이런 식으로 분야를 찾으셨다면, 그 분야에 특화된 포트폴리오를 쌓아 나가시면 됩니다. 그리고 그 포트폴리오를 누군가 보고 하나의 일이 들어오면, 그 일이 또 다른 외주로 이어질 거예요.
저는 포트폴리오를 쌓고 일이 안정화되기까지 2,3년의 시간이 걸린 것 같아요. (데뷔는 학생 때 했다고 할 수 있지만, 저 스스로가 전업 작가로 느끼기까지는 시간이 꽤 걸렸습니다.) 사실 준비 기간은 사람마다 너무나 달라서, 제가 확답을 드릴 수는 없어요. 누군가는 더 빨리 일러스트레이터가 될 수도 있고, 누구는 준비 기간이 더 길 수 있죠.
일러스트레이터가 되려면 미래의 클라이언트에게 보여줄 무언가가 있어야 하기에, 꾸준하게 그림을 그리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 그림을 인스타그램, 그라폴리오 등의 사이트에 올려보세요. 제가 뜻밖의 작업으로 기회를 얻은 것처럼, 여러분도 어디서 기회가 올지 몰라요. 저는 정말로,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온다고 생각하거든요. 내가 방에서 혼자 그림만 그린다고 세상이 그걸 알아주지 않아요. 여기저기 홍보하고 알려야, 더 빠르게 일러스트레이터라는 직업에 가까워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했으니, 여러분도 충분히 하실 수 있다고 생각해요. 여러분의 창작 활동을 진심으로 응원할게요.
오늘의 이야기가 많은 분들께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다음 글도 기대 많이 해주세요. 이상 일러스트레이터 헤디였습니다. 감사합니다.